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 우수상 ‘숭인공간’

전상현 건축사 설계…“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공간적 해법 모색”

1층 인근 주민 공유공간과 2∼5층 주거공간으로 분리

주거공간은 다시 사적공간과 공유공간으로 나뉘어

“전통건축 관심 통해 현대건축에서 발견하기 힘든 매력 찾고 싶어”

대한건축사협회가 주최하는 한국건축문화대상은 매년 준공된 건축물 중 우수한 건축물을 찾아 시상하는 동시에 변화한 건축 트렌드를 반영하는 새로운 건축물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의미도 갖는다. 신진건축사부문 수상작을 통해 현 시기 건축의 흐름을 파악하고 미래 건축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

신진건축사부문 수상자들의 생각과, 그들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함께 고민해 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숭인공간 북동측전경 (사진=스페이스메터건축사사무소)

서울시 종로구 숭인1동은 과거와 현재 주거형태가 공존하는 동네다. 새로 지어진 아파트 단지의 내부와 외부를 경계로 생활환경과 살아가는 모습이 크게 대조된다. 한 번 들으면 알만한 유명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커뮤니티센터’, ‘입주민 공용시설’ 등 이름의 부대 복리시설을 쾌적하게 이용한다.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안에 있는 경로당, 도서관, 카페 등은 공공이 제공해야 할 생활 인프라지만 민간자본이 단지 단위로 주택을 공급해 온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시설들도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 수단이 돼 버렸다.

숭인공간 동쪽전경 (사진=스페이스메터 건축사사무소)
숭인공간 동쪽전경 (사진=스페이스메터 건축사사무소)

이러한 이유로 숭인1동에서 최신식 아파트에 거주할 만한 경제력을 갖춘 이들은 편안한 차림으로 몇 걸음 옮기지 않고 외부와 단절된 여러 편의시설을 누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주민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전상현 건축사(*스페이스매터 건축사사무소)가 주로 설계한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 수상작 ‘숭인공간’은 이렇게 양극화된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동네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협소한 5층 건물에 공유공간과 공유주택, 두 가지 영역으로 구성된 건축물이다. (* 2019년 당시 전상현 건축사는 리원건축사사무소에서 김주연 대표 등과 함께 설계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상은 리원건축사사무소에 주어졌다.) 

​숭인공간 1층 공유공간 (사진=스페이스메터 건축사사무소)
​숭인공간 1층 공유공간 (사진=스페이스메터 건축사사무소)

숭인공간 1층은 소통 공간으로 지역 주민들이 언제나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반면 1층은 소정의 이용료만 부담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유공간이다. 이곳에선 스터디 모임부터 친목 모임까지 다양한 모임을 할 수 있다. 

숭인공간 주택주방 (사진=스페이스메터 건축사사무소)
숭인공간 주택주방 (사진=스페이스메터 건축사사무소)

공유 주거란 물론 경제적 이유로 탄생한 주거 유형이다. 지금까지는 없던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주거 유형이라기보다는, 과거의 셋방살이처럼 최소 주거 단위의 방을 임차하는 형태의 주거 유형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공유 주거는 과거의 셋방살이와 달리 삶의 최소면적을 확보하는 것 이상의 질적 배려를 요구한다. 삶의 질에 대한 의식이 상향 평준화된 결과이나, 대부분의 공유 주거는 아파트나 다세대주택 같은 기존의 주거 공간에 담겨 그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숭인공간 주택복도  (사진=스페이스메터 건축사사무소)
숭인공간 주택복도  (사진=스페이스메터 건축사사무소)

이에 대한 고민의 결과를 담아 숭인공간 2층부터 5층까지는 젊은 층의 유입을 유도할 청년 공유주택이 들어섰다. 2∼5층은 사적 공간과 공용 공간으로 나눠진 주거 공간으로 꾸며졌는데, 방은 사적 공간으로 거실은 공적 공간으로 명확하게 나눠 입주자의 사생활도 신경 써서 보호했다. 

전상현 건축사는 “협소주택 규모에서 거주자들의 소통은 혼자만의 시간이 보장된 쉼터(각자의 방)가 있어야 한다. 사적공간과 공적공간의 구분이 명확하기에, 거주자들은 두 공간을 각기 특성에 맞게 꾸미고 이용하며 더욱 더 가치 있는 주거생활을 완성해 간다”라고 말했다. 

숭인공간 테라스 (사진=스페이스메터 건축사사무소)
숭인공간 테라스 (사진=스페이스메터 건축사사무소)

조종수 심사위원(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교수)은 심사평을 통해 “좁은 계단을 통해 지속적으로 열려있는 자연과 조우하도록 유도하고 있고 각 층마다 사용자를 반기는 단일공간의 위력은 협소주택만이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임을 건축사는 말하고 있다”라며 “좁은 공간을 분할하고 이에 환경을 끌어 모든 실에서 조우하게 하는 동시에 좁은 공간 속에 피어나는 기능적 공간들을 보며 건축사의 깊은 노력과 치밀함이 압권인 작품”이라고 작품을 평했다.  

다음은 김주연 건축사와 함께 ‘숭인공간’ 설계를 담당한 전상현 건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전상현 건축사(스페이스메터 건축사사무소)
전상현 건축사(스페이스메터 건축사사무소)

Q. 수상 축하드립니다. 수상작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십시오.

76제곱미터의 작은 대지에 지어진 숭인공간은 법적으로는 근린주택, 규모상으로는 협소주택 그리고 용도상으로는 공유주택입니다. 숭인공간은 각자의 풍경, 채광, 통풍을 누릴 수 있고 선택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공유주택입니다. 숭인공간은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공간적 해법을 제시하는 건축입니다.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미학적 성취와 더불어 건축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해왔습니다.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공간의 감흥과 사회적 역할이 상호보완하는 건축을 하는 것입니다.

Q. 그 지향점을 이번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나름 반영하려 노력했습니다. 충분히 반영됐는지는 이용자들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공유주택의 운영이 불가한 바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받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향후를 기대해 봅니다.

Q. 근래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잊고 있었던 전통건축을 다시 보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닮으려고 애썼던 서구건축에서 한 발짝 물러나 우리의 옛집을 들여다보니 좋은 건축의 실마리가 보입니다. 단순한 요소의 차용을 넘어 현대건축이 갖기 힘든 매력을 공간에 녹여내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