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칼럼] 사회적 가치 관점에서 바라본 건설사 건축설계업 허용 추진 논란
현재 우리나라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사회·경제적으로 크나큰 위기에 처해있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고, 국민들도 정부의 정책을 성실히 따름으로써 괄목할만한 방역 결과를 얻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이를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와 같이 코로나19에 대해 전 국가적으로 효과적인 대응을 잘해오고 있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중요한 것은 정부가 국민들의 ‘안전’을 매우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수행하리라는 믿음이 크기 때문이다.
‘안전’이라는 사회적 가치는 국민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기본 권리로서 인권 보호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4년 국회의원 시절 발의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에 잘 나타나고 있다. 이 법안 제3조 제1호에서는 ‘사회적 가치’를 사회적·경제적·환경적·문화적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로 정의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기본권리로서 인권의 보호’를 첫 번째로, ‘재난과 사고로부터 안전한 근로·생활환경의 유지’라는 안전가치를 그 다음으로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완화)의 일환으로 시공사(건설사)에게도 건축설계의 허용을 추진하겠다는 2020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제도 개선의 주요한 이유로는 경제적 측면에서의 규제 완화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는 경제성이라는 가치가 국민적 안전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인가라는 점이다. 건축사 자격의 취득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에서도 건축사의 업무내용과 전문성, 건축의 안전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매우 큰 점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건축사에게는 고도의 전문성과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안전이라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 ‘건축사법’은 건축물과 관련한 안전책임을 건축사에게 배분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를 반영하듯이 현재 대학의 교육시스템도 5년제 건축학과와 4년제 건축공학으로 이분화되어 있다.
또한, 해외에서는 국가마다 제도적 구현 형태는 다르지만, 국민 생활의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전문자격자 업역의 사회적 가치성을 인정하고 있고, 이를 통해 건축물의 공공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한편으로 생각한다면 경제적 관점에서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을 정부의 하나의 정량적 성과로서 나타내기에는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규제의 개선이 필요한 때는 해당 규제가 불합리하거나, 이를 개선 또는 완화하였을 때 국가 또는 국민들에게 보다 발전적이고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경우에 필요한 것이지, 경쟁을 제한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실시되는 무조건적인 규제 개선은 사회적·국민적 안전 등과 같은 보다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훼손하여 국가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현재 정부가 발표한 바와 같은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의 일환으로서의 시공사에 대한 건축설계업 허용 추진은 국민의 안전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며, 법제적 측면에서도 헌법재판소가 인정한 건축사의 고도의 전문성과 안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라는 측면에 배치될 수 있으며, 계약을 통한 시장에서의 건축물의 안전성과 공공성 및 공간과 경관의 한계로 건축사법의 입법 목적에 위배될 소지도 존재한다.
결국, 시공사에 대한 건축설계업의 허용 추진은 안전이라는 주요한 사회적 가치 관점에서 볼 때 문제의 소지가 많으며, 오히려 건축과 건설 업역의 정책, 행정을 분리하는 거버넌스 구축을 명확히 하여 국민의 안전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보다 더 견고히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