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독일에도 유사 공간 없어 설계에 어려움
복합적 운동 공간 위해 세심한 설계 진행
주차장이 노인 건강관리 돕는 밝은 공간으로 재탄생

박현진 건축사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건축’ 지향”,
“친환경 건축, 기존 건물 고쳐 새롭게 만드는 방식에 관심”

해마다 전국 각 지역에서는 새로 지어진 건축물 중 탁월한 작품을 선정해 건축상을 수여한다. 당시 건축 문화를 선도하며 심사위원들의 경탄을 자아냈던 작품들은 지금도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져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 그 건축물들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담당했던 건축사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마흔아홉 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제42회 서울시건축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강남구 웰에이징센터’(박현진 건축사, .온디자인건축사사무소)이다.

제42회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 수상작 ‘강남구 웰에이징센터’(설계=박현진 건축사, 주.온디자인건축사사무소, 사진= 박영채 작가)
제42회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 수상작 ‘강남구 웰에이징센터’(설계=박현진 건축사, 주.온디자인건축사사무소, 사진= 박영채 작가)

한때 ‘안티에이징(Anti-aging)’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우리말로는 “나이 듦을 거부한다” 정도로 풀이할 수 있을 텐데, 나이 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었기 때문에 그 말이 꽤 많이 회자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실제로,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모델이 등장해 젊어 보이는 몸을 자랑하며 “당신도 나처럼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그 당시 광고의 주요 패턴이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을 언제까지나 거부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인지 제42회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 수상작 ‘강남구 웰에이징센터’(박현진 건축사, 주.온디자인건축사사무소)는 이름 자체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나이 듦을 받아들이면서 어떻게 잘 나이 들어갈지를 고민하는 공간인 이곳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강남구 웰에이징센터’는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어르신들이 잘 나이 들어갈 수 있도록 자가 건강 관리를 돕는 공간이다. 웰에이징센터와 치매안심센터가 함께 있어 어르신들의 건강 관리에 도움을 주고 있다. 설계자 박현진 건축사는 “비슷한 이름을 사용하는 사례가 병원 등에 있기는 하지만, 노인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노인 맞춤형 공공 건강증진센터는 국내 최초”라고 밝혔다. 노인이 수동적으로 건강을 ‘관리받는’ 개념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관리해 나가는 곳’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개념의 공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현진 건축사는 건축물을 완성하는 데 있어 크게 두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한다. 하나는 웰에이징 프로그램을 구체화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주차장 건물에 들어서야 한다는 공간적인 한계였다.

제42회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 수상작 ‘강남구 웰에이징센터’(설계=박현진 건축사, 주.온디자인건축사사무소, 사진= 박영채 작가)
제42회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 수상작 ‘강남구 웰에이징센터’(설계=박현진 건축사, 주.온디자인건축사사무소, 사진= 박영채 작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지는 성격의 건축물이었기에, 웰에이징 프로그램을 구체화하는 과제가 먼저 주어졌다. 온디자인건축사사무소는 서울대학교 보건학 전문 교수진의 연구와 자문을 바탕으로 운영을 맡은 강남구 보건소와 함께 의견을 교환하며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제42회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 수상작 ‘강남구 웰에이징센터’(설계=박현진 건축사, 주.온디자인건축사사무소, 사진= 박영채 작가)
제42회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 수상작 ‘강남구 웰에이징센터’(설계=박현진 건축사, 주.온디자인건축사사무소, 사진= 박영채 작가)

프로젝트는 층고와 규모가 제한된 낡은 주차장 건물이 대상지였다. 2006년에 지어진 3층 규모의 주차장은 녹슨 철망과 낡은 창호가 어우러지지 않은 모습으로 선정릉을 마주하고 있었다. 2009년에는 치매안심센터가 4, 5층으로 증축됐고, 그렇게 17년간 자동차와 노인을 위한 공간이 어색하게 공존해 왔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존 치매안심센터와의 연계를 위해 3층 주차장을 웰에이징센터로 리모델링하는 계획이 검토됐다.

두 번째 과제는 주차장의 특성상 제한된 층고(2.1m∼2.3m)를 극복하기 위해 치열한 설계 과정을 거쳐야 했다는 점이었다. 설계자는 낮은 층고를 개선하기 위해 시선을 바닥으로 유도하는 컬러 패턴을 적용했고, 공간이 옹색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천장을 반 노출로 디자인했다.

박현진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박현진 건축사·주.온디자인건축사사무소(사진=주.온디자인건축사사무소)
박현진 건축사·주.온디자인건축사사무소(사진=주.온디자인건축사사무소)

Q. ‘강남구 웰에이징센터’ 설계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난 2020년 9월경, 서울특별시 담당 주무관님이 저희를 찾아와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실버 산업 강국으로 알려진 일본이나 독일에도 참고할 수 있는 비슷한 콘셉트의 공간이 없어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장소가 주차장이다 보니 단열도 안 되고 방수도 안 된 상태였고, 천장도 낮아서 이 공간을 어르신들이 편안히 여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공간 하나하나가 복합적이어야 했고, 운동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모든 부분에 신경을 쓰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Q. 이번 작품은 원래 주차장과 치매안심센터로 구성된 곳이었는데, 완전히 다른 느낌의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기존 건축물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 작업에 원래부터 관심이 많으셨는지요?

예, 저는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건축'을 지향합니다. 과거의 건축물을 완전히 부수고 새로 짓는 것보다는, 그 건축물이 지닌 가치를 살리면서도 그 가치가 현재에도 이어지도록 접점을 찾아 온기를 불어넣는 건축에 보람을 느낍니다. 강남구 웰에이징센터도 그러한 가치가 담긴 대표적인 건물입니다. 제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표정에서 느낍니다. 밝은 분위기 속에서 어르신들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서울대 보건학 교수팀과 강남구청 측과 함께 고민한 결실을 맺은 것 같습니다.

Q. 현재 관심을 갖고 계신 건축 분야가 있으신지요?

최근에 이번 작품이 수상을 하면서, ‘지구를 지키는 건축’이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거창하게 했었습니다. 아무래도 좀 친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고요. 그래서 친환경 건축을 위한 방법들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 그냥 무조건 부수는 게 아니라 그걸 또 고쳐서 다시 새롭게 만들고 새로 태어나는 건축물 그런 데 관심이 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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