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림, 6~7년 연구 끝에 유창이앤씨와 ‘미노’ 프로젝트 착수
양양 빌라 리조트 시작으로 고급 숙박시설로 확장 계획
4m 폭, 3.3m 천장 높이로 공간적 한계 극복
고성능 단열재, 최적화 구조로 효율성·에너지 절감 극대화
하와이 Nan Inc.와 협력해 600세대 모듈러 주택 공급 예정
준공 후 피드백 반영, 다양한 모델 개발 계획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가 모듈러 건축 브랜드 ‘미노(Modular Innovation)’를 출시했다. 그동안 공공 주도의 모듈러 주택 도입과 달리 민간부문에 맞춘 브랜드 론칭이다. 최근 국내 주요 건축사사무소가 모듈러 주택 관련 브랜딩을 잇달아 내놓는 등 시장 확장에 적극적이다.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건축연구소 이아영 본부장은 “각기 다른 영역에서 설계 역량을 집중해 산업의 질적 상향을 추구하는 건 긍정적”이라며 운을 뗐다. 대한건축사신문은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건축연구소 이아영 본부장과 이동근 수석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모듈러 건축 브랜드 ‘미노(Modular Innovation)’가 출시됐습니다. 미노의 기획 과정과 제작 상의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유창이앤씨와의 협업은 어떻게 이뤄지게 됐습니까.
이아영 본부장 : 희림은 약 6~7년 전부터 모듈러 주택을 자사의 미래 신산업으로 판단하고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스터디를 진행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조업과의 협업 없이 설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현재 희림은 모듈러 주택 제조사인 유창이앤씨와 협력해 ‘미노’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희림의 설계를 통해 기존의 모듈러 주택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고, 시장의 고급화를 목표로 미노 리조트 빌라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민간 분야에서 모듈러 주택을 확장하기 위해 적합한 프로젝트를 고민하던 중, 빌라 리조트 시행사와 협력해 리조트 내 빌라에 미노를 적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현재 모듈러 주택 시장은 주로 공공주거, 군부대, 교육시설 등에 집중돼 있습니다. 고급화된 빌라형 숙박시설에는 거의 적용된 사례가 없습니다. 다른 건축사사무소들도 모듈러 주택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희림과는 사업 영역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모듈러 주택의 고급화, 특히 고급 숙박시설 분야는 희림이 선도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Q. 오는 9월 강원특별자치도 양양에 미노 리조트 빌라가 준공됩니다. 기존 모듈러 건축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문제점은 어떤 방식으로 보완했는지 궁금합니다.
이동근 수석 : 기존 모듈러 주택은 공간적 한계가 뚜렷합니다. 그러나 미노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 4m 폭의 내부 공간과 3.3m의 천장 높이를 확보함으로써 보다 넓은 공간을 구현했습니다. 침실, 연결 공간 등 특화된 모듈을 통해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다양한 실내외 구성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간 모듈의 최적화된 구조 시스템을 통해 건축 과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하면서 시공 속도도 높였습니다. 이를 통해 비용 절감도 가능합니다. 공간 효율성과 쾌적성을 높이기 위해 진공 단열재를 활용한 초박형 외피 시스템을 개발하고, 건식 바닥 난방 시스템도 도입했습니다. 리조트 빌라의 위치가 양양인 만큼, 적설 하중, 풍압, 단열 등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고성능 단열재와 창호를 사용함으로써 열 손실을 줄이고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했습니다.
Q. 모듈러 건축 경험, 지속적인 시장 개척 등을 목표로 미노를 론칭 하셨습니다. 미노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무엇입니까.
이아영 본부장 : 희림이라는 신뢰도 높은 브랜드를 바탕으로 모듈러 주택의 고급화를 추구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모듈러 주택이 ‘괜찮은 집’이라는 긍정적인 평판을 형성하고 싶습니다.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 경제성도 확보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현재는 공급 물량이 많지 않지만, 모듈러 주택의 사용 경험을 점차 늘려가며 인식과 시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합니다. 현재는 빌라를 시작으로 리조트, 호텔, 타운하우스, 고급 주택 등으로 영역 확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이전과 달리 현대의 모듈러 주택은 더 복잡한 요구사항을 갖고 있어 건축사의 설계 감리 역할이 필요합니다. 다만 현행법상에서는 건축사에 의한 설계, 감리 없이 건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여러 논의가 있습니다. 건축사사무소이자, 모듈러 브랜드를 출시한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는 이 같은 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아영 본부장 : 모듈러 주택의 취지는 간소화를 통해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낮은 진입 장벽이 단기적으로는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산업 성장의 저해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모듈러 주택이 임시주택으로 인식되는 이유도 이러한 단기적인 시각과 접근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좋은 주택 설계가 부족했기 때문이죠.
모듈러 주택 산업이 궁극적으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우수한 건축 설계와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모듈러 주택은 건축 설계나 제조업 중 하나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모듈러 주택의 품질 향상을 위해서는 우수한 건축 설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협업해야 합니다. 이를 업역 간 갈등으로 보지 말고, 건축과 도시 공간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공동의 노력으로 받아들이는 산업계의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초기 제작 단계부터 감리까지 건축사의 전문성이 더해진다면, 모듈러 주택의 품질이 향상될 것이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이동근 수석 : 모듈러 주택은 제작 초기 단계부터 건축사의 관여가 필요한 업무 범위가 기존 건축 과정에 비해 훨씬 광범위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기획 단계에서부터 제작 과정을 고려하지 않으면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미노 리조트 빌라는 희림이 맡아왔던 프로젝트들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지만, 많은 인원과 시간을 투입해 실시설계를 넘어선 도면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모든 설계 단계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을 거쳤습니다. 준공을 앞둔 현재에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제작 현장을 방문해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피드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시공사 분들은 모듈러 주택이 감리가 필요 없어서 제작 속도가 빨라지면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하시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품질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축사에 의한 설계와 감리 제도가 확장되지 않는다면, 모듈러 주택의 전반적인 질적 성장은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이아영 본부장 : 희림은 하와이 현지 시공사이자 개발사인 Nan Inc.와 모듈러 주택 공급을 위한 사업 협약(LOA)을 체결하고, 이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Nan Inc.는 약 600세대 규모의 주택 단지 공급자로 선정됐으며, 디자인과 경제성 측면에서 한국의 모듈러 주택을 도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희림과 유창은 타당성 조사를 통해 서민용 주택인 어포더블 하우징(Affordable Housing)에 최적화된 디자인과 운송을 위한 기술 검토, 경제성 확보 방안 등을 연구할 계획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고급 주택 영역까지 확장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동근 수석 : 미노 리조트 빌라 준공 후에는 공간 운영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용자 의견을 수렴하고, 기술적 개선 사항을 보완할 계획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더욱 합리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모델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모듈러 주택 관련 제도가 변화함에 따라, 중저층 주택을 시작으로 고층 건물까지 제도의 변화 추이를 지켜보며 준비해 나갈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