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힘 하나로 모아야…어려운 현실 바꾸기 위해 정책 개발하고 실천해나갈 것"

제54회 정기총회 개회사

2020-04-17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장

이른 아침부터 총회 참석을 위해 회원들을 대표해서 전국에서 오신 전국 17개 시·도회장님, 대의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는 우리의 모든 것을 멈추었습니다. 우리 협회의 헌법인 정관마저도 초월하고 말았습니다. 저와 집행부는 지난 2월 긴급히 임시이사회를 개최하여 여러 상황을 논의한 끝에 2월 27일 총회 개최를 강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개최 연기를 결정하였습니다. 그 후에도 저와 집행부는 할 수만 있다면 이번 총회가 지난 53년 간의 총회의 전통을 지키는 온전한 모습으로 개최하기 위해 2차례에 걸쳐 총회 개최 일자를 연기하였습니다만, 이제 더 이상은 본협회와 17개 시·도건축사회의 운영과 사업수행을 미룰 수 없기에 부득이 위임을 통한 총회를 오늘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대의원 여러분의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이번 정기총회는 제가 회장으로서 이제 임기 3년째를 맞는 총회입니다. 저는 오늘 대의원님들께 지난 2년 간의 협회 운영과 앞으로의 정책과 비전을 보고 드리고 저의 공약의 실천 현황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서 남은 임기동안 협회의 발전과 회원의 권익 증진을 위한 대의원 여러분의 귀한 조언을 듣고자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보다 먹고 사는 문제입니다. 제가 전국을 다니면서 우리 회원들의 실상을 보고 내린 결론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예기치 못한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회원들 개개인의 사무실 운영 상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금 당장 협회가 해야 할 일은 회원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도록 암울한 현실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회장의 역할과 의무입니다.

저는 지난 2년 동안 이러한 목표 아래, 새로운 각오와 사명감으로 우리 내부에, 협회 안에 머무르기보다 국토부는 물론이고 국회나 각종 관련 단체, 또는 영향력 있는 건축 관계자들을 만나 대한민국 건축의 미래를 위해, 우리 건축사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아울러 지금 우리 건축사들의 현실을 설명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많은 시간 밖으로 뛰어 다녔습니다. 어디를 가던, 누구를 만나던, 회장으로서 품위를 지키고 당당한 자세로 협회와 회원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였습니다.

지금은 각 분야에서 우리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우리 스스로 변화하고 자정하는 노력을 바탕으로, 건축사로서 제대로 대접받고 일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저는 이러한 결실이 맺어질 때까지, 그리고 닫힌 문이 열릴 때까지 쉬지 않고 계속 두드리고 또 두드릴 것입니다.

지난해에도 이러한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협회 정책과 법제도에서 약간의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5월에는 ‘건축사재난안전지원단’을 발족하여 건축사의 공공의 역할을 강화 확대하였고, 11월에는 2019 대한민국건축사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우리 협회와 건축사의 역량을 대내외에 떨치며 건축계 리더로서의 모습을 과시하였습니다. 법제도 개선 분야에서도 허가권자 지정감리 제외대상에서 불합리한 신기술과 역량 있는 건축사를 축소하는 법개정을 완료하였고 건축물 해체감리를 우리 업무영역으로 확대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건축허가의 민간이양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하였습니다. 그리고 착공 시 ‘설계의도 구현 계약서’를 제출토록 하여 이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으며, 아주 오랫동안 무보수로 행해지던 기획업무에 대한 대가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부분에서 법제도 개선의 성과를 이루어냈습니다.

아쉬운 점은 오랜 기간 우리의 숙원인 ‘건축사-협회 의무가입’ 개정안이 우리 모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것입니다. 다음 주 총선이 끝나고, 만약 이번 회기 마지막 임시국회가 개최된다면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 3주 동안 저와 집행부는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을 비롯한 국회의 영향력 있는 의원 약 30여 명의 지역구를 방문하여 무너져가는 경제를 살기기 위해서는 가장 효과적인 대대적인 건축법 완화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더불어 의무가입의 처리를 간곡히 부탁하였습니다. 함께 해주신 시도회장님, 지역 회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본회의에 통과될 그날까지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임기 3년을 1년 단위로 소통, 실천, 그리고 성장의 해로 나누고 실행하여 왔습니다. 저는 공약의 실천은 물론, 우리 협회의 시급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취임 즉시 대외협력단과 미래전략단을 구성하고 이를 통해 대외 관련 소통을 강화하며, 법제도 개선, 그리고 건축사의 인식 제고 등에 집중하였습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다들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의무가입도 회원 모두의 동참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건축사공제조합과는 이전 보다 더 상생의 관계를 긴밀하게 재구축하였고, 올해 12월 공제조합이 다시 협회가 있는 이곳으로의 복귀가 확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많이부족하고 완수해야 할 공약이 적지 않습니다.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지난 2년 협회를 운영함에 있어 원칙과 명분에 한치의 양보나 타협 없이 일관되게 정책을 집행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대책 없는 온정주의, 화합이라는 그럴듯한 미명하에 덮고 넘어가는 잘못된 관행, 그리고 협회의 공적인 문제를 개인 간의 사적 관계로 해결하려는 무원칙, 이런 것들이 오랜 기간 협회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반드시 원칙과 명분을 지키고 바로 세워야 합니다. 남은 임기동안 반드시 바로 세우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의무가입 법개정이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저를 비롯한 집행부의 힘을 빠지게 하는 것은 다른 단체의 반대를 설득하는 것보다 비록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집행부의 활동을 왜곡하고 폄하하여 회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행위였습니다. 지금 우리 현실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단합이 중요하고 절실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건축사로서 어떻게 사느냐가 절박합니다. 지금 우리의 일터는 침몰 일보 직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끝없이 추락하는 설계대가 - 이제는 멈추어야 합니다.’
 ‘대가없이 행하는 가설계, 계획설계 -더 이상은 안 됩니다.’
 ‘건축사 자격대여 - 반드시 근절하여야 합니다’
 ‘구조 등 다른 분야에서의 업역 침해-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에게 지워지는 무한한 법적 책임- 벗어나야 합니다.’
 ‘준공식에서조차 제대로 된 자리도 없는 초라한 현실 - 바로 잡아야 합니다.’

이 모든 문제를 가장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을 통해 우리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를 비롯한 집행부는 사생결단의 각오와 사명감으로 의무가입을 실현시키고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상이 되어 무감각해진 이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협회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고 협회는 회원으로부터 신뢰받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쇄신하고 개혁하여야 합니다. 남은 임기 동안 맡은 임무에 충실히 함으로써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대의원 및 회원여러분, 특히 건강에 유의하시고 모두 건승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