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축학회, ‘건축교육의 현 상황 인식과 바람직한 진화를 위한 학제 간 대토론회’ 개최
탈 건축 학생 늘어나고 있어···동기부여 요구돼
건축학교육 인증제도, 건축사 자격제도와 분리해 운영되어야

4월 22일 대한건축학회는 ‘건축교육의 현 상황 인식과 바람직한 진화를 위한 학제 간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종합토론 전경. (사진=ZOOM 갈무리)
4월 22일 대한건축학회는 ‘건축교육의 현 상황 인식과 바람직한 진화를 위한 학제 간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종합토론 전경. (사진=ZOOM 갈무리)

건축학 관련 학제 간의 보다 합리적인 교육 인정을 통해 연계교육의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문대학 건축학과 졸업생들에게 교육과 진로에 대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건축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되고 운영되는 모든 건축(공)학과 학생들에게 차별 없는 건축사 자격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4월 22일 대한건축학회는 ‘건축교육의 현 상황 인식과 바람직한 진화를 위한 학제 간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삼다홀과 온라인(ZOOM)을 통해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5년제 건축학인증에 대한 교육의 성과와 진화를 위한 제언 ▲2·3·4년제 건축 학제의 진로 교육 애로점과 개선 방안 ▲건축전공 대학원 교육의 현재 상황과 대책 ▲건축교육에 따른 건축사 자격시험제도 개선 방안이 모색됐다.

‘프로그램 줄어들고
인증을 위한 인증’…
건축공학인증 개선 필요


토론회에서는 건축공학인증 프로그램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고려 건축공학인증 개선방안이 발제됐다. 2021년 한국공학교육인증원에 따르면 건축공학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국내 4년제 대학은 약 50여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인증을 받은 건축공학 프로그램 운영 대학은 34개이고, 34개 대학 중 2020년까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은 23곳이다. 공학교육 인증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후 11개 대학(32%)이 탈퇴 또는 탈락한 것이다.

박준석 한양대학교 건축공학부 교수는 “각 대학과 학생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인증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면서, “표준교과목을 개발해 2년제, 3년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의 전입을 확대하고, 교육의 수월성 확대를 위해 학생 중심의 인증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외에 건축학과 건축공학 교육의 공통, 표준 교과목 개설을 통한 상호 인정 교육과정의 개발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도양회 제주대학교 교수이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단장은 실제 현장과 거리감이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학회 차원에서 문제제기 후 개선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도 교수는 “프로그램이 줄어드는 등 좋은 제도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개선점이 있다는 말이다”면서, “실제 현장과 거리감이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개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공학교육 인증을 통해 국제적인 동등성을 확보할 수 있고, 물자뿐만 아니라 인적 교류도 활발한 FTA시대에서는 공학인증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건축학 인증프로그램 개선을 위해서 실무적으로 잘 협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구 서울대학교 교수도 “인증을 위한 인증이 되어선 안 된다”면서 “폭 넓은 교육을 위해 최소 요건의 등가성을 만족하는 수준으로 또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법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학원화되는 법학전문대학원,
건축교육은 어디로 가야 하나


건축사 자격시험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이상윤 연세대학교 교수는 미국의 건축사 자격시험은 많은 진화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건축사 자격시험은 시험과목은 줄어들고, 외워서 시험 보는 형태가 아니라 실무능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해지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6개 과목별 합격률도 공개하고, 수험생의 출신학교별로도 통계가 생산돼 학교에서 미진한 부문에 대해 세심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027년 계획 중인 CBT방식의 건축사 자격시험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한편으로 법학전문대학원의 현황에 대해서도 알렸다. “최근 법학전문대학원은 학원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면서 “변호사 시험 예상문제를 출제하고 채점하는 데 많은 교육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명확한 답은 없지만 교육시스템과 건축사 시험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의 모색이 필요하다”면서 “학교마다 특화된 교육 운영, 새로운 교육과정의 창출이 필요하고, 획일적이지 않은 교육표준 정립,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는 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철환 대림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ZOOM 갈무리)
김철환 대림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ZOOM 갈무리)

◆ 탈 건축 학생 늘고 있다···동기 부여 요소 부재

김철환 대림대학교 교수는 탈 건축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우려했다. 경기남부지역 전문대학 건축과 입시현황을 보면 8개 전문대학 건축과가 미달을 기록했다. 8개 대학 정원은 467명인데 315명만 등록한 것이다. 김 교수는 “건축사 자격시험 제도 변경으로 동기부여 요소가 부재한 상황이라 입학은 물론 건축사사무소의 구인 요청은 증가하는 반면 건축사사무소로 구직을 희망하는 학생은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학제 간의 교육 인정 미흡으로 전체 건축과 졸업생 중 건축사 시험 응시 가능인원은 12%에 불과하다”면서 “70∼80% 학생들은 시험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학사(4년제) 졸업자들의 건축전문대학원 진학 시 교육과정과 학위는 대체로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전문학사(2,3년제)졸업생들의 경우 4년제, 5년제 편입 시 교육과정의 인정이 미흡한 상황이다. 일례로 전문대학 2,3학년 졸업 후 건축학과 편입 시 최소 1년 이상의 수업 연한 및 교육이 불인정되는 상황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특히 5년제 건축학과에서 이러한 불인정 기간이 크다고 부연했다.

때문에 전문대학교의 건축과와 건축교육의 유지가 어려운 상황에 봉착해 있다. 학제 간 인정 미흡으로 연계교육의 효율성이 약화됐고, 건축사 시험제도 변경으로 인한 전문대학교 학생들의 상실감과 정체성의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김 교수는 “사실상 전문대학교 건축학과 입장에서 보면 평가기준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고, 건축전문대학원 진학도 지방의 경우 유학을 하다시피 해야 하는데 비용 등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면서, “독일 등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학제에 따른 진로와 비전의 차별이 없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전문대학교 건축과 졸업생들에게 교육과 진로에 대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면서, “건축학교육 인증제도는 외국과 같이 건축교육과정에 대한 인증이어야 하며, 건축사 자격제도와 분리되어 운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건축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되고 운영되는 모든 건축(공)학과 학생들에게 차별 없는 건축사 자격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는 이 상황이 길어진다면 전문대학교 건축과의 생존의 문제, 취업시장의 인력난도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태구 세명대학교 교수도 “건축학교육 인증제도는 순수한 건축교육과정에 대한 인증이어야 하며, 외국의 사례와 같이 건축사 자격제도와 분리되어 운영되어야 한다”면서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국가의 건축교육 및 건축산업 특성화가 가능한 건축사 자격제도가 운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식 동국대학교 교수는 다양한 건축교육이 서로 선택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유기적인 체제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양한 건축교육 체계를 활성화해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건축 인력을 배출하고 이중 건축사를 지향하는 소수는 상위의 전문교육을 통해 건축사 교육과정을 완성하는 체제로 보완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2∼4년제 학생들에게도
시험 응시자격 주어져야”

종합토론에서는 건축사 자격시험과 건축사의 업권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권연하 대한건축사협회 부회장은 건축사 자격시험, 건축사 자격시험 합격자수 등과 업계의 영향에 대해 주장을 전개해나갔다.

우선 건축사 자격시험과 관련 국토부 TF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현황을 설명했다. TF에서는 건축사 자격시험이 전문적 지식을 갖춘 응시자의 편의를 고려한 문제유형으로 전환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현행 수기작도방식에서 객관식+부분설계+단답형 주관식 시험 등이 이에 해당한다.

출제과목에 대해서도 실무능력을 반영한 과목 확대가 요구된다고 밝혔으며, CBT 도입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다수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권 부회장은 “CBT는 IT 인프라 구축, 비용, 시간, 문제은행 등 다수의 문제가 있어 유보적인 판단이 필요하고 관련한 연구용역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제와 건축사 자격시험을 연계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대한건축사협회 시험제도 제도개선위원회의 입장도 소개했다. 권 부회장은 “앞으로 5년제 전공자만 시험을 볼 수 있게 되는데 2,3,4년제 출신 학생들에게도 시험의 응시자격을 줘야 한다는 게 협회의 공식 입장이다”면서 “실무수련 과정에서의 차등을 주는 방안이 연구보고서에서 도출됐다”고 확인했다.

한편, 대한건축사협회는 오는 5월 27일 ‘건축사 자격 및 시험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서울시 서초구 소재 건축사회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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