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행위 앞서 검토법령 400개 이상, 방대하고 유사 인증‧중복 심의로 비효율 사례 다수
의원 입법, 국회 접수 법안의 90%…사전에 법안 영향력 분석 절차 없어
국회입법조사처, 건축 분야의 사례로 ‘사전 입법영향분석’ 필요성 검토

건축행위를 하기 위해 건축사가 검토해야 하는 법령은 총 401개다. 건축허가 시에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법령이 137, 의제처리 법령이 29, 추가 확인이 필요한 법령이 235개가 합쳐진 숫자다. 이 외에도 도시계획, 교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령의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건축 규제도 빼놓을 수 없다. 국민 안전과 밀접한 만큼 꼼꼼한 심의는 분명 필요하지만 경직된 법령 운영은 오히려 비효율을 초래한다. 법령해석의 민원이 빈번하거나 유사한 심의절차의 중복, 불필요한 규제 등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건축 분야 규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건축 분야의 정책 환경을 반영한 건축규제 정비 건축행정 내실화 및 절차 간소화가 기본 방향이다. 그러나 새로운 규제 도입에 앞서 충분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아, 일각에서는 건축규제 신설 단계부터 예측가능한 문제의 최소화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측가능한 문제의 최소화를 위해 21대 국회에서는 의원 법안 발의 시 그 영향력을 분석하는 사전 입법영향분석 제도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한 국회법 일부 개정 법률안 6건이 발의됐지만 현재 계류 중이다. 국회에 접수되는 법안의 90% 이상이 의원 입법이지만 사전에 법안의 영향을 분석하는 절차가 부재한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건축 분야의 사례를 토대로 사전 입법영향분석 제의 필요성을 검토했다.  

건축 분야는 방대한 규제가 중첩돼 관련 규제개선의 요구가 지속되어 왔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유사한 인증과 중복되는 심의제도다. 이는 새로운 인증과 심의제도를 도입하면서 기존 제도와의 중복 여부, 정합성 등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결과다. 대표적인 사례로 건축물 에너지 관련 인증 제도와 경관 심의를 꼽을 수 있다

현행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에 따르면 건축물 에너지 인증제도에는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인증제(2010)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2017) 두 가지가 있다. 모두 에너지 성능이 높은 건축물을 확대해 효과적으로 건축물의 에너지를 관리하는 것이 목적이다. 목적과 평가 방법이 유사하지만 두 제도는 별도로 운영돼 인증 기간이 과도하게 소요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자료=국토교통부)
(자료=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는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과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 및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에 관한 규칙을 개정할 예정이다. 두 인증 제도를 통합하고, 인증을 위한 법정 소요일도 80일에서 60일로 단축한다

건축법상 건축위원회 심의와 경관법상 경관위원회 심의의 중복도 문제다. 심의 내용과 시기가 유사하지만 각 개별법에 따라 별도로 이뤄지면서 건축 인허가 절차를 장기화시킨다. 각 심의의 지적사항이 상이하고, 사업계획의 정합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도 발생한다. 국토부는 두 위원회의 심의를 통합 진행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자료=국토교통부)

건축법에 따라 지자체에 설치되는 지역건축안전센터도 문제다. 건축법 및 건축법 시행규칙은 지역건축안전센터에 건축사, 건축구조기술사를 의무적으로 각 1명 이상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자체 공무원의 부족한 전문성 보완을 위해 지역건축안전센터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입법 과정을 거친 것이다

하지만 지역 내 전문가 부족으로 센터 설치와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 인력 수급 현황, 채용 방식, 필요 예산에 대한 검토가 사전에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입법 목적 달성이 어려워졌다. 특히 건축구조기술사는 2022년 기준 전국에 1,204명에 불과하다. 현업 종사자 수는 그보다 더 적다. 대다수가 서울·경기지역에서 활동 중이다 보니 지방의 경우 구인난이 심각하다

국토부는 건축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개정안은 지역건축안전센터에 의무 배치하는 건축 분야 인력을 건축사 1명 및 건축구조기술사 또는 건축시공기술사 1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서는 국회법을 개정해 법률안에 대한 사전 입법영향분석의 시행 근거 마련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에 앞서 법체계와의 정합성, 입법 목저의 명확성과 적정성, 법령의 집행 가능성, 이해 관계자에 대한 영향 등을 중심으로 세부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문 인력 확보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도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입법영향분석을 위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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