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묘동 귀금속 거리 자리 잡은 골드리아 사옥

설계자 김성우 건축사 “원래 생각대로 자리 잡은 것 같아 기뻐”

건축주 조현민 골드리아 대표 “믿고 맡기니 원하는 결과 나오더라”

직원 만족도 최고…다시 태어난 묘동 풍경 중 하나로 자리 잡아

국내 건축 문화를 이끌 다채로운 건축물들을 선정했던 한국건축문화대상, 해마다 심사위원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시기마다 건축문화를 선도했던 작품들은 주변 환경과 함께 잘 숨쉬고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 그 건축물들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담당했던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그 첫 작품은 지난 2019년 신진건축사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원석’(설계자 김성우 건축사)다.

정면외관 (사진=사람중심건설 이정우)
정면외관 (사진=사람중심건설 이정우)

서울지하철 1·3·5호선이 만나는 종로3가역 출구 중에는 큰 길을 마주하고 있는 1,2,14,15번 쪽 유동인구가 많다. 지금도 종로3가역 하면 15번 출구 앞에 있던 조흥은행과 서울극장을 먼저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7번 출구 앞 익선동과 묘동 일대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곳은 전통적으로 귀금속과 전통공예품 상가로 유명한 곳으로 젊은 세대보다는 중년 남녀의 발걸음이 잦던 곳이다. 이 지역은 2018년 한옥보전지구 지정 후, 레트로, 뉴트로 열풍과 맞물려 여러 세대 문화가 공존하는 핫 플레이스가 됐다.

한창 이곳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던 2019년 이곳에 말 그대로 가공 전의 원석 같은 건물이 자리 잡았다. 그해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 최우수상 수상작인 온라인 주얼리 쇼핑몰 ‘골드리아(GOLDRIA)’ 사옥이다. 출품명은 ‘원석’(原石, 아직 가공하지 않은 보석)이었다.

 

◆ “1년이 돼도 10년 된 듯한, 10년이 돼도 1년 된 듯한”

골드리아 1층 입구 
골드리아 1층 입구 

“종로 묘동, 돈화문로에 면한 땅에 귀금속 회사를 위한 매장과 사옥을 구상해주세요.” 설계를 맡은 김성우 건축사(건축사사무소 공유)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건축주 ㈜골드리아 조현민 대표는 건축물을 짓게 된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보석을 온라인으로 사도된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조 대표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온라인 구매 비중이 급속히 높아졌다. 시대변화에 맞게 주얼리 업체도 온라인 비중을 늘려야 하는데 보석은 아무래도 온라인으로 거래하기가 꺼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고객 누구나 와서 제품을 확인할 수 있고 저희 회사 사무도 함께 이뤄지는 사옥을 만들고 싶었다. 저와 우리 직원들 그리고 매장을 찾는 고객까지 모두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을 꾸미고 싶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1층 매장 (사진=김창묵)
1층 매장 (사진=김창묵)

“건축주의 취지를 살리면서, 역사적 가치가 높은 지역 종로에 들어설 건축물은 어때야 할까?” 김성우 건축사가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얻은 결론은 하나의 묵직한 매스의 원석을 1차 가공한 듯이 다듬어 기존 도시와 건물들 사이에 끼워 넣는 방법이었다.

주얼리 업체 사옥으로서 의미를 표현하되 단순한 유행에 머무르지 않고 오래도록 존재감을 이어갈 수 있는 건축물을 구상한 끝에 나온 결과다. 김 건축사는 지금 5·60대는 다 아는 옷 광고 카피처럼 “1년이 돼도 10년 된 듯한, 10년이 돼도 1년 된 듯한” 건축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설계도에 선을 하나하나 긋기 시작했다.

 

◆ 잘 ‘끼워진’ 건축물

골드리아 사옥 '원석' 2층 테라스 공간 (사진=골드리아)
골드리아 사옥 '원석' 2층 테라스 공간 (사진=골드리아)

완공 후 3년, ‘원석’은 건축주와 건축사의 바람처럼 잘 빛나고 있을까?

평일 오후 종로3가역 7번 출구에 도착해 ‘원석’을 찾은 기자는 건물을 지나쳤다. 미리 지도를 살펴 계산했던 시간보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지나쳤음을 알게 됐다. 오던 길을 1∼2분 정도 다시 돌아온 후에야 건물을 찾았다.

건너편으로 와서 건물 배치를 보니 마치 그곳에 오랫동안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외관의 색이나 마감재가 주위 풍경과 잘 어울렸다. 건축사의 의도대로 잘 끼워졌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5층에 마련된 직원 휴게공간 (사진=이정우)

건축물 지하 1층은 젊은 작가들을 위한 갤러리로 꾸며졌고, 1층은 매장, 2층은 고객라운지, 그리고 상층부 3∼5층은 사무소로 구성됐다.

김성우 건축사는 “1층 매장은 전면 도로변과 후면 정원으로 열린 투명한 공간으로 설계되었으며, 진열품의 밀도와 조도를 낮춘 차분한 전시장 같은 공간으로 계획했다. 2층 고객라운지와 연결되는 오픈공간 및 나선형 원형계단을 두어 방문객의 편의 및 건축적 체험의 공간으로 설계했다”고 전했다.

‘원석’은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모두 특징 있게 꾸며진 건축물이다. 특히 2층 고객라운지는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여유로운 여백의 공간으로 꾸며져 마치 경치 좋은 카페에 온 듯 편안함을 줬다. 골드리아 관계자는 “편히 1층 매장에서 물건도 보신 후 나선형 원형계단을 따라 이동해 2층에서 편하게 담소도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잘 이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벽돌 사이로 스며드는 반전의 빛  (사진=이정우)
벽돌 사이로 스며드는 반전의 빛  (사진=이정우)

3층에는 사무공간이 마련됐는데, 콘크리트 구조벽체와 천장을 그대로 노출해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으며, 4층과 5층 중앙에는 중정이 자리 잡아 마치 작고 아담한 호텔 로비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직원들에게 건축물의 만족도를 묻자 이구동성으로 “너무 좋다”고 대답했다. 특히 뭐가 좋냐고 물었더니 “답답하지 않아서”, “실내지만 마치 야외에 나와 있는 것 같아서”, “한 층만 이동하면 다른 풍경이 펼쳐져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건축주 조현민 골드리아 대표 그리고 설계를 담당한 김성우 건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건축주 조현민 골드리아 대표와의 일문일답

'원석' 건축주 골드리아 조현민 대표 (사진=위클리피플)
'원석' 건축주 골드리아 조현민 대표 (사진=위클리피플)

Q. 가장 궁금한 것이 이렇게 매장과 사무실 그리고 직원을 위한 휴게공간을 갖춘 사옥을 따로 만드시게 된 이유입니다.

조현민 대표(이하 조) : ‘신뢰’ 때문입니다. 2000년부터 초고속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온라인 판매가 대세를 이루게 됐는데요. 저희가 판매하는 것은 보석이잖아요? 다른 것도 아닌 보석을 온라인으로 산다는 것은 지금도 익숙지 않습니다. 귀금속 거리 한복판에 고객님들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믿음직한 사옥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Q. 김성우 건축사에게 설계를 맡기신 이유, 그리고 건축 당시 특별히 주문하신 내용이 있나요?

조 : 40대 초반의 감각 있는 젊은 건축사라는 점이 가장 컸습니다. 처음 만남을 가진 후에 제가 바라는 것들을 시대 변화에 맞게 잘 실현해 낼 역량이 있다는 신뢰가 들더라고요. 그리고는 맡겼습니다. 사실 제가 보석 판매에는 전문가지만 건축물 짓는 데는 문외한이니까요. 가끔 진행 상황에 대해 공유하는 것 정도 빼고는 모두 건축사님들께 맡겼습니다. 건축주의 역할은 건축사들이 뛰어 놀 놀이터를 제공하고 마음껏 뛰어놀게 하는 것까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노출콘크리트, 중정 등 아이디어도 건축사님 아이디어를 제가 전면적으로 수용해 나오게 된 것입니다.

Q. 건물이 지어진 지 3년이 지났습니다. 대표님께서 원하신 대로 건축물이 잘 이용되고 있는지요?

조 : 예 그렇습니다 금속 거리 중심에 ‘원석’ 모양의 멋진 사옥이 들어서면서 제 당초 바람대로 저희 업체에 대한 지명도와 신뢰도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또 익선동과 묘동 일대 새로운 풍경을 만드는데 사옥이 일조했다는 뿌듯함도 있습니다.

Q. 앞으로 건축물을 지으려는 건축주들에게 하실 말씀이 혹시 있으시다면?

조 : 가능한 한 건축물이 담당했으면 하는 역할을 명확히 정리해서 건축사님께 전달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건축 실무에 관련해서는 건축사의 전문성을 믿고 맡겼으면 좋겠습니다. 역할분담이 잘 되고 서로의 역할을 명확하게 하면 좋은 결과물이 나올 거라고 믿습니다.

설계자 김성우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내용을 입력하세요.설계자 김성우 건축사(건축사사무소 공유)
설계자 김성우 건축사(건축사사무소 공유)

Q. 건축물(원석)을 설계하시게 된 과정과 설계 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뒀던 점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성우 건축사(이하 김) : 지인 소개로 설계자 선정과정에 참여 하게 되었고, 건축주 미팅 시 진솔한 대화를 나눈 끝에 설계자로 선정되었습니다. 건축주의 첫눈에 들었다고 후에 들었습니다. 건축물이 위치한 ‘묘동’은 ‘종묘’가 위치한 동네라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또한 창덕궁 돈화문에서 내려오는 돈화문로에 위치한 건축물로서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종로의 이 땅에 과연 어떠한 건축물이 자리 해야 할까? 귀금속 사옥 및 매장으로서 어떠한 건축적 디자인이 되어야 할까? 이런 것들에 대한 고민이 초기에 있었습니다.

Q. 그 고민을 어떻게 풀어내셨는지요?

김 : 우선은 건축주분과 계약 후 바로 설계를 진행하는 것 보다는 2주 정도의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계약서에 도장 찍고 난 후. 근린생활시설은 주택에 비해 사용할 기능만 주어진다면 기본계획안은 법규 검토 후 하루, 이틀 만에도 대략 잡을 수 있습니다. 단, 귀금속 사옥으로서의 상징성, 종로의 역사성, 그리고 각종 까다로운 법규 제한요건 등을 어떻게 조우시킬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무줄눈 벽돌 주문 제작 모습 (사진=이정우)
무줄눈 벽돌 주문 제작 모습 (사진=이정우)

형태적, 표현적 디자인으로 먼저 다가가기 보다는 재료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 순간적 화려함보다는 오래도록 존재감을 갖고 그 건물을 사용할 사람들을 위해 어떠한 건축적 제안을 할 것인지 고민하였습니다. 그에 대한 나름의 해석으로서 골드바를 은유하는 브라운 톤의 콘크리트벽돌을 건축물의 주 재료로 선정하고, 보석을 초기에 원석에서 다듬듯 문화재 사선 등을 반영해 매스를 깎아내는 조형 그리고 내부에 중정의 요소 등을 담아내는 제안을 하였습니다.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김 : 주어진 땅의 논리 같은 것을 먼저 생각합니다. 땅은 그냥 빈 종이가 아니라 주변과의 관계, 역사, 시간 등 많은 것들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과거의 흔적도 땅을 파보면 나오기도 합니다. 이러한 땅에서 발견되는 단서 중 유효한 것을 발췌하여 건축의 논리를 만들고, 요구하는 기능을 함께 고려하여 설계를 시작합니다.

단, 그것은 거창한 무엇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땅의 형상이 특이하다면 그 자체일 수도 있고, 옆 건물들과의 관계일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단순히 땅을 보고 느끼는 건축사로서의 주관적인 감정과 해석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것은 때로 복잡함으로 귀결될 수 있어서 저는 비교적 단순하게 건축을 정리하는 편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불필요한 선 같은 것도 잘 긋지 않습니다.

Q. 그 지향점을 이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김 : 나름으로 종로의 땅에 담백하고 묵직한 건축물로서 잘 자리잡게 한 것 같습니다. 과하지 않게 오래도록 지속되는 건축물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최근 골드리아 빌딩에 들르신 적이 있는지? 있다면 그 때 어떤 느낌이 드셨는지? 

무줄눈 벽돌 시공 모습 (사진=이정우)
무줄눈 벽돌 시공 모습 (사진=이정우)

김 : 근처를 지날 때 가끔 보게 됩니다. 항상 부끄러움이 앞서죠. 이게 과연 최선이었을까 하는 건축사로서의 지속된 고민이 있습니다. 또한 건축주께서 표현하시는 말로 드림팀이 구성되었다 하시는데, 시공을 직접 맡아주신 사람중심 건설 이정우 대표님, 1층 매장과 2층 고객 라운지 인테리어 설계를 맡아주신 비트윈스페이스디자인 김정곤, 오환우 대표님. 이들의 도움과 열정이 생각납니다.

특히 시공사인 이정우 대표님은 바쁜 일이 끝나고도 사무실에 방문하기를 여러 차례 해주셨는데, 어느 날 건물 디자인 의도를 물어봐서 하나의 덩어리 같은 것을 구상했다 했는데 그에 대한 답으로서 벽돌을 무줄눈 공법으로 제안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모습으로 재탄생한 건물입니다. 인테리어 역시 건축을 잘 이해하고 과하지 않게 잘 해석해 주신 것 같습니다. 건축은 혼자 이룰 수 없음을 느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건축주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가 생각납니다.

Q. 2019년 당시 수상이 건축사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김 : 사무실이 종로에 위치하여 종로와 강북지역의 설계를 맡게 될 때마다 늘 힘들었는데, 그에 대한 노력의 보상인 것 같아 보람을 느꼈습니다. 나름으로 큰 상을 수상하게 되어 약간의 부담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긴장감으로서 긍정적 에너지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Q. 근래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김 : 특별히 어떤 것에 관심을 별도로 두어 그것을 설계에 적용한다는 것은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저는 건축사로서 늘 “0”에서 시작하고 싶습니다. 땅의 문맥이던, 형태이던, 재료이던, 프로그램이던 시작점이 “0”이고, 다시 마지막에 “0”으로 단순하게 끝마치려 하는 것 같습니다. 사무실 이름에 “空”이 들어간 이유입니다.

 

'원석'을 함께 만든 사람들
건축주: (주)골드리아(조현민)  

설계/감리: 건축사사무소 공유(김성우 건축사)
인테리어: (주)비트윈스페이스(김정곤,오환우)
시공: (주)사람중심건설(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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