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축학회 ‘건축진흥원 설립을 위한 세미나’ 개최
“2010년대 중반 이후로 소강상태 빠져…향후 활발한 논의 기대”

건축진흥원 설립을 위한 세미나422일 오전 제주국제컨벤션센터 3층 삼다홀에서 열렸다.

대한건축학회가 주최하고 학회 산하 건축법제도개선특별위원회 건축진흥원설립추진단과 건축정책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세미나는 코로나19 상황임을 감안해 현장 직접 참여와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통한 온라인 참여를 병행하여 개최됐다.


세미나는 김용승 건축진흥원설립추진단장(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교수)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축사(강부성 건축학회 회장) 경과보고(고일두 건축진흥포럼 운영위원장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연구보고서 발표(안용한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종합토론 순서로 진행됐다. 사회는 공주대학교 건축학과 류수훈 교수가 맡았다.

김용승 단장은 개회사에서 지난 2015건축진흥원 설립 및 운영방안 연구를 시작으로 건축진흥원 설립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결실을 맺지 못하고 소강상태에 빠졌다면서 다시 건축인들의 힘을 모아 설립에 대한 노력을 새롭게 시작하고자 세미나를 준비했다. 이 자리를 계기로 다시 건축진흥원 설립에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부성 회장은 축사를 통해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이 이미 만들어졌는데 그 법을 실제로 적용하고 구현할 건축진흥원이 아직 세워지지 못했다는 것은 그동안 우리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축진흥원은 건축계가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바탕이라며 오늘을 기점으로 다시 건축진흥원 설립을 위한 노력이 적극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축사를 전하고 있는 강부성 대한건축학회 회장
축사를 전하고 있는 강부성 대한건축학회 회장

고일두 교수는 경과보고에서 건축진흥원의 설립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설명하고 그동안의 설립 노력을 공유하며 설립의 당위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고 교수는 건축진흥원 설립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이유로 공공성공익성을 들었다. 고 교수는 날로 국가 차원의 객관적 정책과 그에 대한 연구조사와 기획이 요구되고 있으며 종합적 한국건축문화 수립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건축전문가들이 공공영역에서 역량을 발휘하면 효율성도 증대될 수 있으며 사업 수행을 위한 인력, 기술, 관리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또 부처, 업역, 영역 등을 통합하는 역할을 해줄 기관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민간단체를 건축진흥원으로 지정할 경우에는 공적 기능을 수행함에 있어 역할의 한계가 발생 인프라 구축 및 운영 등 사업 예산에 관한 문제 대중에 대한 업무 신뢰도 지장 초래 설립 근거법령, 소관 부서 등 지정 운영을 위한 행정적, 법적 절차 난해 등의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건축계는 지난 20144월 건축진흥원 설립을 위한 건축진흥포럼을 창립한 이래 건축진흥원 준비위원회 구성안을 국토교통부에 제안하고 건축진흥원 설립 타당성 검토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여 왔다.

고 교수는 건축은 수천 년 지속해 온 분야로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며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건축이 지닌 사회·문화·경제적 가치 인식이 저하되고 있으며 건축서비스산업에 대한 환경, 제도가 취약하다, 또 국제경쟁력도 미흡하고 해외 진출도 미약하며 건축 분야별 기관, 위원회, 협회의 조율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고 교수는 건축이 나아갈 길로 국민의 건축에 대한 인식 제고 설계·엔지니어링의 역량 강화, 기술력·경쟁력 확보 다양성을 살리면서도 부족한 결속력 강화 등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하며 발표를 마쳤다.

안용한 교수는 건축진흥원 설립 및 운영방안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통해 건축진흥원 설립과 운영 목적에 대해 설명한 뒤 국내 건축현황과 여건 변화 분석, 건축진흥 관련 국내외 사례 분석, 건축진흥원 운영 및 설립, 건축진흥원 역할 설정 및 사업제안, 건축진흥원 설립 및 운영방안 등을 차례로 설명했다.

안 교수는 또 건축서비스산업은 국가 경제의 핵심 산업이자 창조혁신산업으로서 경제적, 산업적, 사회적, 문화적 가치를 지닌다. 현재 우리나라는 건축서비스산업 진흥을 위한 대안과 방안이 부재한 상황이므로 진흥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집단이 필요하다현재 해외 주요 선진국을 비롯해 국내 다른 산업 분야에서는 이미 진흥원을 설립해 산업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국내 건축 현황에 대해 국민 생활공간의 질이 취약하여 국민행복과 공간복지가 저하됐다고 지적하며 국민들 사이에 공간환경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27.5%의 도시민이 거주지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건축과 공간 환경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는 법제 관행이 지속되고 있으며 고유한 건축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부족하다. 또 성장을 구현하기 위한 건축도시 분야 기반도 미비하다건축서비스산업은 부가가치 유발효과와 취업 유발효과가 매우 큰 지식서비스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건축설계 경쟁력은 OECD 27개국 중 20위권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대형사무소 위주로 편중된 매출 구조와 중소규모 기업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고 고용환경도 열악하다. 국내 유명건축물 설계에 국내 건축사들의 참여가 쉽지 않으며 건축서비스산업의 해외 진출 사례도 많지 않다. 국가브랜드에 상응하는 기술력을 키워 세계시장 선도 산업으로서의 재도약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 교수는 이런 현실에서 주로 민간단체 위주로 건축문화 관련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각종 시상제나 공모전 등이 건축계 내부만의 일회성 행사로 치러진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교수는 문화선진국으로서 국가 이미지를 구축하고 국제사회에서 건축문화를 선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소득증대와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른 쾌적하고 품격 있는 건축물과 도시환경을 요구하는 새로운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건축진흥원 설립은 이러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로 건축기본법 제4(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와 제20(건축문화진흥을 위한 재정 지원)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안 교수는 건축진흥원과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진 유사 진흥기구로 한국디자인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문화예술진흥교육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을 소개하면서 건축진흥을 위한 정책 및 계획 현황을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건축서비스산업과 건축문화 진흥을 위해 선도, 지원, 실행, 조정 역할을 수행할 전담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축진흥원이 수행해야 할 역할로는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과 건축기본법 구현 국토교통부 및 각 부처 건축 관련 사업 자문, 지원 및 시행 건축과 건설의 연계 통합 등을 들었으며, 지적재산권 보호 실태조사와 건축서비스 산업 관련 각종 표준화 작업 등 건축서비스 선진화 사업과 창업지원 등 건축서비스산업 신성장동력 육성사업 등도 제안했다.

‘기존 기구 통합안’과 ‘신규 기구 신설안’의 비교
‘기존 기구 통합안’과 ‘신규 기구 신설안’의 비교

건축진흥원 설립 및 운영방안으로는 기존 기구 통합안신규 기구 신설안이 제안되고 있다. 먼저 기존 기구 통합안은 중앙정부와의 정책 관련 협업과 예산 확보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관별 인력 구조가 달라 조정이 어렵고 중복기능 인력의 재배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기관별 조직 통합에 대한 동의 절차를 밟는 과정도 쉽지 않다.

신규 기구 신설안은 독립 조직의 생성을 통해 운영의 자율성이 커지고 건축문화에서 산업 진흥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 기획능력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존 기구와의 업무 중복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며 중앙정부와의 대응체계 일원화가 어렵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안 교수는 설립 초기와 설립 후 10년까지의 중기, 그리고 그 이후의 장기 등 세 시기 별로 예상 소요 인력과 예상을 추정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초기에는 15명 정도 인력에 약 28억 원의 예산이, 중기에는 53명 인력에 약 113억 원의 예산이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81명 인력에 204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종합토론
종합토론

이어진 종합토론의 좌장은 김용승 단장이 맡았으며 토론자로는 한창섭 대한건축사협회 상근부회장, 김성호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과장이 함께 했다.

한창섭 부회장은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이 만들어지고 건축진흥포럼이 창립되는 등 건축진흥원 창립을 위한 여러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결국 구체적인 방안은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성호 과장은 정부도 건축진흥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공유하지만 방법론에 있어서 입장이 좀 다르다얼마 전부터 국토부 차원의 지원 사업이 많이 생겼다. 일단 건축진흥원은 민간 재단법인으로 출발해 정부의 지원 사업을 위탁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과장은 지난 2013년부터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현재 정부는 기본적으로 신규 공공기관 설립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게다가 이미 건축 산업이 자리 잡은 산업으로 인식돼서 공공기관 설립 필요성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김 과장은 그래서 민간 재단법인으로 출발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현재 너무 다양한 기관에 위탁 사업을 맡기기 때문에 조율도 어렵고 효율도 떨어진다는 점에서 건축진흥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일단 건축계에서 통일된 의견이 전달되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선 건축계 의견이 통합돼 정부에 전달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발언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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