네 갈래 길 만나는 길목, 사람과 길 잇는 도서관
숲과 마당 품은 담장길, 걸으며 누리는 여유
지형차 활용한 옹벽, 책장으로 다시 태어나

해마다 전국 각지에서 새로 지어진 건축물 중 뛰어난 작품을 선정해 건축상을 수여하고 있다. 당시 건축 문화를 선도하며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받았던 작품들은 오늘날에도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가, 해당 건축물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담당했던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담는 기획을 준비했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2021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공공건축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삼선산 수목원 숲속도서관’(신승수 건축사, 디자인그룹오즈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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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공공건축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삼선산 수목원 숲속도서관’(설계·사진=신승수 건축사, 주.디자인그룹오즈 건축사사무소)
2021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공공건축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삼선산 수목원 숲속도서관’(설계·사진=신승수 건축사, 주.디자인그룹오즈 건축사사무소)

나뭇가지 사이 숨어든 따스한 햇살 / 너무 푸르름이 뿜어내는 아찔한 산뜻함 / 여전해요 그대와 행복했던 그 날(윤종신 수목원에서중에서)

수목원은 나무와 관련된 공간을 의미한다. 수목(樹木)은 나무를 뜻하는 한자로, ‘두 가지 표현이 사용된다. 수목원은 식물과 나무를 관리하고 전시하는 장소로, 도심 속 휴식과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2021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공공건축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삼선산 수목원 숲속도서관’(설계·사진=신승수 건축사, 주.디자인그룹오즈 건축사사무소). 도서관과 등산로.
2021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공공건축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삼선산 수목원 숲속도서관’(설계·사진=신승수 건축사, 주.디자인그룹오즈 건축사사무소). 도서관과 등산로.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잠시 복잡함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작은 휴식의 공간이 필요하다. 과거 한 광고문구가 유행한 것도 이러한 작은 휴식을 바라는 마음을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때로는 웅장한 건물보다 수목원 안의 공공시설이 지친 일상에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공공건축물들이 단순 가격 입찰 과정을 거쳐 비용 절감에 초점을 두고 계획되고 건립돼 왔다.

2021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공공건축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삼선산 수목원 숲속도서관’(설계·사진=신승수 건축사, 주.디자인그룹오즈 건축사사무소). 등산로 방향 돌출 창.
2021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공공건축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삼선산 수목원 숲속도서관’(설계·사진=신승수 건축사, 주.디자인그룹오즈 건축사사무소). 등산로 방향 돌출 창.

2021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공공건축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삼선산 수목원 숲속도서관’(신승수 건축사, .디자인그룹오즈 건축사사무소)은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공공건축물의 품질 제고를 목적으로 설계된 공간이다.

설계자 신승수 건축사는 숲과 산의 자연적 아름다움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여러 갈래의 동선이 겹쳐지는 장소의 특성에 주목했다. 그는 나무(樹木)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책(종이도 나무로 만들어진다)을 통해 새로운 쉼터를 조성했다. 이곳은 당진시민들에게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안정된 휴식처를 제공한다.

2021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공공건축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삼선산 수목원 숲속도서관’(설계·사진=신승수 건축사, 주.디자인그룹오즈 건축사사무소). 도서관 내부 전경.
2021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공공건축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삼선산 수목원 숲속도서관’(설계·사진=신승수 건축사, 주.디자인그룹오즈 건축사사무소). 도서관 내부 전경.
2021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공공건축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삼선산 수목원 숲속도서관’(설계·사진=신승수 건축사, 주.디자인그룹오즈 건축사사무소). 피크닉장에서 바라본 도서관.
2021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공공건축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삼선산 수목원 숲속도서관’(설계·사진=신승수 건축사, 주.디자인그룹오즈 건축사사무소). 피크닉장에서 바라본 도서관.

다음은 설계자 신승수 건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신승수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신승수 건축사(주.디자인그룹오즈 건축사사무소) (사진=주.디자인그룹오즈 건축사사무소)
신승수 건축사(주.디자인그룹오즈 건축사사무소) (사진=주.디자인그룹오즈 건축사사무소)

Q. 이 건축물을 설계하시게 된 과정과 설계 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뒀던 점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당진시 공공건축가로 일하던 가운데, 공공건축 품격 제고를 위해 시행된 소규모 공공건축 시범사업을 통해서 설계하게 됐습니다. 특히 수목원이나 공원과 같이 많은 시민이 찾는 공공공간의 건축물 대부분이 단순 가격입찰로 값싸게 계획되고 만들어져 버려서, 사용 빈도가 매우 높은 공간들임에도 불구하고 조악한 형상과 열악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1억 원 남짓한 공사비가 배정된 이 작은 프로젝트에 남다른 애착을 갖게 했습니다. 설계에서 가장 중요시 생각했던 점은 최대한 숲과 산의 아름다움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여러 갈래의 동선이 겹겹이 만나는 공간적 특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쉼터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Q. 그렇게 염두에 뒀던 점을 어떻게 구현하셨는지요?
우선, 네 갈래 숲길이 만나는 곳 바로 옆에 부담스럽게 자리 잡은 옹벽과 화장실 건물을 '으로 가리는 것을 시작으로, 대상지 일대를 둘러싸는 낮고 긴 담을 두르고, ' 곳곳에 기존 지형지물을 따라 다양한 형태와 높낮이의 개구부와 내·외부 공간을 계획했습니다. 이렇게 드러나고 감추어지는 풍경을 따라서 숨바꼭질하듯이 진입하게 되는 도서관 내부 역시 경계를 따라 다양한 높낮이의 개구부와 쉼터를 배치하여 네 갈래 숲길로 모두 열린 숲의 로비로 기능하게끔 의도했습니다.


Q. 설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너무 적은 공사비에 맞추기 위한 내용 작업과 이후 가격입찰로 낙찰받은 시공사와 협의하면서 설계 의도를 구현시키는 일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건축은 만남을 디자인하는 그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주목하는 건축은 활동과 풍경이 당당히 드러나고 겹겹이 만나는 극적인 공간입니다. 극장이 그렇듯 자연스러운 만남과 놀이의 공간이면서 무엇보다도 사회적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Q. 그 지향점을 이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어느 정도는 그렇습니다. 물론 실현되지 않았거나 부족한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적어도 이곳을 방문하는 아이들을 반기는 것은 조악한 형태의 화장실이나 옹벽이 아니라, 숲과 하늘, 그리고 담을 따라가다 보면 발견하는 책의 쉼터일 테니까요.


Q. 근래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최근에는 공간 가진 돌봄'의 역할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형태와 재료가 갖는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돌봄 기능을 발견하고 적용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면서 범용디자인을 탐구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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