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함께하는 공유개념의 집

2012-12-01     강미현 건축사

현재 우리 사무소는 주택가 작은 집 전체를 고쳐가며 실험공간 겸 사무소로 이용하고 있다. 이곳에서 우리는 지향하는 건축의 요소들을 체험 중이고, 최종 목표는 ‘목표가 아닌 삶의 성취’를 위한 전진기지와 같은 건축이다. 우리의 작업은 ‘느림’이 원칙이다. 건축사인 우리들이 왜 집을 짓는지, 우리의 본질은 무엇인지, 이 집을 통해 우리의 삶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 지 등 스스로에게 물어볼 것이 많기 때문이다. 나와 사무소 가족들은 작업을 통해 차근차근 자아를 정립하고 있다. 무엇보다 남들 보라고 만든 사무소가 아니니 시간 날 때마다 공사를 직접 진행하며 공간과 재료의 성질 등을 파악한다. 사무실이 항상 공사장 같은 느낌이라 아예 컨셉을 ‘공사 중’으로 정했다.

구도심권 주택가 오래된 집에 젊은이들이 왔다 갔다 하니 이웃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느껴진다. 우리가 처음 한 일은 골목길에 면한 담장과 불법 건축물을 헐어내는 일이었다. 그리고 철거한 건물기초에서 나온 잔자갈로 경계를 삼아 뜰을 만들었다. 삭막한 풍경을 없애려는 의도였는데 결과는 기대이상이었다. 다음 날 출근해보니 못 보던 꽃들이 심어져 있다. 이웃들의 작품이다.

▲ 이웃과 함께 가꾸는 공동의 뜰

항아리를 물그릇 삼아 두니 지나는 사람들도 꽃에 물을 준다. 사무소 간판이 아직 없으니 “대체 뭘 하는 곳이냐”며 일 년이 넘어가는 집고치는 일에 관심을 보인다. 무엇보다 밤늦게 까지 사무실에 있자면 사무실 불빛과 사람의 인기척 때문에 이웃들이 안심하고 골목을 다닌다. 작은 건축사사무소의 일상적 움직임이 주택가 골목 일부를 활기차게 변화시키고 있는 것 같아, 우리 사무소도 도시재생의 기초 돌을 하나 놓고 있구나 하며 건축사로서 보람도 느낀다.

공간들을 고치면서 당연하게 여기며 건축에 임했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막상 실무과정에서 잊어짐을 깨달았다. 작은 방 하나를 만들어도 공기의 흐름을 알고 적용해야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그동안 간과했었다. 친환경 건축이란 것이 친환경인증을 받은 자재의 사용보다 실 배치 하나가 더욱 기본이 되는 것임을 이 공간을 통해 절실하게 느꼈다. 이런 마음들이 들며 그동안 내 손을 거쳐 만들어진 많은 건물들에게 참으로 미안해진다.

나는 이 작업을 통해 건축적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 그동안 건물 모양새를 중시해 건축주의 삶보다 내 아집이 우선이지 않았을까. 남의 돈을 가지고 내 건축을 구현하지는 않았을까. 공사비에 맞춰 건축의 질을 높이는데 집중하기보다 ‘공사비 때문에 안 돼’하며 지레 포기하지는 않았을까. 발주자 혹은 감독관 말 한마디에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기보다 그들 뒤로 숨지는 않았었나 하는 여러 반성들 말이다. 특히 건축하는 내가 ‘일’로 설계하는 집들이 누군가에겐 삶이고 미래를 담는 소중한 공간이란 것을 새삼 깨닫고 있다. 이런 이유로 사무소 건물에게 말해주고 싶다. 고맙다. 널 소중하게 여기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