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 대표하는 복합문화시설로 자리매김

설계자 정효빈 건축사 “건축의 기하학적 선과 자연의 유기적인 선 조화 위해 노력”

건축주 윤경숙 대표 “마음의 휴식과 문화의 풍요로움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되길”

모나무르 전경 (사진=윤준환 사진작가)

국내 건축 문화를 이끌 다채로운 건축물들을 선정했던 한국건축문화대상, 해마다 심사위원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시기마다 건축문화를 선도했던 작품들은 주변 환경과 함께 잘 숨 쉬고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 그 건축물들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담당했던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그 여섯 번째 작품은 2020년 신진건축사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모나무르’(설계자 정효빈 건축사)이다. 

“사실 이 곳의 풍광이 다른 곳보다 뛰어난 점은 별로 없었습니다. 주변은 대부분 경작지였고 몇 개의 모텔 건물이 솟아있는 완만한 지형이었어요. 경관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건 원경으로 보이는 능선이 전부였습니다.”

의외였다. 보통 건축사들은 건축물을 둘러싼 환경을 소개할 때면 일부러라도 의미를 붙여 강조한다. 그리고 이러한 멋진 환경 속에서 어떠한 이유에서 건축물을 이런 모습으로 설계했다고 길게 설명한다. 

2020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모나무르’ 설계자 정효빈 건축사는 달랐다. 정 건축사는 멋진 건축은 의도된 자연을 잘 만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날 것 그대로의 자연이 아니라 풍경 속을 걸으며 자연을 만나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던 것이다. 

모나무르 카페 (사진=윤준환 사진작가)

정 건축사는 관람자가 입장에서 퇴장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시퀀스마다 의도된 경관을 체험하도록 신경 썼다. 충청남도 아산시 장존동에 위치한 ‘모나무르(Monamour)’는 그래서 각 건축물 동 하나하나뿐 아니라 설계자가 하나하나 계산한 배치와 동선까지 모두 설계다.

정효빈 건축사는 설계에 들어가기에 앞서 건축의 한계를 명확히 인지함으로써 자신이 생각했던 건축을 구현할 수 있었다. 정 건축사는 “우리가 아무리 유기적인 건축물을 만들어 낸다고 해도 그것은 인공적인 창작물일 뿐”이라며 “건축이 가지는 기하학적인 선을 더욱 강조하여 자연의 유기적인 선과 극명하게 대비시킴으로써 자연과 건축이 상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나무르’를 찾는다는 것은 정효빈 건축사가 고민해 창조한 경험을 함께 한다는 것이다. 김춘수의 유명한 시 ‘꽃’의 한 구절처럼, 충청남도 아산시 장존동 신정호수 근처 풍경은 정효빈 건축사의 고민을 거쳐 방문객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됐다.

“정밀하게 계산했지요. 그냥 날 것 그대로의 자연이 아니라 제가 만든 건축물과 어우러진 자연을 보여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 걸은 뒤 이 정도 시야에서 이러한 자연의 모습이 나타나면 좋겠다. 아! 이 건축물은 어떤 자연의 모습과 함께 하면 더 괜찮을 것 같다” 이런 것 말입니다. 

모나무르 산책로 (사진=모나무르 제공)

윤경숙 모나무르 대표와 정 건축사는 같은 학교에서 강의를 맡으며 서로를 알게 됐고, 모나무르 건축사와 건축주의 인연이 됐다.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나무르’는 ▲레스토랑(더 레드) ▲플라워 베이커리 카페(더 그린) ▲다목적공간 콤플렉스홀(더 골드) ▲갤러리(더 퍼플) 등 네 가지 건물들로 이뤄졌다. 

“어느 새 개관 3년이 가까워지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찾고, 또 당초 준비하며 예측되던 방향대로만 건축물이 이용되는 것이 아니다보니 설계 당시의 모습과 바뀐 부분도 있습니다. (그 변화가)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효빈 건축사는 최근 ‘모나무르’를 다시 찾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정효빈 건축사 그리고 모나무르 윤경숙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정효빈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모나무르 설계자 정효빈 건축사(HB건축사사무소)

Q. 사무소 위치가 서울인데 충청남도 아산에 위치한 ‘모나무르’와 인연이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정효빈 건축사(HB건축사사무소, 이하 정) : 건축주 윤경숙 모나무르 대표님과는 같은 학교에서 강의를 하며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렇게 동료 교수로 알고 지내다가 어느 날 모나무르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어릴 적 추억이 있는 고향 아산에 카페, 레스토랑, 예식 및 공연장, 갤러리 등을 갖춘 건물을 짓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게 모나무르와 인연의 시작입니다.

Q. 건축물이 들어서게 될 대지를 처음 본 느낌은 어땠나요?

정 : 평범한 농촌 풍경이었습니다. 대부분 경작지였고 모텔 몇 개가 들어와 있는 풍경이었습니다. 이 공간에 카페, 레스토랑, 예식 및 공연장, 갤러리 등을 갖춘 커다란 4층 건물을 설계해 달라는 게 건축주의 요구였어요.

Q. 완성된 건축물 배치는 건축사님께서 제안하신 것인가요?

정 : 예. 건축주님 첫 요구안대로라면 평평한 대지에 홀로 우뚝 솟은 덩치가 큰 모텔건물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건축물과 자연의 접점을 찾기 힘들 것 같기도 했고요. 그래서 다른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고민 끝에 호수가 많은 아산의 지역적 특징과 화강석 돌담이 매력적인 아산의 전통가옥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먼저 커다란 수(水)공간을 만들고 그 곳을 중심으로 건축물을 대지 곳곳에 흩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이리저리 콘크리트 벽과 돌담을 세워 사람들이 힘들게 돌아가게 만들었습니다. 평소라면 그냥 힐끗 보고 말 풍경이겠지만 건축물과 어우러져 특별한 포인트에서 만나면 다른 인식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지요.

Q. ‘모나무르’는 건축사님께 어떤 작품이며. 2020년 당시 수상이 건축사님께 어떤 의미로 기억됩니까?

정 : 건축사의 설계는 건축주의 요청이 있어야 시작됩니다. ‘모나무르’는 지금까지 제가 경험할 수 있었던 가장 거대한 규모의 설계였습니다. ‘자연과 균형을 맞추는 건축’이라는 제 지향을 실현하기에도 너무 좋은 기회였습니다. 제가 한 단계 성장했음은 물론이고요. 치열하게 고민하고, 고민한 내용에 대해 건축주와 소통하고 방문객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고 그렇게 만들어 낸 결과물입니다. 건축물 하나를 짓는 경험은 이전에도 많이 했었지만 이러한 복합시설을 설계할 기회는 없었거든요. 그래서 ‘모나무르’는 지금까지의 제 설계인생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앞으로 비슷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습니다. 2020년 당시 수상을 통해 제 이러한 노력이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습니다.

윤경숙 ‘모나무르’ 대표와의 일문일답 

윤경숙 모나무르 대표

Q. ‘모나무르’는 건립 후 2년 남짓 만에 아산을 대표하는 복합문화시설이 됐습니다. 이렇게 복합문화시설 건축을 고민하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윤경숙 모나무르 대표(이하 윤) : 오래전부터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와 모든 이들이 힐링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꿈이 있었습니다. 또한, 음악을 전공한 두 딸과 환경조형작가인 제가 꿈꾸고 누려왔던 문화예술의 풍요로움을 많은 이들이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공간으로 모나무르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Q. HB건축사사무소에게 설계를 맡기신 이유, 그리고 건축 당시 특별히 주문하신 내용이 있나요? 이외 정효빈 건축사님과의 협의 과정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모나무르 갤러리 내부 (사진=모나무르 제공)

윤 : 정효빈 건축사와는 같은 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알게 되었는데요. HB건축사사무소는 국내외에서 워낙 성과를 인정받은 곳이었고, 무엇보다도 젊은 건축사로 구성된 사무소였기에 현 트렌드를 잘 반영한 독창적인 문화공간에 대한 계획과 설계를 제시해줄 수 있을 거라 확신했습니다. 건축 당시에 특별히 ‘모나무르’만이 가질 수 있는 독창적인 수변공간과 갤러리 디자인 설계를 의뢰했었고 충분한 협의를 통해 기대한대로 공간이 잘 완성되었습니다.

Q. 개관 2년이 넘은 지금 건축주 측에서 원하신 대로 건축물이 잘 이용되고 있는지요? 

윤 : 네. 주 공간인 수변공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각각의 공간 모두 계획된 대로 잘 이용되고 있습니다. 특별히 상징적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아트 갤러리는 많은 관광객분들이 가장 선호하는 공간이지요.

Q. ‘모나무르’가 대중에게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는지요?

윤 : 마음의 휴식과 문화의 풍요로움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랍니다. 또한, 누군가의 기억 속에 오랜 시간 간직되길 바라며, 한 번의 방문으로 끝나지 않고, 다시 한 번 재방문 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Q. 바람직한 건축주와 건축사의 관계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윤 : 무엇보다도 소통 문제가 원활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아무래도 건축주는 비전문가이기에 협의 과정 중 의도한 바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생길 텐데요. 건축사와의 충분한 협의와 소통을 통하여 건축주와 건축사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건축 시나리오가 그려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