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건축사들은 꿈이자 목표인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고, 협회 가입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학부졸업, 실무수련, 수험생 생활, 그리고 창업까지 모두가 쉽지 않은 선택의 연속이고, 지난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신입회원에게 듣는다’는 긴 노력의 시간 끝에, 사무소 개소에 성공한 건축사들을 만나는 시간으로 구성된다. 삶의 에피소드와 더불어 창업기 등 동료이자 선후배가 될 이들을 조명함으로써 활력 넘치는 업계, 소속감과 연대의 가치를 공고히 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고등학생 때 저는 친구들을 꼬드겨 옥상에서 연을 날리고 담임 선생님 몰래 화약로켓 대회에 나가는, 한마디로 공부와 거리가 먼 학생이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건축에 흥미를 갖게 된 건 도서관 서가에서 우연히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피터 춤토르(Peter Zumthor) 등의 작품이 실린 책 한 권을 읽은 뒤였습니다. 거장들의 도면과 사진을 보며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고 도면을 트레이싱 해보며 막연히 건축에 대한 흥미가 생겼습니다. 그 시절부터 시작된 건축에 대한 관심은 건축 시공을 업으로 삼으신 아버지의 현장을 무작정 따라 다니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김예은 건축사(전라남도건축사회)는 건축과의 시작에 대해 이렇게 운을 뗐다. 좋은 기억이 발판이 돼 건축사가 되어 이제는 공간과 쓰임을 고민하는 김예은 건축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건축사사무소 개소 소감과 개소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소개를 부탁합니다.
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막연히 개소를 꿈꾸었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첫 직장에서 실무수련 후 학업을 더 이어가기 위해 퇴사를 했고, 이후 건축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코로나19로 학업이 불확실해지던 와중에 태어나 자란 고향 지역에 첫 프로젝트가 생기면서 사무실을 개소했습니다.
Q. 건축사로서 어떤 꿈과 비전이 있는지, 의무가입에 따른 건축사협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지방소멸’이 화두인데요. 지역에서 인구 소멸을 막기 위한 이주 정책의 파생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갈등을 건축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건축전문인으로서 제 역할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태어난 지역에서 배우며 활동하고 있는 지역 건축사인 만큼 지방소멸 완화방안과 지방소멸에 따라 남겨질 공간의 쓰임들, 지역 커뮤니티의 활성화 방안 등을 탐구하고 해결하고자 합니다. 나아가 건축을 통한 도시의 활력, 도시공간의 보전과 장소성, 건축 업사이클링 등 다방면으로 해결하는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사무실 개소 초기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사무실 운영과 협회 활동 등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코로나가 종식되어 갈 무렵부터 시작된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면서 건축사를 대변하고 보호하는 협회의 기능과 회원 간 교류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의무가입은 큰 전환점입니다. 협회뿐만 아니라 회원들의 성찰과 미래를 다짐하는 중요한 시기일 것입니다. 더 많은 회원의 의견과 힘이 협회로 모일 수 있게 된 만큼 앞으로 협회와 회원, 회원과 회원 간의 적극적인 소통을 위한 실질적인 교류 플랫폼과 행사, 체계적인 실무교육 등을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Q. 실제 업계에 몸담으면서 느낀 애로사항이나 건축사 업무 시 불편사항 등 제도적 개선점을 제시한다면?
건축사 업무 시 불편사항은 업무대가, 무료 기획업무 등 많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현재 지속적인 공론화와 협회 차원에서 중점과제로 준비하는 만큼 앞으로 개선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외에도 저는 사용승인과 현장조사 업무대행에 대한 부분에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낮은 업무대행 수수료와 짧은 기간 내에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함에도 수수료에 비해 법적 책임이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업무대행에 있어 충분한 검토 기간을 고려한 대가 산정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선·후배 동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이 있을까요?
경제호황기를 지나 코로나19와 국제정세 변화라는 대외적 상황, 건축물 붕괴 사고 등 대내적인 상황 모두 안녕하지 못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또 전세사기가 지난해부터 잇따라 벌어지면서 ‘건축왕’ 같은 명칭이 사용되는 등 건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퍼졌습니다. 더불어 건축사의 위신도 날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기일수록 스스로를 점검하고 재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협회 선·후배 회원이 함께 화합하고 전문 자격인으로서 사명감을 가지며 안녕하지 못한 시대에 건축사업계가 의견을 하나로 모아 민간발주 대가기준 마련 등 건축사업무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선을 이뤄나가며 새롭게 성장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