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에 위치한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가 지난 3월 6일 결국 철거됐다.
숫한 논란 끝에 서귀포시는 철거 당일 오전 행정대집행 영장을 통보한 후, 60명의 공무원과 굴착기 등을 동원해 철거를 집행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 건축물을 복원하겠다고 공언했으나, 구체적인 장소와 방안에 대한 제시는 아직 없다고 한다.
카사 델 아구아는 지난 2009년 3월 면적 1천279㎡ 2층 규모의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앵커호텔 모델하우스 용도로 지어졌다. 모델하우스로 지어지다보니 건축법상 가설건축물에 속해 언젠가는 철거가 될 운명이었다. 그러나 건축물의 가치에 대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게 된다. 바로 설계자인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죽음이었다.
국내 건축·예술계는 승효상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이로재) 등을 중심으로 철거반대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지난해 10월 15일 제주도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에서도 철거 문제가 논의되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사이트를 개설, 다음 아고라 등을 통해 서명운동은 전개했다. 뿐만 아니라 마르타 오르티스 데 로사스 주한 멕시코 대사를 비롯해 멕시코 정부까지 “문화유산 파괴를 막아 달라”며 한국 정부 측에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의 기대를 저문 채 카사 델 아구아는 그렇게 사라졌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사의 작품, 그것도 유작이라면 보전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이 건축물을 보기 위해 그간 국내뿐만이 아닌 전 세계에서 많은 건축학도들과 건축 관계자들이 제주를 찾았다고 한다. 제주도는 이러한 점을 염두 해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도는 카사 델 아구아를 그대로 둘 경우 선례가 돼 향후 변칙적, 편법적 건축물에 대해 단속하기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철거를 진행했다고 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에 법은 필요하고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법도 인간이 만든 문화이듯, 건축도 인류 문화의 한 축을 차지한다. 만약 카사 델 아구아가 대한민국이 아닌 유럽 등 해외에 지어졌다면 과연 철거가 되었을까. 문화는 없고 법만이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