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4차 산업혁명시대를 요약할 수 있는, 이젠 제법 귀엔 익숙한 스마트 기술들이다. 인터넷으로 원격 운영을 하고 3차원 시뮬레이션으로 예상되는 상황을 미리 확인하는 등 이들 기술은 이미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2020년 8월 현재, 건축계를 중심으로 스마트 기술의 추이를 살펴봤다.

◆ 스마트 건축 키우는 정부

BIM(건축정보모델링,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활성화를 이용한 정부 로드맵이 올 하반기에 마련된다. 국토부는 지난 6월 이와 관련된 용역계약을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체결하고 올 가을 발표를 목표로 현재 전략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BIM이란 3D 기술을 이용해 건축물의 설계에서 시공 등 전 과정을 관리하는 기술이다. 각 과정을 시뮬레이션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 이를 도입할 경우 설계 과정에서 오류를 수정해 업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이는 업무 효율성과 비용 절감 효과로도 이어진다.
공공발주에 BIM을 적용하는 시도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이미 영국, 싱가포르 등에선 공공사업을 100% BIM으로 발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BIM 분야 글로벌 선도 업체로 손꼽히는 스웨덴의 스칸스카(Skanska)의 경우, 미국 유타주의 이베이 데이터센터, 영국 런던 헬스케어센터, 핀란드 크루셀브리지 등 10개 이상의 건축물들을 BIM 기술을 적용해 건축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018년부터 공공사업에 BIM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중이며, 2015년 준공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진주 신사옥 등 일부 랜드마크 건물 등에 제한적으로 이용됐다.

◆ 모든 공동주택 설계에 BIM 적용…업계 최초

BIM은 건설업계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기술이다. 그중 대림산업은 올해부터 모든 공동주택의 기획·설계단계부터 상품 개발, 마케팅, 원가, 공정, 안전관리까지 전 과정에 건축정보모델링 기술을 적용한다고 밝혀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 시도는 건설업계 최초다.
대림산업은 3D모델링 전문가와 구조·건축설계 전문가, IT전문가, 원가·공정관리 전문가 등 40여명으로 구성된 BIM 전담팀을 신설했다. 사실 국내 BIM 기술력은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수준이 높지만 기술력에 비해 적용률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BIM 관련 규정이나 전문 인력 등 BIM이 현장에 적용됐을 때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여건들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건축사사무소들 중에는 2차원 설계도면을 작성한 뒤 업체에 외주를 맡겨 BIM 데이터로 변환하는 전환 설계를 하는 경우도 있다. BIM의 효율성을 위해 또 다른 비효율적인 업무 시스템이 만들어진 셈이다. 대림산업의 시도는 설계도면의 오차를 최소화해 착공 전 설계도서 품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비효율적인 업무 시스템을 타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빅데이터로 건축 법규 처리, 감리도 앱으로 스마트하게
입는 로봇, 지능형 안전모로 신속한 재난 대응도

올 초, 부동산과 인공지능기술을 접목한 스타트업 기업에 80억 원 규모의 투자가 성사됐다. 이 기업이 선보인 기술은 복잡한 건축 법규를 부동산 빅데이터로 처리하고 토지 가치를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심층강화학습(Deep Reinforcement Learning) 기능을 통해 업무를 수행할수록 더 똑똑해지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 투자자들은 그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다. 스마트 기술을 설계에 활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세 명의 서울대 건축학과 출신들이 뭉친 경계없는 작업실 등 여러 건축사사무소에서는 이미 스마트 기술로 건축물의 높이제한, 용적률, 건폐율, 해당 법규 등을 검토하는 것은 물론 수익률까지 분석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사용자가 원하는 조건을 입력하면 건축 계획부터 설계까지 용적률과 일조량, 세대수를 최대화해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주는 기술도 등장했다. 결과물은 오토캐드, 웹 기반 실시간 3D, 편집 가능한 툴과 함께 예상 가능한 공사견적 보고서로 제공된다. VR을 이용하면 가상공간에서 건물의 회전, 위치, 층수, 조절, 집안에서 보이는 조망까지 확인 가능하다.
건축물 공사 감리 앱 ‘아키엠’은 말 그대로 앱으로 감리를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스마트폰으로 감리에 필요한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공사사진을 저장할 수 있다. 이 앱은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이미 8,000건 이상 다운로드됐으며, 47개 이상 단체와 라이선스를 체결했다.
산림작업자 안전을 위한 기술 개발에도 스마트 기술이 적용됐다. 산림청 소속 ‘스마트산림재해대응단’은 지난해부터 드론 등을 활용해 산림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4차 산업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올 7월 산림청은 대응단이 준비 중인 ‘산악형 착용 가능(웨어러블) 장비개발사업’ 중간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들이 개발 중인 ‘웨어러블 로봇’은 작업 자세와 보행을 보조해주고 산불 진화대의 근력 소모를 완화해 작업 피로를 덜어준다. ‘지능형 안전모’는 장착된 카메라 및 음성통화 기능을 활용해 산불 상황실과 현장 작업자 간 원활한 소통을 돕는다. 산림청은 이 제품들을 10월 이후 시제품으로 납품 받아 현장에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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