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용 문제와 “불편하다”는 인식, 극복 과제로 남아

뉴트로, 제4차 산업혁명 등 여건변화에도 적응해야

펍으로 변신한 한옥, 서울 창신동 크래프트비어스 (사진=건축공간연구원)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와 건축공간연구원(auri)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건축자산의 보전·활용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 목표, 추진전략·과제를 담은 ‘제2차 건축자산 진흥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올해부터 시행 중인 ‘제2차 건축자산 진흥 기본계획’은 지난 2010년 즈음 ‘정책대상으로서의 한옥’ 개념이 처음 도입된 후 10년간의 한옥정책을 뒤돌아보고, 제기된 문제점을 보완해 건축자산으로서의 한옥의 가치를 제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건축공간연구원(auri)는 최근 펴낸 ‘한옥정책, 지난 10년 앞으로의 10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2007년 ‘한(韓) 스타일 육성 종합계획’이후 지금까지의 한옥정책을 평가하고, 현재 우리의 현주소를 진단하는 한편 ‘제2차 건축자산 진흥 기본계획’을 중심으로 미래 10년의 한옥정책을 내다봤다.

보고서의 내용을 세 꼭지로 나눠 소개한다.

싣는 순서
① ‘정책대상으로서의 한옥’ 이후 지난 10년은?
② 한옥정책 현주소와 당면 과제
③ 한옥정책, 앞으로의 10년

‘정책수단으로서의 한옥’ 이후 지난 10년. 사극(史劇)이나 농촌 관련 프로그램에서만 이따금 등장하던 한옥은 한 층 더 우리 생활 속으로 다가왔다.

2019년까지 1만 동에 가까운 한옥이 새롭게 지어졌으며, 신기술을 바탕으로 전통의 멋스러움을 살리되 현대인의 생활양식에 걸맞은 새로운 한옥도 많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여전한 건축비용 문제와 “한옥은 아무리 개량됐더라도 불편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 그리고 수요를 따르지 못하는 한옥 체험 기회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최근에는 ‘뉴트로’ 열풍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혁신 기술의 도입 등 여건 변화에 대한 대응도 요구되는 상황이다.

◆총 건축물의 0.4%가 한옥으로 지어져

2010년 新 한옥플랜이 발표된 후, 2011년부터 2019년까지 9년간 9,727동의 한옥이 지어졌다. 매년 1,000동 넘게 늘어난 것이다.

auri는 “9,727동은 같은 기간 지어진 총 건축물 수 2,245,115동의 0.4%에 해당하는 수치로 의욕적으로 추진된 한옥 관련 정책의 결실로는 부족할 수 있다”면서도 “매년 건축되는 건축물 1,000동 중 4동이 한옥으로 건축된다고 생각하면 이전보다 고무적인 성과라고도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절반이 주택으로 지어져…관심도는 점차 떨어지는 추세

용도별로 보면 절반에 가까운 49.2%(4,493동)가 주택으로 지어졌으며 근린생활시설이 32.7%(3,481동), 종교시설, 공장 및 창고시설 등 기타 순이었다.

2019년을 기준으로 한옥 공공건축물은 모두 2,536동으로 정통한옥은 1,469동, 현대한옥은 1,046동이었다.

한옥 건축이 활발해지면서 2020년 8월을 기준으로 한옥 관련 조례가 제정된 지자체는 모두 109곳으로 늘었으며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이어진 지방자치단체 한옥지원사업을 통해 지원된 건수는 모두 1,230건, 지원금액은 382억 6,000만 원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2010년 한옥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뒤 2013년 87.1%까지 상승한 국민들의 관심도는 2016년 83.1%로 약간 떨어진 데 이어 2018년 조사에서는 67.8%로 15% 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자, 공급자 모두 높은 건축비용에 부담

한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던 2000년대 초반부터 한옥의 보전․보급의 가장 큰 장애요인은 부담스러운 건축비용이었다.

국가한옥센터에서 2013년, 2016년, 2018년에 시행한 ‘한옥의 인식 및 수요특성 설문조사’ 중 한옥의 단점을 묻는 질문에도 ‘주택비용이 비싸다’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옥 구매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도 ‘구매비용’이었다.

한옥 진흥 정책 추진과 함께 가격을 절감하기 위한 노력으로 한옥 시공 매뉴얼 개발, 한옥기술개발 등 많은 노력이 이어졌지만 고가의 건축비용은 아직도 한옥 거주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수요자의 입장에서 고가의 비용을 들여 한옥을 건축하게 되면, 한옥을 짓는 공급자는 수익을 원활하게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한옥 건축비용은 인건비, 재료비, 경비로 구성되는데, 높은 건축비용에도 불구하고 시공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것은 재료비, 경비의 문제로 판단된다.

한옥 건축의 특성상 규격화된 자재 사용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건축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재료비, 경비 절감에 대한 해결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해결방안으로 다량의 건축자재를 생산하고 원활한 공급을 위해 한옥에 사용되는 부재의 표준화와 산업화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기술개발로 성능 개선됐지만, 한옥 춥고 불편하다는 인식은 여전


한옥기술개발로 여러 성능개선 효과가 나오고 있지만 한옥이 여전히 춥고 불편하다는 인식은 여전하다.

지난 2009년부터 한옥의 건축비용 절감, 성능개선을 목표로 한옥기술개발 R&D가 추진돼 왔으며, 건축비용 절감과 환경성능, 기밀성능 등 거주성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성과가 발표된 바 있다.

2009년 12월부터 2013년 9월까지 이어진 1단계에서는 한옥의 거주 성능 확보와 건축비 절감을 주요 추진 목표로 3.3제곱미터당 1,200만 원에서 1,500만 원이 소요되던 한옥 건축 비용을 절반가량인 700만 원 대로 낮추고 현대적 거주 성능 확보와 지속적인 유지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등 기술개발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140개 부위별로 적용기술이 개발됐고 공정, 내역, 물량자동화 프로그램, 시방서 개발로 공기단축과 현장관리 효율화에 의한 건축비 절감효과가 나타났다. 또한 한옥 구조 부재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 개발로 합리적으로 부재단면을 산정할 수 있게 됐고, 내진 성능 향상을 위한 기초와 초석, 기둥, 층간 기둥과 기둥을 고정하는 철물 개발을 했으며, 한옥의 주구조재인 원목의 뒤틀림, 갈라짐, 변형, 불규칙한 구조성능을 극복하기 위한 간벌재를 활용한 대단면 집성기술 개발 그리고 전통이음맞춤 대비 강성이 6~10배 향상된 이음맞춤법도 개발됐다.

지붕공사 비용을 낮추기 위해 건식공법의 경량한식토기와를 개발해 기와 수량과 지붕중량을 낮춰 공사비를 낮춰 공사비를 최대 30% 절감하는 효과가 나타났으며, 지붕의 내진성능을 확보하기 위한 내진한식토기와 보형물을 개발했다.

하지만 개발된 기술 중 내진성능 향상을 위한 접합 철물은 생산설비를 갖출 수 없어 제작단가에 의한 건축비 상승이 문제로 나타났으며 원목의 구조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된 집성목은 원목에 비해 고가인 단점이 있고, 목재시스템 창호 역시 제작단가가 전통창호에 비해 1.5배 높게 나타나 성능목표는 달성했지만 비용적인 측면에서 효과를 얻지 못했다.

◆2020년대 한옥정책이 당면한 여건변화

보고서는 2020년대 한옥정책이 맞이할 여건변화를 사회경제적 측면과 정부의 정책 추진 측면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는 먼저 ‘뉴트로(New-tro)’ 현상에 주목했다.

레트로(복고, Retro)가 중장년이 자신이 겪은 지난날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것이라면 뉴트로는 과거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이 옛것에서 신선함을 찾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뉴트로 흐름은 한옥 정책에도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단순히 과거를 파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빌려 ‘현재’를 파는 것으로, 이를 위해 본질은 유지하되 재해석을 통해 현대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뉴트로 흐름이 반영된 대표적인 한옥 관련 사례가 ‘익선동 한옥마을’이다.

‘익선동 한옥마을’은 조성된 지 100년이 넘는 한옥마을로 옛 한옥을 카페, 음식점, 상점, 슈퍼 등 다양한 상업시설로 활용 중이며 뉴트로의 감성을 가진 이들의 발길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개발의 패러다임도 대규모, 전면적 개발에서 소규모, 점진적 개발로 바뀌었다.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에 따라 (재)개발은 설득력을 잃고 도시재생 사업을 통한 소규모 점진적 개발의 도시 재생·관리 방식이 정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시재생사업이 2007년 한국토지주택공사 도시재생사업단 출범을 시작으로 논의가 시작됐으며, 2013년 12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이어 지난 2017년부터는 정부 지원을 대폭 확대한 도시재생뉴딜사업이 전국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기술·환경적 여건변화로 ‘제4차 산업혁명’에 따른 혁신기술의 도입과 확산을 꼽았으며 한옥기술개발 국가 R&D추진과 성과 확산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옥 진흥 관련 국정과제’, 여러 정부 부처서 추진

정책적으로는 ‘한옥 진흥 관련 국정과제’가 이전 시기와는 다르게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먼저 국토교통부를 통해서는 도시재생사업에서 한옥 등 건축자산 활용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역 내 방치된 한옥이나 창고·공장 등을 지역 거점시설로 활용하고자 하는 계획을 수립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으며, 2018년부터는 도시재생뉴딜사업에서 ‘건축자산특화형’ 사업을 본격적으로 도입하여 한옥 등 건축자산의 체계적인 보전·활용을 통해 지역의 사회·경제적 재생을 도모하고 있다.

아울러 국토부는 건축물 안전 등을 위한 규제 강화에도 나서고 있는데 이는 한옥 건축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화재, 지진 등의 재해로 인해 건축물 내진설계 기준 강화, 화재안전성능 강화,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 등 건축물의 안전 확보 및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건축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날로 강화되는 건축기준을 충족하기 힘든 한옥 건축은 점점 어려워질 전망이다.

특히 2017년 10월 ‘건축법 시행령’ 개정으로 구조안전 확인 대상이 단독주택으로까지 확대되면서 한옥주택 건축의 어려움이 발생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 10월 ‘소규모건축구조기준-전톡목구조’가 제정됐다. 하지만 제정된 구조기준은 모든 한옥에 적용 가능한 사항은 아니어서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한옥 진흥 정책과 관련하여 한류, 역사·문화 등 한국 고유의 문화자연유산 등의 활용·지원 사업, 지역 고유 문화자산을 활용해 도시브랜드 창출 등을 위한 생활문화시설 등의 인프라 확충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제1차 문화도시 7개소를 지정하였고, 2019년에서 2022년 총 30곳 내외의 문화도시를 지정하여 도시별 최대 5년간 20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에서는 정책대상인 문화재뿐만 아니라 역사문화자원을 발굴, 보존·활용을 위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부터 5년에 걸쳐 전국의 역사문화자원 발굴을 위한 조사를 수행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는 근현대 시기에 형성된 거리, 마을, 지구 등의 지역을 대상으로 역사문화 공간의 문화재 보존, 활용기반 조성을 목적으로 지역을 등록문화재로 등록 후 종합정비계획 수립을 통해 지역 내 문화재와 역사문화자원의 보존․활용을 추진 중이다.

대표적인 정책 추진 사례로는 2015년부터 추진한 4개 고도(古都) 지역(공주, 부여, 경주, 익산)에 대한 ‘고도이미지찾기 사업’을 들 수 있다. 이 사업은 고도지구 안에 고풍스러운 경관을 조성하고 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주거환경, 가로경관 개선사업으로 지정지구 내 고도의 경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건축물을 한옥으로 수선하거나, 개축할 경우 지원하는 사업이다.


산림청에서는 목재이용 실태조사를 통해 정보체계를 구축하고 품질관리를 통한 목재산업 발전, 기술개발 및 인증·인정제도 도입 등 목재문화 진흥과 목재이용 활성화 사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자 2012년 5월 ‘목재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2013년 5월 시행했다. 또한 2019년에는 국내 목재산업을 확대하고 산림(목재)자원 선순환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목조건축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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