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에서 구조 분리, 대형사고 불씨…왜?
따로 각각 진행될 때 설계 취지·목적에 적합 않는 부정적 결과 초래
유기적인 협업 이뤄지지 못할 시 건축물 안전·품질 저하 유도, 중대재해 가능성

건축사가 건축설계를 수행하는 데 있어 구조분야는 전기, 통신, 소방과 같은 다른 협력분야와는 다르게 긴밀한 협력관계가 유지돼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건축의 3대 요소가 ‘구조, 기능, 미’인 것처럼 건축의 본질 중 하나이며, 실제 건축설계자의 구조디자인 업무가 건축디자인 과정에서 대부분 결정된다. 특수한 상황에서 건축사의 설계의도에 따라 구조엔지니어가 구조를 제안해 기술적인 부분을 해결하는 경우도 있지만, 통상적으로 건축설계자가 건축계획과정에서 구조의 형태, 크기, 모듈 등을 1차적으로 결정한다.

제도적으로 건축에서 전기·통신·소방분야가 분리발주로 각각 따로 진행되지만, 민간부분에서는 여전히 통합계약이 일반적이며, 공공부문도 마찬가지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시행 초기 분리발주가 이뤄졌지만, 건축의 총괄 코디네이션 역할 수행이 어렵고 공종 간 책임범위가 명확하지 않으며 이로 인해 행정절차·공사관리 업무 중복 문제로 공공건축의 경우 설계공모를 통해 건축설계자가 우선 선정되면, 건축설계자가 지정한 협력업체와 분담이행방식으로 공동계약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리발주에 따른 각종 문제점·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보완장치인 셈이다.

서울시 A 건축사는 “대부분의 구조디자인 업무는 건축디자인 과정에서 결정돼야 하기 때문에 건축설계 성격과 특성상 구조분야는 분리돼 이원화된 체제로 갈 수 없다. 각각 따로 진행되게 되면 전체 설계취지·목적에 적합하지 않은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건축사와 구조엔지니어의 업무가 중복되는 경우가 불가피할 텐데 책임 범위가 모호할뿐더러 건축설계 시 유기적인 협업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건축물의 안전·품질 저하를 유도해 오히려 중대재해를 조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자칫 건축설계자의 총괄의도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설계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분쟁이 유발될 수 있으며, 공법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 상충했을 때 잠재적인 분쟁의 불씨를 낳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럴 경우 설계지연 가능성이 높으며, 결과적으로 건축물이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이번 LH 사태도 직무 간 정보 전달이 잘 안되는 사각지대가 발생하면서 책임 체계가 무너져 부실이 시작됐다는 의견이 높은 상황이다.

4월 인천시 서구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때 직무 간 정보 전달이 잘 안되는 사각지대가 발생하면서 책임 체계가 무너져 부실이 시작됐다는 의견이 높다. (사진=뉴스1)
4월 인천시 서구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때 직무 간 정보 전달이 잘 안되는 사각지대가 발생하면서 책임 체계가 무너져 부실이 시작됐다는 의견이 높다. (사진=뉴스1)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기재부 관계자 역시 “분리발주를 추진하는 저의는 사실 개별 단체 이익에서 비롯되는 게 현실이다. 분리발주는 하자 책임·공정, 사업관리상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높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업무의 종합·연계가 부실해지면 필연적으로 품질·안전에 문제가 생기는 만큼 예외적으로 분리발주를 허용하는 게 국제적 추세”라고 설명했다.

건축사업계에서는 이번 LH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를 계기로 건축교육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기지역 대학에 출강 중인 B 건축사는 “대학에서 건축학과와 건축공학과가 분리되면서 부작용이 심화되는 중이다”며 “5년제 건축학과 시행 후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건축설계 전공자 중 구조 관련 수업을 수강하지 않는 경우도 확인되며, 반대로 건축공학 전공자도 도면 작성과 건축에 대한 통합적 사고와 법규 등에 대한 교육이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C 건축사는 “부실 위험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시스템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설계, 시공, 감리 주체별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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