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시 경쟁력 강화 위한 4대 핵심 전략별 55개 사업
한강 가치와 매력 활용한 글로벌 도시경쟁력 강화 바람직하나
“눈앞 단기 성과 급급해선 안 돼”
불필요한 랜드마크 조성, 건축 저작권 인식 재고 필요 목소리도

한강 주변은 도시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하에 꾸준히 랜드마크 사업이 이뤄지는 곳이다. 대표적으로 진행된 사업에는 노들섬, 용산국제업무지구, 세빛둥둥섬 등이 있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상반된 가치가 충돌되며 뜨거운 감자였던 한강 개발을 서울시가 또다시 공식화했다. 지난 3월 서울시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이하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의 도시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4대 핵심 전략별 55개의 사업을 추진한다. 자연형 호안·생태공원 재정비 교통시설 확충으로 한강 편의성 도모 조망 명소와 예술 공간, 축제 개최 한강과 연계된 도시종합개발 등을 골자로 한다. 여의도 강변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짓고 하늘공원 위에 초대형 관람차 서울링을 세우며, 노들섬은 예술섬으로 변신, 한강 공중으로 곤돌라가 다니게 된다.

프로젝트 발표에 앞서 서울시는 최근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 방안을 발표하며, 첫 대상지로 노들섬을 꼽았다. 더불어 프로젝트 전담 기구를 설립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에 신설하거나 별도 법인을 세우는 두 가지 안을 제시하며,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서울시의 행보에 건축계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한강이 가진 경제적 가치와 문화적 매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에 주목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 프로젝트가 정말 도시 정체성을 만드는 데 의미 있는 계획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

특히 노들섬 디자인 구상안이 지난 421일 발표되면서 충분한 교감 없는 기획된 일방향 쇄신을 비롯한 랜드마크 조성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다. 노들섬은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 방안의 공공분야 적용 첫 사업이자 예술 공간으로 조성될 곳이지만, 설계공모 당선과 번복 등 내홍을 겪은 바 있다. 서울시는 이번 공모를 진행하며 맹꽁이숲과 기존 건축물을 보존하는 방안과 전면적으로 새롭게 설계하는 방안을 모두 열어뒀으며 6월 구상안에 대한 전문가 자문과 시민의견 수렴을 거쳐 기본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 건축사는 노들섬 공모 지향성은 이미 서울시의 의도대로 편중됐을 것이라며 시민 포럼 형식이라면 더더욱 온라인 투표가 아닌 건축사, 도시 전문가, 서울시민과 토론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건축사는 노들섬의 자연 생태계를 보존하고 관리해 서울이라는 도시의 가치와 상징성을 보여주는 랜드마크로 가꿔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라인 강 중하류에 자리 잡은 독일 뒤셀도르프는 1960년대까지 석탄과 철강 산업으로 부유함을 자랑했으나 이후 철도와 항만이 쇠퇴하면서 침체기를 겪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어진 산업단지가 메디언하펜이다. 1989년부터 본격적으로 수변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해 상업·업무·주거복합단지로 조성하기 시작, 단계적 도시재생프로젝트로 인해 메디언하펜은 뒤셀도르프 지역 전체에 800여 개의 기업과 8,600개의 일자리 창출, 약 4억 유로의 투자유치 등을 이뤄냄과 동시에 수려한 도시 건축 디자인으로 많은 건축학도들의 필수 답사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Google)
라인 강 중하류에 자리 잡은 독일 뒤셀도르프는 1960년대까지 석탄과 철강 산업으로 부유함을 자랑했으나 이후 철도와 항만이 쇠퇴하면서 침체기를 겪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어진 산업단지가 메디언하펜이다. 1989년부터 본격적으로 수변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해 상업·업무·주거복합단지로 조성하기 시작, 단계적 도시재생프로젝트로 인해 메디언하펜은 뒤셀도르프 지역 전체에 800여 개의 기업과 8,600개의 일자리 창출, 약 4억 유로의 투자유치 등을 이뤄냄과 동시에 수려한 도시 건축 디자인으로 많은 건축학도들의 필수 답사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Google)

이와 더불어 서울시의 건축 저작권 인식에 대해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서울시는 최근 노들섬 디자인 구상안은 아이디어 공모 성격에 가까워 작품 간 장점을 선별적으로 취합할 수 있다고 말해 저작권 관련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일부 건축사는 아이디어 공모라 하더라도 설계 디자인은 건축사의 고유한 세계에서 나오는 것인데 이를 조합하겠다는 발언은 설계자·저작권자가 없는 건축물을 만들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건축 저작권 침해 문제가 불거진 서울링 문제도 여전하다. 원 저작권자인 우대성 건축사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대관람차의 기본형태는 원형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공의 영역이며, 기능적으로도 천년의문(관망탑, 전망대)과 서울링(대관람차)은 다른 구조물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대규모 시설물 건립이 아닌, 시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사업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나온다. 개발 논리보다 시민을 위한 공간부터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건축사를 비롯한 도시계획 전문가, 시민과 협의해야 하고, 도출된 사항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려는 기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수변공간을 활용한 해외 사례처럼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건축사는 충분히 활용되지 않고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는 쪽이 새로 건축을 하는 것보다 더 사회적 효과가 클 것이다라고 말했다.

독일 뒤셀도르프 메디언하펜은 수변공간을 활용한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꼽힌다. 뒤셀도르프는 1970년부터 2010년까지 3단계에 걸쳐 워터프론트 재개발을 진행했다. 전면 토지개발이 아닌 개별부지 단위로 계획을 세워 미래 수요자 중심의 개발을 시행했다. 또한, 라인강변 강변도로를 지하화하고 상부공간을 공원으로 만들어 대규모 오픈 스페이스로 조성했다. 공원 주변으로 특색 있는 문화시설과 건축 디자인을 유치해 도시 전체의 디자인도 개선했다. 뒤셀도르프에서 두 번째로 큰 보행자 전용도로인 라이우퍼프롬나드(Rheinuferpromenade)도 설치되었는데, 도심부와 수변공간의 연계성 강화를 위해서다. 보행자 전용도로의 주변 건축물 높이를 2~3층으로 규제해 수변경관의 개방성을 도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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