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에서 많은 건축사들이 겪는 어려운 점 중 하나가 건축 관련 법 해석에 대한 부분이다. 건축법령뿐 아니라 관련 법률들이 시대변화에 맞게 개정·보완돼야 하나 오히려 역행하는 일이 다반사다.
건축 관련 법규 상당 내용을 보면 대부분 허용된 것만 가능한 포지티브 방식을 취한다. 경우의 수나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든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판단은 애매해질 수밖에 없다. 건축 관련 법 조항들의 의미·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유권해석 여지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인허가 담당 공무원들은 소극적·부정적 태도를 보인다. 그로 인해 일선 건축사들이 곤혹스러워질 뿐만 아니라 때로는 인허가 담당 공무원들과 대립각이 형성된다.
문제 발단은 같은 법을 두고 담당 공무원들마다 해석이 제각각일 때다. 분명 대한민국 건축은 일관되고 통일된 법 적용을 받아야 마땅하나, 법 적용을 확인하고 인허가권을 가진 담당 공무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거나 경우에 따라선 인허가 시 법 적용과 준공 시 달리 해석하는 경우, 본의 아니게 불법 건축을 주도하는 건축사가 돼버리는 수도 있다. 처리 기간이 오래 걸려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에 따른 막대한 경제적 손실 역시 적지 않다.
담당 공무원들도 유권해석을 내려 적용해 주고 싶어도, 법에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부분을 직권으로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 나중 감사를 받을 때 책임 문제에 휘말릴 소지가 있을뿐더러 문제 시 징계를 받을 수 있어서다.
법령 해석이 지자체마다 다른 것도 모자라 심한 경우는 준공 후 불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아예 인허가 자체를 막을 때다. 사용자의 이유로 실내 층고가 일정 높이 이상인 경우 나중에 복층 우려가 있다고 인허가를 내주지 않거나, 다락방 규정을 어길 것 같다고 다락방을 아예 허가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이 경우 모두 사후 관리에 따라 고발 조치 또는 시정명령으로 바로잡을 수 있음에도 관리가 어렵고 인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전에 봉쇄돼 버리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건축의 의장적 구성으로 설치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 역시 분명히 공작물 관련 법규가 있음에도 건축법규인 대수선 적용으로 집행한다. 담당 공무원의 유권해석과 직권 처리가 가능함에도 창의적 대안과 사고가 원천 차단된다.
대개 정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유권해석 질의응답을 해보지만, 전술한 바와 같이 직접적인 답변을 받기보다는 지자체에 떠넘겨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 과정에서 민원인과 건축사는 시간·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에 더해 본질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얻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게 된다. 이 또한 국가적 손실이다.
의무가입이 통과되고 시행되는 시점. 이제는 건축 관련 법규 유권해석에 있어 일선의 건축사들이 중심에 서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애매하고 복잡한 건축 관련 법규를 가진 대한민국의 제도와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있어 건축사들이 전면에 나서야 하고, 더 늦기 전에 정부와 협회가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여 일선 법령 해석 혼선을 최소화하는 것이 마땅하다.
- 기자명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 입력 2022.03.0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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