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되면 건축계에 엄청난 특수 발생할 것
미흡한 수준의 북한 건축물 재건축·리모델링 해야
“결정적 순간에 후회 말고 충분한 준비 통해
한국건축사 중심으로 진행해야”

남북관계는 아직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올 초에는 도발적으로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고 전쟁 위협의 수위를 최고조롤 높여 남북 간에 터질 듯 팽팽한 긴장관계가 형성되기도 했다. 지금은 이러한 전쟁의 위협이 좀 덜한 듯 하지만 개성공단을 둘러싸고 벌이는 북한과의 기 싸움에 국민들도 지쳐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일은 요원하게만 느껴지지만, 역사는 어느 특정한 시점에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는 변화를 일으키곤 한다. 언젠가 통일은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그것이 급작스러운 변혁 속에서 이루어지든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든 간에, 지난 60여년은 남한과 북한 간 서로 상황을 파악하고 의사결정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통일은 많은 변화와 혼란을 가져오겠지만 아마도 우리 건축사들에게는 엄청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통일 후 북한의 개발은 기본적으로 엄청난 건축 수요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비록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가 경색돼 모든 교류가 불가능하게 됐지만, 노무현 정부 때에는 남한의 건축계가 북한 건축계와의 교류 가능성을 탐색할 만큼 분위기가 괜찮았다. 대한건축사협회에도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남북교류협력위원회’라고 남북 교류를 담당하는 정식 위원회가 존재했다.

그 당시 위원들은 통일부 관계자들과 함께 북한건축사협회와의 접촉에 대한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또한 몽골건축사협회에 북한건축사협회와의 교류 가능성을 타진해보기도 했다. 그만큼 북한의 건축적인 상황은 건축사들에게 주요 관심사였다.

통일이 된다면 건축계에는 엄청난 특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600조원에 달하는 통일 비용의 많은 부분이 사회 간접자본과 주거 및 건축에 투자될 것이고, 이에 따라 중동 붐에 버금가는 엄청난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남한의 자본과 기술이 북한의 풍부한 인력과 결합하면 70년대와 같은 급속한 개발과 성장도 가능하리라 본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북한의 건축물은 매우 미흡한 수준으로 설계됐고 시공돼 있을 것이다. 기념비적인 몇몇 건물을 제외하고 일반 건물은 단열 성능이나 구조적인 안전성, 그리고 상하수도와 냉난방 등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보면 건물이라 부르기도 쉽지 않은 상태일 것이다.

만약 통일이 된다면 점진적으로 북한의 모든 건물들은 새로 재건축되거나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물리적인 성능을 남한의 건물과 비슷한 수준으로 높여야 할 것이다. 이 모든 북한 건축에 대한 성능 개선 및 신축 사업은 당연히 한국의 건축사들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와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말처럼, 통일의 희망이 그리 밝지 않은 지금부터 통일에 대비한 장기적인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충분한 준비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통일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그동안 준비를 소홀히 했던 일에 대해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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