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해랑 사는 집이라는 의미 담은 패시브 주택
‘뉴 노멀’(New Normal) 시대, 미래 주택 모습 고민서 출발
권재희 건축사 “건축에는 물질 넘어 인간 본성에 대한 존중 담겨야”

해마다 전국 각 지역에서는 그 지역에서 새로 지어진 건축물 중 탁월한 작품을 선정해 건축상을 수여한다. 심사위원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시기마다 건축문화를 선도했던 작품들은 주변 환경과 함께 잘 숨 쉬고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 그 건축물들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담당했던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서른두 번째 작품은 제28회 경기도건축상 사용승인 부문 금상 수상작 ‘늘해랑’이다.

제28회 경기도건축상 사용승인 부문 금상 수상작 ‘늘해랑’(설계 권재희 건축사, 주.목금토 건축사사무소 / 사진 김재윤)
제28회 경기도건축상 사용승인 부문 금상 수상작 ‘늘해랑’(설계 권재희 건축사, 주.목금토 건축사사무소 / 사진 김재윤)

 “‘늘해랑’, ‘늘해랑’이 뭐지?”
‘늘해랑’이란 이름을 처음 듣고, 이 의미가 뭔지 한참 생각했다. “늘 뭐를 한다는 뜻인가? 아니면 무슨 바다(海)를 의미하나?”

이내 ‘늘 해랑 사는 집’이라는 뜻풀이를 듣고는 뭔가 더 복잡하고 거창한 의미를 녹였을 거라는 고정관념이 깨져버리고 말았다.

제28회 경기도건축상 사용승인부문 금상 수상작 ‘늘해랑’(권재희 건축사, 주.목금토건축사사무소)은 해석이 필요하지 않은 그 이름처럼 단순한 구조를 띠고 있지만, 설계도에는 미래 지향적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설계자의 고민이 진하게 녹아 있는 건축물이다.

어찌 보면 ‘늘해랑’은 ‘코로나19’가 낳은 건축물이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전 지구적 전염병이 만든 ‘뉴 노멀’(New Normal) 시대. 환경을 최대한 해치지 않으면서 쾌적하고 건강한 삶을 지켜줄 집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바뀐 새로운 일상, 건축주는 기존의 주택이 이 새로운 일상을 담기에 적합한지 물었고 이에 2010년대 초반부터 패시브 주택을 설계해 온 권재희 건축사가 내놓은 답변이 바로 ‘늘해랑’이다.

본채와 별채가 마당을 통해 서로 마주본다. (설계 권재희 건축사, 주.목금토 건축사사무소 / 사진 박영채)
본채와 별채가 마당을 통해 서로 마주본다. (설계 권재희 건축사, 주.목금토 건축사사무소 / 사진 박영채)
중정 남측(설계 권재희 건축사, 주.목금토 건축사사무소 / 사진 박영채)
중정 남측(설계 권재희 건축사, 주.목금토 건축사사무소 / 사진 박영채)

원치 않은 전염병이었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는 우리가 달리는 방향에 대해 한 번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됐다. 이전까지의 주택은, 야근이 많은 직장인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집에 잠시 들렸다”라고 하는 말처럼 바깥세상에서 더 잘 경쟁하기 위해 잠시 쉬어가는 곳의 의미가 강했다.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이러한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어쩌면 ‘늘해랑’은 이러한 공감대가 만든 상징적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편안히 머물 수 있는 곳, 그리고 재택근무 등에 원활히 대응할 수 있도록 업무 처리 공간도 불편하지 않게 배치한 코로나 이후 미래를 담고 있는 건축물 말이다.

권 건축사는 “‘늘해랑’은 기술 면에서 패시브 주택의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디자인적으로 개성과 완성도를 추구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하는 수상 이유도 밝혔다.

권재희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권재희 건축사·(주)목금토건축사사무소
권재희 건축사·(주)목금토건축사사무소

Q. 이 건축물을 설계하시게 된 과정과 설계 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뒀던 점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택지개발지구 주택들의 단점인 획일화된 대지의 형태와 조건에서 건축주의 개성을 살린 주택을 디자인하는 것, 그리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책임감 있는 선택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Q. (앞 질문에서의) 염두에 뒀던 점을 어떻게 구현하셨는지요?

대지의 3면이 차로로 둘러져 있었기에 소음, 프라이버시 보호에 단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각 실들을 대지경계를 따라 둘러 앉히고, 중정을 중심으로 가족만의 이야기를 채우고자 했습니다. 도심주택이 자연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음에 따라 중정과 작은 마당 3개를 요소마다 배치했어요. 이 마당들은 빛과 자연, 조망 등의 기능적 역할뿐 아니라 치유의 정원으로 역할을 하게 했습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단열, 기밀, 열교차단에 손실이 없도록 각 디테일마다 신경을 써서 설계했습니다.

Q. 설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가장 효율적인 패시브 주택의 형태를 잘 알고 있지만 주택은 에너지나, 형태를 넘어서 건축주의 삶을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에 중점을 둘 수록 에너지 절약과 대치되는 경우가 많지요. 이렇게 상충되는 문제는 구조, 설비, 에너지 전문가들과 협업을 통해 풀어냅니다. 디자인과 에너지 절약, 두 가지를 다 잡아야 하는 것이 늘 어려운 숙제입니다. 다행히 이 집은 패시브 4.5L 주택으로 인증을 받았습니다.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우리 회사의 이름인 목금토'는 건축의 기본 요소인 나무, , 흙을 뜻합니다. 우리는 항상 기본에 충실하며 동시에 새로운 도전을 즐거워합니다. ‘충실한 기본과 시대가 주는 새로운 도전에 답을 내려는 것이 저희가 추구하는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그 지향점을 이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모든 프로젝트를 같은 마음으로 임합니다. 그러나 건축사가 지향하는 점이 실현되기에는 운이 따라야 하지요. 건축주와 또 시공사와 뜻이 맞아야 하거든요. 늘해랑은 운이 좋게도 설계자를 비롯한 건축주와 시공자가 뜻을 함께해 주어 가능했습니다. 완공이 된 후에도 늘해랑에 몇 번 방문했었는데 맑은 날, 비 오는 날, 아침, 오후, 저녁 모두 다른 느낌의 공간들을 보면서 제 스스로 무척 행복했습니다. 창 하나를 디자인할 때도 여러가지 생각을 하거든요. 설계하면서 그렇게 될 것이다라고 예상했지만 진짜 그렇게 되니 감동이었다고 할까요? 비 오는 날이나 집이 감동을 주는 순간 건축주께서 동영상을 보내주시기도 하니 지향점이 잘 반영된 것 같다고 봐도 되겠지요?

Q. 이번 수상이 건축사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늘해랑은 기술 면에서 패시브 주택의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디자인적으로 개성과 완성도를 추구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이것이 목금토만의 생각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지치고 포기 하고픈 일들이 많았지요. 수상이 제게 주는 의미는 이 길이 맞는 길이었으니 지치지 말고 가라는 응원의 소리 같다고 할까요? 기쁘고 영광스럽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Q. 근래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저는 조형미가 있는 건물을 좋아해서 주로 철근콘크리트 건물을 작업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해체공사에 참여하면서 건축 쓰레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콘크리트는 아니지만 우리가 버리는 일상의 쓰레기가 약소국들에게 수출되고 있는 사실도 가슴 아프고요. 그래서 목조건축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올해는 함께 공부하는 모임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몇 해 전 핀란드를 다녀와서 목조 고층건물, 대형 콘서트홀에 쓰인 목조 구조의 아름다움과 가능성에 많은 영감을 받았거든요. 항상 답을 찾고 싶어 찾아다녔는데 목적지에 다다르니 여기가 답이 아니라고 하네요. 그래서 또 다른 해답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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