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교육원, ‘2024 건축아카이브’ 우규승 교수 초청 특별강연 열어
시간의 인과 속에서 도시와 건축의 패러다임 변화와 시사점 밝혀
“매 순간 주어진 미션에 집중하며 열심히 하다 보니 운 좋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후배 건축사 여러분도 사명감을 갖고 주어진 일에 충실하다 보면, 스스로에게 동기부여가 되며 이를 동력으로 값진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2024년 문화예술발전 유공자로 선정돼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한 우규승 전 MIT 건축과 교수는 10월 29일 건축사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대한건축사협회 2024 아카이브’ 행사에 초청돼, ‘도시/건축-시간’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사전 신청한 건축사 175명을 포함, 건축 관계자를 더해 총 200여 명이 참석했다.
우규승 전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교수로 알고 있지만, 그의 건축 인생은 건설부 산하 주택·도시 및 지역계획연구소(HURPI)에서 시작됐다고 소개했다. 이후 그는 13개 국가를 여행하며 세계적인 도시와 건축에 대한 견문을 넓혔고, 1968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석사, 1970년 하버드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며 건축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을 깊이 있게 형성하게 됐다.
특히 건물의 중심과 외곽의 관계, 내향성과 외향성의 문제, 공간 구조에 대한 기본적인 학습을 통해 동서양 문화의 차이, 건축물과 사람, 그리고 자연과의 관계성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갖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날 우규승 교수는 자신이 설계를 맡은 서울올림픽 선수기자촌,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그리고 재개발이 예정된 올림픽 선수기자촌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도시건축을 주제로 자신의 철학을 가감 없이 펼쳐냈다.
우규승 교수는 기본적으로 자연에 대한 숙연함과 경외심을 갖고 있으며, 자연과의 공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동양적 철학인 ‘산수’를 그대로 반영한 올림픽 선수기자촌의 경우, 하천과 녹지 조성 덕분에 여름철 인근 지역보다 기온이 3℃ 낮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자유로운 보행과 부지의 상징성을 기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설계에서 잘 드러난다. 당시 우규승 교수는 건물을 지하에 배치하고 지상 레벨을 공원으로 조성한 설계안을 제시하며 ‘빌바오 이펙트’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의 설계안이 ‘랜드마크’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이었지만, 우규승 교수는 경험을 통한 랜드마크 기능 구현과 지상 공원 및 지중 건축 양식에 대한 확신으로 2년여의 설득 과정을 견딜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 건물 지붕이 하나라도 땅 위로 올라왔다면 현재와 같은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마을 공동체에 깊이 있게 접근하고 있는 재건축 단지에 대해서도 주민들과의 소통, 드롭오프(Drop Off) 존과 같은 접근성, 자연과의 공존을 염두에 둔 녹지 공간 확보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규승 교수는 “60년 동안 건축을 배우고 있지만, 건축을 하며 후회한 적은 없었다”며 “대한민국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발전하듯, 도시와 건축도 시간이 지나면서 여건이 바뀌고 표현 방식도 달라지는 것이 이치이며, 이를 건축적 접근으로 담아내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