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은 한번 세워지면 오랫동안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 도시 미관·경쟁력을 결정하며, 좋은 건축물이 많아지면 그 혜택을 모든 국민이 누리는 까닭에 시장재가 아닌 공공재로서 우리의 삶과 함께한다. 건축물을 만드는 건축사의 공적 책임과 사회적 역할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은 제도적으로 건축사가 공공의 산물인 건축물에 대한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키 위한 일종의 지렛대다. 건축물의 구조, 기능, 미를 결정하는 건축설계의 질을 높여 국민 측면에서는 ▲편리하고 안전한 주거환경 혜택을, 건축사 측면에서는 ▲경제논리에 내몰려 제도적으로 공적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환경을 타파해 나가기 위한 자구책이기도 하다. 건축계 차원에서는 ▲건축설계의 공공성을 인정 받아 정당한 대가를 받고, 건축사가 사회적으로 존경과 신뢰를 받는 전문가로 바로 설 수 있도록 하는 마중물로 삼을 수 있다. 현재 대한건축사협회가 추진 중인 민간 설계대가 기준 제정도 건축설계의 공공 가치를 인정받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지난 10월 19일 김철민 국회의원이 건축사에게 필요한 높은 수준의 역량과 윤리의식을 자율적으로 함양하기 위한 ‘건축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철민 의원은 “공공의 업무를 수행하는 건축사가 공적 역할과 사회적 의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제도개선 당위성이 고려되어야 한다”며 “그것이 국가적으로 보나 국민 편익 입장에서 옳은 방향이다”고 설명했다.
Q 지난 10월 19일 건축사협회 의무가입 ‘건축사법 개정안’을 발의하셨습니다. 21대 국회에서 국토교통위원이 아니지만 이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의지를 보이셨는데, 마침내 발의가 되었습니다. 그간의 검토과정과 제안이유, 그리고 개정안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20대 국회 마지막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건축사협회 의무가입 건축사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가 있었지만, 회기를 넘겨 폐기된 바 있습니다. 당시 법안 심사 과정에서는 정관·윤리규정 제·개정과 지역건축사회의 입회비 문제 해결 등에 대한 개선책, 의무가입 후 운영방향에 대해 보완과정을 거친다면 21대 국회가 열리고 상임위가 재구성됐을 때 법안을 최우선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건축사법 개정안은 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을 핵심으로 합니다. 궁극적으로 건축사의 윤리 확립과 자정을 목적으로 하며, 건축사에게 필요한 높은 수준의 역량과 윤리의식을 자율적으로 함양하기 위해 건축사협회 가입을 의무화한 것입니다. 공공의 업무를 수행하는 건축사가 공적 역할과 사회적 의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공적인 측면에서 제도개선 당위성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국민의 안전과 건축물의 공공성, 국가정책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하는 문제인데 진작 제도개선이 돼야 할 사안이었습니다. 전문자격사의 경우 관련 전문가단체가 모두 의무가입제를 택하고 있는 점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임의가입제인 단체들도 현재 의무가입으로 속속 환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협회 의무가입이 됐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순기능이 많습니다. 협회가입을 자율에 맡겨야지 왜 법으로 강제하느냐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건축사가 공공의 업무를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국가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건축사들 스스로 자율정화 기능을 갖도록 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보나 국민 편익 입장에서 옳은 방향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법안 심사 시 정부, 국토교통위원 모두가 전적으로 공감을 한 바 있습니다. 의무가입을 하면서 모든 건축사가 기존 자율이 아닌 관리체계 내에 유입되어 협회에 대한 권한이 강화되고 내부 자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체계입니다. 그러할 때 건축사도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국가의 기본 중 기본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라 할 때 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정부도 이점에 대해 동의를 했고, 수차례에 걸친 논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지난 10월 말 건축사법 개정안을 발의 했습니다.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하려는 건축사는 협회에 가입을 한 후 시도지사에 개설 신고를 해야 하며, 윤리규정을 위반했을 때 징계를 받는 것이 법안의 주요 골자입니다.
Q 현재 의원님께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 아니시지만, 대표발의자로서 앞으로의 건축사법 개정안 법안 심사 일정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이번 건축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할 때, 다행스럽게도 여야 할 것 없이 여러 의원님들이 법 개정 취지에 동의해 법안 발의에 동참해 주셨습니다. 제가 현재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단언키는 어렵습니다만, 이미 20대 국회에서 합의된 사안이고, 정부 동의하에 건축단체의 의견이 반영된 대한건축사협회의 정관 개정, 윤리규정 제정 작업도 마친 상황이기 때문에 합의된 대로 진행될 것입니다. 협회 의무가입 법 제정 취지에 따른 후속 실행 계획도 중요한 만큼 대한건축사협회에서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Q 현재 국회 교육위원으로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학교 건축 등 건축 관련 사안에 대한 의정계획이 있으시다면.
국회 교육위원회는 교육부와 소속 공공기관, 각 시도 교육청의 업무를 들여다 봅니다. 올해 교육예산이 64조원인데, 국민 기대에 맞게 예산이 집행되고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국정감사를 10월에 했습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학교안전사고 발생 현황(2017년∼2019년)’을 분석한 결과, 지난 3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학교안전사고가 총 37만 5,489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도별로는 2017년 11만5,874건, 2018년 12만1,744건, 2019년 13만7,871건으로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관계자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하고, 학교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현재 전체 학교시설의 약 20%에 해당하는 7,980동이 지은 지 40년 이상 된 노후건물입니다. 내년부터 1단계 사업으로 18조5,00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40년 이상 노후학교 가운데 2,855동을 미래학교로 조성하게 됩니다. 내년 설계에 들어가고 내후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한국판 뉴딜의 대표과제이면서 미래교육으로 전환시킬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학교 건축하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떠올리는 공간 이미지가 있습니다. 배움의 공간으로서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는 학교건축이 절실한 상황에서 행정의 높은 벽과 관행, 각종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수준 이상의 학교건축’이 나오는데 장애가 되고 있는 건 아닌지 학교 건축의 관습과 생산구조에 대한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한건축사협회와 힘을 모아 최선의 방안을 찾는 데 논의를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Q 혹시 다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 돌아오셔서 활동하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국토교통위원회는 국토개발, 주거, 교통 및 물류 등 우리나라 실물경제의 가장 중요한 분야를 담당하는 곳입니다. 최근 ‘주거안정’에 대한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20대 국토위 경험을 살려 주거비 부담을 낮추고, 양질의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는 데 저 또한 건축사로서 역할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작년 7월에는 대한건축사협회와 도시재생 체계를 만들고자 더불어민주당 도시재생특별위원회 부위원장(현재는 위원장)으로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국민 삶의 질과 복지를 증진시키고, 합리적인 국토개발을 위해 역할 또는 기회가 생긴다면 힘을 보태겠습니다.
Q 건축사 독자 및 건축사업계에 전하는 인사말과 함께 앞으로의 21대 의정활동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건축사분들이 바라는 제도의 문제점을 두루 듣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 개선방안과 법제화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를 자주 갖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서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건축이 나올 기반조성을 위한 제도개선이 실현되기를 희망하는 현장의 목소리들을 제대로 듣고, 제대로 된 처방을, 그리고 필요한 때에 단행해 나가길 희망합니다. 코로나19로 사회 전분야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건축사분들 모두 힘 내시고, 이 어려운 과정을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