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KIRA 신입 회원에게 듣는다_황용운 건축사‧에이치 앤 케이 건축사사무소(경상북도건축사회)
“예나 지금이나 건축학과 학생들의 희망과 꿈은 자신이 운영하는 사무소에서 자신만의 건축 작업으로 작품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것이 아닐까요?”
황용운 건축사는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고 있다. 생각하는 것이 원만하여 어떤 일을 들으면 곧 이해가 된다는 뜻의 이순(耳順)의 나이에 이른 그가 그려가는 나날은 어떤 모습일까? 황용운 건축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건축사사무소 개소 소감과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소개를 부탁합니다.
약 30년 전쯤 쌍용ENG, 토문, 창조건축사사무소에서 6년간 국내외 실무 설계 작업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설계 작업이 대형 프로젝트였기에 공동 작업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는 제가 대학에서 강의를 맡기 전의 일입니다. 설계 실무 경험이 30여 년 전의 일이었고, 현재 건축사사무소의 작업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사무소를 개소하는 것이 솔직히 겁도 나고 망설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건축학과 학생들의 희망과 꿈은 자신이 운영하는 사무소에서 자신만의 건축 작업으로 작품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꿈을 환갑의 나이에 실현해보겠다는 결심은 부끄럽기도 하고, 개인적인 용기도 필요했습니다. 물론 교수직을 그만두고 사무소를 개소하는 결정에 대해 지인들의 반대도 심했습니다. 교수로서의 설계 작업 환경과 건축사로서의 설계 작업 환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나만의 설계는 상상의 꿈에 가깝고, 현실적 상황과 경제적 문제에 타협하는 자신을 보며 지인들이 반대한 이유를 깨닫기도 했습니다. 잘못된 길을 선택한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Q. 건축사로서 어떤 꿈과 비전이 있는지, 의무가입 이후 건축사협회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늦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환갑의 나이에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건축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건축물을 설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나 자신만을 위한 건축작품이 아닌 도시민 누구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도시 공간을 구성하는 건축물을 설계하고자 고민하고 노력하는 건축사가 되는 것이 제 꿈이기도 합니다.
누구든지 어느 단체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활동하는 것은 그 사람의 사회적 존재감을 인식하고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대한건축사협회 의무가입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정받고, 여러 소식을 공유하며, 단체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갖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더불어 협회는 의무가입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관심과 권익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협회의 영향력과 성과를 진정성 있게 보여준다면 구성원들도 자부심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모든 구성원이 협회가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회원 권익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협회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구성원이 되기를 원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실제 업계에 몸담으면서 느낀 애로사항이나 건축사 업무 시 불편사항 등 제도적 개선점을 제시한다면?
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축사라면 ‘간’만 보고 가는 손님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흔히 ‘간’ 보고 간 손님들 100명 중에 1명이라도 잡으면 성공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도 개소 후 3∼4개월 동안 며칠씩 건축법규와 관계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 전달받은 내용을 정리·분석 후 건축주에게 설명해주고 난 뒤 아무런 소식을 받지 못한 경우가 다수 있었습니다. 며칠씩 분석한 내용을 무료로 컨설팅해주는 것으로 끝나버리는 경우입니다. 건축사라면 이런 경험을 해보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문가로서 대접받기 위해서는 컨설팅 작업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이 보상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구는 컨설팅 비용을 받고, 또 누군가는 받지 않는다면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것이 어려울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건축사들이 오랫동안 고착된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는 변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무리 이야기해도 변하지 않는 관행을 왜 또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스스로 관행을 인정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관행을 깨는 일은 분명 어렵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관행을 언제까지 관행이라 여기고 참고 있어야 할까요? 협회 소속 구성원의 권익과 건축사의 자부심을 위해, 이제는 협회가 부적절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가시적으로 보여줄 때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선·후배 등 동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이 있을까요?
사무소를 개소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는 예상하거나 계획할 수 없는 수입, 사무실 임대료, 직원 월급 등 고정 지출 등 해결해야 할 여러 난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현실적인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고 오랜 기간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선배 건축사님들에 대한 존경심이 절로 생깁니다.
저 역시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지금까지 모른 척했던 건축사사무소의 현실적 환경과 경제적 문제 등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건축적 지식과 현실의 차이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제가 알고 있던 관련 지식을 현장에 적용하면서 새롭게 배워가는 현실적인 지식에서 큰 행복과 만족감을 얻었습니다.
건축사를 꿈꾸는 후배들도 자신이 배우고 익힌 전문 지식을 현실에서 실현해보는 희망과 소신을 갖고 건축 설계 작업을 한다면 경제적인 문제보다 더 큰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경제적 측면을 간과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건축사로서 초심을 잃지 않고 꿈과 희망으로 현실적인 문제를 풀어나간다면 경제적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저만의 스타일로 작업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선배 건축사들의 노력과 후배 건축사들의 창의적인 설계 작업이 우리 도시 문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