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축교육시스템 개선 방안 연구’ 중간 연구 결과 발표
대한건축학회 건축교육혁신원 주최, 대한건축사협회 등 참여 공청회도 개최
대한건축학회 건축교육혁신원은 3월 3일 오후 4시 서울시 서초구 건축센터 지하1층 강당에서 ‘국내 건축교육시스템 개선 방안 연구’의 중간 연구 결과 발표 및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송복섭 대한건축학회 대외협력 담당이사(한밭대학교 교수)가 지난 연말부터 진행한 ‘국내 건축교육시스템 개선 방안 연구’ 중간 발표와 더불어 류성룡 대한건축학회 건축교육혁신원장(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의 사회로 다른 교수들과 대한건축사협회와 한국건축가협회, 새건축사협의회 등 건축사 관련 단체의 생각을 나누는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대한건축사협회에서는 오종열 건축사(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시험제도 개선위원회 총무위원)가 토론자로 참여해 협회의 입장을 피력했으며, 건축학교육 프로그램 인증을 담당하는 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이하 건인원)의 입장은 남정민 고려대학교 교수와 성주은 건인원 사무총장(연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온라인 참석)이 전했다.
한국건축가협회에서는 박희찬 스튜디오 히치 대표가 새건축사협의회에서는 박현진 HJP아키텍처 대표(새건축사협의회 총무위원장)가 참석했다.
발표에 나선 송복섭 교수는 먼저 학제 별로 국내 건축교육시스템을 분석하고 이 분석을 근거로 건축학교육시스템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송 교수는 먼저 연구배경에 대해 “2004년 도입된 건축학교육인증은 건축학교육을 ‘5년제’와 ‘건축전문대학’원 체제로 개편했는데, 도입 20년을 바라보는 지금 교육의 질이 전반적으로 향상되었다는 평가와 함께, 업계가 요구하는 인재를 적절히 공급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성과 개선 요구 등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 송 교수는 “의료공간디자인 등 특성화 기반 건축관련학과도 시대적 수요에 따라 분화하고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현실에서 2, 3, 4년제 교육과정 졸업자가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학업과정을 새로 수행해야 한다”면서 “편입 절차를 거쳐 인증시스템이 있는 대학에서 건축사에 도전하는 학생들에게 학점 등 교육과정 차이는 큰 제약 요소로 작용한다”고 짚었다.
송 교수는 “4년제 건축공학과 및 실내건축 등 기타 건축관련학과는 100여개 학과 입학생 3,700여 명이며 이중 건축사사무소로 진출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개설하는 학과는 50여 개 학과, 2,100여 학생들로 건축관련학과 전체의 58.5%”라며 “4차 산업혁명, 창의융합인재 양성에 맞추어 특성화, 융복합 과정으로 스마트시티건축학과, 그린스마트건축공학과, 융합건설시스템학과(도시, 건축, 건설), 스마트건축구조설계기술 등 교육과정이 개설돼 공학기반 건축사들도 활동하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라면서 “리모델링 등 건축과 실내건축 분야의 협업 및 업무 증가로 건축과의 경계를 개방하여 디자인 역량을 확장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건축사 자격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5년제 건축학과의 학제가 건축학교육인증 기준에 맞추다보면 경직될 수밖에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이번 연구의 제언이다.
2, 3, 4년제 학교에 진학한 후에 건축사 자격시험으로 희망 진로를 변경할 수 있으며 건축사시험 응시를 염두에 두고 5년제 건축학과에 입학했더라도 입학 후 개인 적성과 사회적 변화 등의 이유로 진로가 수정되거나 변경될 수 있지만, 현재는 양쪽의 교육 과정이 너무나 경직돼 있어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학제, 교육과정, 진로 선택의 경직성을 해소하고 다양한 교육과정이 운영될 수 있도록 개편 ▲4차 산업혁명 등 신기술 출현과 융·복합 요구에 대응하는 유연한 건축설계 교육과정 편성 ▲인증제 졸업 50% 정도만 건축설계분야로 진출하는 현상에 대학 분석, 교육목표 재검토 ▲건축설계 분야 실무인력 이탈과 4년제 이하 졸업자의 신규 진입 감소에 따른 인력난 대응 ▲형평성이 고려된 최소 교육기준 마련으로 2, 3, 4, 5년제 및 대학원 학제의 교환적 이수체계 확보 건축전문대학원 확대, 교육 중심 일반대학원 활성화 ▲특수대학원 제도 활용 야간, 주말, 계절제, 사이버 등 다양한 특별교육과정 운용 ▲지역 거점 네트워크형 건축학교육인증 프로그램 대학원 공동교육과정 운용 등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제안내용의 주요 사항을 보면 ▲2년제 전문대학 건축전공자들에게도 실무수련 자격 기회를 부하는 최소교육과정을 제안하고 건축학교육인증자격 (만점)기준 완화 차원에서 ▲총 이수학점을 160학점에서 150학점으로 줄이고 ▲설계영역 이수학점은 50학점에서 40학점(학점:시수 1:2 기준 5학기 이상부터 적용)으로 줄인다.
또 실무경력기간과 추가 특별과정 교육에 의한 대안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설계 부족분의 경우는 부족 학점의 1.5개월만큼 실무경력을 요구하거나 특별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이론 부족분은 부족 학점의 교과 관련 실무경력으로 인정하거나 특별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오종열 건축사(대한건축사협회)는 “과거 중동 건축 붐에 일었을 때는 교육 받은 인력이 부족해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고 인원을 늘리는데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했다”라며 “하지만 지금은 건축설계가 3D 업종으로 인식되면서 5년제를 졸업하더라도 건축사에 도전하지 않는 비율이 너무나 높다. 건축사는 건축에 관련된 모든 사항을 조율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은 존재로서 2∼3년제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건축사 시험에 도전할 수 있도록 2∼3년제 교육 과정도 인증 받을 수 있게 문호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희찬 대표(한국건축가협회)는 “지금은 지방이든 서울이든 상관없이 인력난을 겪고 있으며, 좋은 인력을 공급하는 것이 핵심 문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모자란 학점을 실무능력을 통해 대체할 수 있게만 한다면 우리가 애초에 건축학교육인증제도를 도입하는 데에 합의한 정신에 어긋나는 것 같다. 도입 취지를 최대한 지켜가면서 개선을 할 수 있는 부분은 형평성이 고려된 최소 교육기준 마련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현진 대표(새건축사협의회)는 “인증 후 교육과정이 상향평준화 됐다는 것은 인정하는 부분”이라며 “2∼3년제 전문대학의 경우, 과정 전체를 인정하는 것이 힘들다고 하더라도 그 중 설계학점의 경우만이라도 인정해서 연속성을 보장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남정민 교수는 “토론자들의 지적한 사항에서 바로 잡을 것이 있는데, 현재도 졸업학점에 대한 명시적 기준은 없다. 모든 것이 정성적인 평가다. 또 학생들에 대한 수행평가 기준도 정성적이다. 따라서 실제로 건축학교육인증이 경직적이라는 것은 오해다. 따라서 인증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를 운용하는 주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 교수는 “2∼3년제 대학의 경우도 인증 대상으로 넣어달라는 주장부터 할 것이 아니라 먼저 변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결과를 보여야 형평성에 맞는다”고 덧붙였다.
경기과학기술대학교(3년제) 신동규 교수는 “봉직하고 있는 경기과기대는 120학점 중 100학점이 전공과목 이수학점이라 4년제보다 오히려 전공 이수학점이 많으며, 여러 변화 노력을 통해 지금 당장 인증을 받더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많은 개선을 이뤘다”며 “교육과 실무의 비율을 다르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교육의 비중을 너무 높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의견을 내왔다.
성주은 건인원 사무총장은 “5년제 교육의 경직성 지적에 대한 지적이 많은데 아직 인증제도가 자리 잡아 가는 과정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라며 5년제 입학생의 일부만 건축사 자격시험에 응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인증제도의 목적은 건축사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요구되는 소양을 갖춘 건축전문인을 배출하는 것이며 그중 하나가 건축사다. 따라서 건축사 응시 비율로 인증제도의 효과를 판단하는 것 자체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2∼4년제 졸업생 건축사 지망생에 어떻게 응시기회를 줄 것인가?
한국 대학 건축교육, 2∼3년제와 4년제, 5년제로 나뉘어
2∼3년제는 실무, 4년제 학술, 5년제 전문자격사 중심 편제
2∼4년제 졸업생에도 기회 줘야 한다는 총론엔 공감대…방법에는 다양한 의견
2∼4년제 대학 “학제별 특징 살리며 연계 체계 확보 필요”
건인원 “교육이력평가 이미 존재, 공식 연계체제는 5년제에 대한 역차별”
우리나라 대학의 건축 관련 교육은 2∼3년제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 그리고 건축학교육인증을 받은 5년제 대학과 대학원이 나눠 담당하고 있다. 이중 5년제 건축학인증대학을 제외한 학위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에게도 건축사 자격시험 응시기회를 어떻게 줘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현재 건축사가 되기 위해서는 이중 건축학교육인증을 받은 5년제 대학에 입학 또는 편입해 졸업한 뒤 3년 동안 실무수련을 받거나 학사 학위 취득 후 인증을 받은 대학원으로 진학해 졸업한 뒤 실무수련을 받아야 한다.
2019년까지는 건축사예비시험 제도가 있어, 건축학교육인증을 받지 않는 대학을 졸업한 건축사보가 스스로의 힘으로 건축사시험 응시자격을 갖출 수 있는 길이 있었지만 이제는 건축사시험에 응시하려면 인증 받은 5년제 대학이나 대학원으로 편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편입이나 진학의 어려움 등으로 5년제 졸업자가 아니면 사실상 응시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또 근본적으로 2∼3년제 전문대학과 4년제 건축공학과의 경우 건축설계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과정이 아니기에 현재 건축학교육인증 기준에 부합하기가 쉽지 않다.
2∼3년제 전문대학은 연구자나 전문자격사를 배출하기 보다는 교육을 받은 후 실무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실용적 측면의 교육을 주로 담당한다. 그래서 교육과 실무가 병행된 커리큘럼이라고 할 수 있는데, 따라서 대학 과정 중 건축설계로 진로를 바꿀 경우 편입하더라도 설계 관련 과목 시수가 모자라 1년가량 학업을 더 이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4년제 건축공학과 및 실내건축·기타 건축 관련 학과는 100여 개 학과 입학생 3,700여 명이며, 이중 건축사사무소로 진출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개설하는 학과는 50여 개 학과, 2,100여 학생들로 건축 관련 학과 전체의 58.5%를 차지한다.
2∼3년제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들은 소속 학생들이 건축사 자격시험에 도전할 수 있는 연계체계를 공식화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앞으로 2∼4년제 대학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시대 변화에 맞춰 5년제 학과들이 개설하기 힘든 다양한 교육 과정을 개설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렇게 다양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건축설계로 진로를 정하고 적정한 교육을 받아 건축사가 될 수 있는 프로세스가 생기는 것이 건축의 질을 높이는 데도 결과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건축학교육인증을 담당하는 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 관계자는 “2∼4년제 대학을 졸업한 건축사 지망생들에게 응시 기회를 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건축계의 뜻을 모아 건축학인증제도가 실시된 지 벌써 오랜 세월이 흘렀고 5년제 졸업생들도 이미 많이 배출된 상황에서 다시 2∼4년제 대학 과정에 공식적으로 인증을 부여하는 것은 힘들다”라며 “현재도 개개인에 대한 교육이력평가를 통해 건축사시험 응시 기회를 주고 있다. 교육이력평가 제도를 좀 더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