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축학회, ‘건축물 해체공사 안전확보 간담회’ 개최
건축물 해체공사 관련 감리자 업무환경 개선 필요

6월 29일 대한건축학회 강당에서 건축물 해체공사 안전 확보를 위한 간담회가 개최됐다.
6월 29일 대한건축학회 강당에서 건축물 해체공사 안전 확보를 위한 간담회가 개최됐다.

2년 전 있었던 잠원동 해체공사 건물 붕괴사고와 판박이처럼 똑같은 방식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탓에 광주 건축물 붕괴사고는 사고 발생 한 달이 되어가는 현재까지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건축물의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안전불감증이 만들어낸 인재라는 이유가 사고를 더욱 주목하게 했고, 한편으론 건축물 해체 과정 전반의 중요성에 대한 화두를 던져주는 계기를 만들었다.

해체공사 주체들이 참여한 간담회가 개최됐다.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부문별 다양한 제언이 쏟아졌다. 온라인으로 간담회에 참여한 다수의 청중들도 광주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전문가들의 대책에 큰 관심을 보였다.

6월 29일 대한건축학회와 고려대학교 초융합건설포렌식연구센터는 서울시 서초구 소재 건축센터 강당에서 ‘건축물 해체공사 안전확보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강부성 대한건축학회장은 “2019년을 기준으로 사용승인 30년이 경과한 노후건축물은 273만8,500동으로 전체 건축물의 37.8%를 차지한다”면서 “기존 건축물의 노후화가 진행됨에 따라 해체공사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과거처럼 해체공사가 전문성이 없거나 싸게 진행하려는 공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해체공사의 안정성과 전문성을 확보해 사고 없는 해체작업이 이뤄지는 방안이 제시되길 바란다”면서 간담회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 부실한 해체계획서 작성, 전문가나 경력자가 참여토록 제도 보완 필요

김영훈 한국건설안전협회 전문위원은 부실하게 작성되고 있는 해체계획서의 문제를 지적했다. 건축물관리법 제30조(건축물 해체의 허가)에 따르면 관리자가 건축물을 해체하려는 경우 허가권자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때 허가를 받으려는 자는 해체계획서를 첨부해 허가권자에게 제출해야 한다.

김 전문위원은 이처럼 법률에 의해 규정되고 있는 해체계획서임에도 해체계획에 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직원들이 작성하거나 대행업체에 일을 맡기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짜깁기 수준의 해체계획서가 양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체공사나 시공경험이 많은 경력자나 건축 안전분야 전문가가 해체계획서를 작성·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해체공사 감리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김 전문위원은 “해체계획서와 같이 원칙적으로 감리를 보게 되면 불만을 제기하거나, 일부 시공사·해체업체 경우엔 현장을 이탈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면서, “계약 당사자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원칙대로 해체감리 본연의 역할 수행이 가능토록 감리자 업무환경 개선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해체공사 위한 도면 작성 필요, 지역건축안전센터에서 해체계획서 검토해야

김의중 한국건축정책학회 연구원장(건축사사무소 서보건축)은 해체공사 시 감리개선 방안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김 연구원장은 “해체공사의 안전작업 절차는 사전조사부터 완료까지 약 9개의 단계가 있다”면서, “작업 절차에서 관계자의 업무와 책임이 명확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허가를 처리하는 허가권자의 역할이 미흡하다”면서 “각 단계별 관계자의 업무기준과 구체적인 벌칙 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해체공사를 위한 도면작성도 요구된다고 밝혔다. 건축물 주변조사, 해체 대상물 조사, 지하매설물 조치계획 등을 파악함과 동시에 구체적인 해체계획서 작성과 안전한 해체공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예를 들어 건축허가 대상의 경우 해체공사를 위한 도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광주사고에서도 드러났듯이 지자체에서 면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는 해체계획서 검토에 대한 부분을 전문성을 갖춘 지역건축안전센터가 역할을 하도록 시스템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H 기업이 광주 동구청에 제출한 건축물 해체계획서에 따르면 안전도 검사를 측정한 이름이 모두 홍길동으로 기록돼 있다. 이처럼 지자체에서 해체계획서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인력이 없다 보니 해체계획서를 기반으로 한 허가제에 대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전문성이 확보된 지역건축안전센터에서 해체계획서를 검토하도록 하자는 의견이다.

다음으로 상주감리 배치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 연구원장은 “감리자가 해체감리기준을 충족하려면 상주감리 이상의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데, 실현 가능하도록 업무의 조정이 필요하다”면서, “해체공사는 검수의 단계를 거치지 않는 등 신축공사와 상황이 다른 만큼, 현장 상황에 따라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상주감리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적정한 공사비와 감리대가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우선 공공부문부터 적정한 공사비를 위한 표준품셈 개발에 따른 공사비 기준을 마련하고, 감리에 있어서는 용도 규모에 맞는 투입인원 기준과 더불어 감리대가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해체계획서와 상이한 작업 진행, 사고 원인 되고 있어

김형균 세진구조 대표는 “정형적이지 않은 상황들이 발생해 해체공사의 어려움이 있다”면서, “구조물의 해체 안정성 평가 이를테면 구조 검토과정이 부족하고, 특히 해체 단계별 안정성 평가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사각지대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해체계획서는 잘 만들어놓고 현장에서는 다르게 작업하는 것이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으며, 허가권자가 해체 현장 감독을 하게 되어 있는데, 현재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체과정에서 허가권자가 빠져 있다며 감독의 부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재욱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부 교수는 해외 사례와 비교해 국내 해체 허가 대상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영국이나 싱가포르, 미국 등 선진국들은 해체공사에 대해 100% 허가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겠지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해체공사에 대해 허가대상을 확대하려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발제에 나선 전현수 롯데건설 기술연구원 수석은 ‘철거공사 현장의 사고 예방을 위한 기술 및 관리 프로세스’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해체공사와 관련해 중대재해 발생의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면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건축물을 안전하게 해체하기 위한 해체계획과 방법, 공사 중 구조안전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체작업 전과 해체 작업 시 주요 안전관리 포인트를 짚어가며 설명을 이어갔다. 해체 작업 전에는 면밀한 사전조사와 주변 환경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이때 해체 대상 건물의 구조, 부재 단면, 강도, 인근 건물 여건, 도로 상황 등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해체공법, 해체순서, 가설 보강계획, 구조검토 등이 반영된 해체계획 수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소개했다.

특히 해체 작업 시에는 해체계획서의 이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파쇄공법과 장비동선 계획의 준수를 비롯해 잭서포트 등 가설보강 설치 역시 도면 기준을 준수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