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영
현명한 경영자의 시선은 항상 미래에 가 있다. 많은 기업들이 코로나 사태로 인한 당장의 매출 하락과 이익 급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데 분주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조직의 장기적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코로나 이후 새롭게 펼쳐질 세상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코로나19는 인류가 처음으로 경험한 가장 강도 높은 전 세계적 전염병이다. 소비자 행동과 생활 방식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가치관까지 영향을 끼칠 확률이 높다. 따라서 과거와 유사한 전략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어렵다.
가장 큰 변화의 동력은 디지털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디지털 비즈니스는 시장을 재편해왔지만 코로나 확산으로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채널을 강제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후 변화의 폭과 강도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질 것이다. 지금까지 디지털 채널을 이용해보지 않았던 소비자들이 새롭게 디지털 서비스를 경험한 경우도 많았고, 전혀 새로운 영역에서 디지털 경험을 해본 소비자들이 폭증했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에 실망한 소비자도 있었겠지만 오프라인보다 더 좋은 경험을 해본 사람들도 많다. 또 한국에서는 ‘총알’ ‘샛별’ 등의 단어가 보여주듯 놀라운 배송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서비스의 잠재력이 그 어느 국가보다 크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디지털 서비스 체계를 갖춘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성과 차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모든 오프라인 기반 기업들은 다시 이런 위기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 포트폴리오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기존 산업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산업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원격 의료가 불법이었기 때문에 관련 시장은 과거에 존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관련 규제의 일부가 쉽게 풀렸고 연관 서비스가 생존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또한 소비자들도 평소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에 ‘진단-치료’ 중심으로 발전해온 헬스케어 산업이 ‘예방-관리’ 분야로 재편될 확률도 높다. 헬스케어에 디지털 기술이 결합하면 관련 분야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조직 문화도 바뀌고 있다. 강제 재택근무로 새로운 문화를 실험하게 되면서 근무 지역과 시간을 엄격히 관리하던 기존 관행의 유용성이 떨어지고 있다. 대신 화상 회의나 원격 회의가 일상화하면서 조직원들의 관계는 더욱 수평적으로 변하고 있다. 각 부서의 역할과 이해관계를 강조하기보다 부서 영역을 넘나들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민한 문화를 실험하는 기업에게 코로나로 인한 환경 변화는 오히려 조직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다.
리더십의 역시 변화가 불가피하다. 과거 환경에서는 리더가 대부분 의사결정을 행사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리더가 방향을 설정하고 조직원들이 답을 찾아가는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변화는 기존 질서의 재편을 불러올 것이고 과거 성공 방정식에서 과감하게 벗어나는 경영자와 조직이 새로운 환경에서 승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