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과 서양식 건물 어우러져 온 광주광역시 양림동 새로운 상징
역사적 공간 양림동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며 자리 잡아
설계자 김성우·이봉주 건축사 “도시와 시·공간 연속성 및 확장성 갖는 건축 지향”

해마다 전국 각 지역에서는 그 지역에서 새로 지어진 건축물 중 탁월한 작품을 선정해 건축상을 수여한다. 심사위원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시기마다 건축문화를 선도했던 작품들은 주변 환경과 함께 잘 숨 쉬고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 그 건축물들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담당했던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스물네 번째 작품은 2022 광주광역시 건축상 민간부문 우수상 수상작 ‘YANGLIM AVENUE’이다.

‘YANGLIM AVENUE’ 전경(설계=김성우 건축사·건축사사무소 공유, 이봉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위가 / 사진=김현수(HANS)
‘YANGLIM AVENUE’ 전경(설계=김성우 건축사 · 건축사사무소 공유, 이봉주 건축사 · 건축사사무소 위가, 사진=김현수(HANS))

 광주광역시 양림동(楊林洞)은 사직산과 양림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동남쪽 사면(斜面)에 자리 잡은 0.68 제곱킬로미터 규모의 주거 지역이다. 양림(楊林)의 어원은 버드름에서 시작됐는데, 버드림이란 산 능선이 밖으로 뻗어나간 것을 의미한다. 양림산에서 시작된 산 능선이 광주천에 닿은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양림동은 한옥과 서양식 건물, 근대화 시기 선교문화 유적지, 400년 된 호랑가시나무 등 여러 문화재가 어우러진 곳이다. 광주광역시의 양림문화마을 소개를 보면, 1904년 광주읍성 밖 광주천 건너에 있는 양림동에 유진 벨, 오웬 등 서양인 선교사들이 모여 교회, 학교, 병원을 개설함으로써 기독교 복음 전파의 터전이 만들어졌다.

광주시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이곳 양림동에 근대역사 문화의 보고, 살고 싶은 양림마을 만들기라는 비전을 앞세워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진행했다. 2022 광주광역시 건축상 민간부문 우수상 ‘YANGLIM AVENUE’(설계자 김성우 건축사 / 건축사사무소 공유, 이봉주 건축사 건축사사무소 위가)는 사업이 진행된 양림동 도시가로 활성화를 위해 지어진 건축물로 미래 양림동의 새로운 상징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건축물은 역사적 의미가 큰 이곳을 남북방향으로 가로지르는 역사적인 가로 좁게 맞닿은 경계에 자리 잡았다.

설계를 담당한 김성우·이봉주 건축사는 역사를 품은 땅의 역동적인 기운을 건축에 담고자 했다건축물이 정지된 물질적 덩어리가 아닌 대지 형상을 따르는 역동적인 형태로 구성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접지층의 필로티는 가로와 건축물이 만나는 외부적 성격과 동시에 내부적 성격도 가진 중성적 성격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설계자 김성우 건축사는 설계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면서 위가건축사사무소 소속 김대욱 씨에게도 특히 감사를 전했다.

다음은 설계자 김성우·이봉주 건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설계자 김성우·이봉주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Q. ‘YANGLIM AVENUE’을 설계하게 된 과정과 설계 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뒀던 점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광주광역시 양림동은 기독교 선교의 발상지로서 문화 유적이 산재해있으며, 근대 문물이 가장 먼저 들어와 문화를 꽃피웠던 곳으로 장소적 의미가 큽니다. 또한 독립운동의 거점이자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흔적까지 끊임없이 변화해 온 광주의 시간과 기억들이 적층 돼 있는 곳입니다. 본 프로젝트에서는 역사적 도시와 가로에 대한 건축적 태도로서 폐쇄적이지 않고 개방된 건축, 도시와의 시·공간적 연속성 및 확장성을 갖는 건축개념으로서 역사 가로와 상호작용하는 건축을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Q.
그렇게 염두에 뒀던 점을 어떻게 구현하셨는지요?

자연발생적인 가로구조를 갖는 양림동에서 가장 긴 통경축(400m)의 남북방향 가로에 접해있는 대지로서 시각적 개방감 그리고 조망점(양림교회)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건축선에서 셋백(Set-Back)해 건축물을 배치했습니다. 조절된 둘러쌈을 통해 보행 흐름을 늦추고 체류시간을 지연해 보행자가 더욱 풍성한 주변의 시·공간적 기억을 담아 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닫힌 노출콘크리트 정면 전면은 역사가로를 통한 양림교회로의 시각 축을 강조하기 위해 최소한의 개구부로 구성하고 무채색의 물성을 부여했습니다.

공공에 개방된 외부 계단, 옥상정원은 도심 속 전망대로서 기능을 하게 됩니다. 이는 수직적으로 확장된 가로로서 레벨에 따라 다양한 시각적 시퀀스를 제공하며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건축적 장치(anchor-facility)로 작동됩니다. 대지 형상에 따라 주변의 낮은 건물들을 감싸 안고 내부까지 확장, 연결된 수직 골목길은 주변의 경관을 실내로 끌어들여 다양한 시각적 소통 요소이면서 동시에 사적 영역을 유연하게 분리해 주는 완충공간의 기능을 갖게 됩니다.

접지층의 필로티는 가로에 건축물이 대응하는 외부이면서 동시에 반 내부적인 중성적 공간이 됩니다. 이는 보행자 시점에서 다양한 공간감을 갖게 하고 사람들이 접촉하여 만나는 방식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여 가로를 흥미롭고 활기차게 만들 것입니다.

외부에서 연결된 수직가로의 흐름을 바탕으로 내부 공간은 스플릿 플로어로 구성해 자연스럽게 흐르는 공간을 만들어 다양한 레벨의 변화를 통해 동적인 공간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의도했습니다. 단순히 공간을 층층이 나누는 단편적인 단면구조가 아닌 층의 구분이 모호한 흐름의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Q.
설계를 시작하면서 중점을 둔 설계의도를 설명해 주신다면?

양림동을 남북방향으로 가로지르는 역사적인 가로에 좁게 면한 동서 방향의 불규칙한 경계를 가진 땅으로서 그 땅의 역동적인 기운을 건축에 담고자 했습니다. 건축물이 정지된 물질적 덩어리가 아닌 대지 형상을 따르는 역동적인 형태로 구성되고 공간을 이루는 벽과 판들이 유영하듯 대지에 자리하도록 했습니다. 정지된 정물화가 아닌 입체파의 그림과 같은 시공간이 담긴 건축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Q.
최근 YANGLIM AVENUE에 들르신 적이 있는지? 있다면 그때 어떤 느낌이 드셨는지?

건축물을 실제로 체험했을 때 설계 시 의도했던 흐름과 시각적 시퀀스가 잘 구현된 것 같습니다. 반듯한 땅이었다면 이룰 수 없었을 역동적인 건축, 그러면서 시선이 외부로 확장되는 유연한 공간구조가 잘 실현된 것 같습니다.

Q.
지난해 수상이 건축사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역사적인 땅에 나름의 도시적, 건축 공간적 의도가 구현된 건축물로서 건축상을 받은 것은 그러한 설계의도 구현 노력에 대한 성과로서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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