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試行錯誤)는 미래의 자산
건축실무를 한 지 1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났다. 건축사사무소 직원으로 근무할 때와 건축사로서 직원들을 이끌고 나가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2년 동안 사무소를 이끌어가면서 그동안 생각한 것들, 더 나은 건축사사무소가 되기 위해서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고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보았다.
▲시행착오(試行錯誤)=건축일을 하다보면 여러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그때마다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신처럼 앞으로 펼쳐질 상황에 대해 미리 알게 되면 사전에 준비할 수 있겠지만, 이는 어디까지 희망일 뿐이다. 설계·감리업무 과정에서 건축인허가, 착공, 사용승인 등이 건축사사무소에서 하는 주된 업무 중 하나다. 건축주, 허가권자, 협력업체, 직원들과 업무를 수행하다보면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중에는 같은 상황을 좀 더 쉽고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경험치가 생기게 된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잘했던 점, 못했던 점, 개선할 점 등을 직원들과 서로 대화해가면서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앞으로는 꼭 이러한 시간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시행착오는 미래의 자산이다.
▲돈보다 중요한 건 경험=프로젝트 진행 시 수익과 돈은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지만,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배울 수 있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험에는 돈으로는 절대 환산할 수 없는 게 없다. 건축사로서 업무대가를 적정하게 받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잘 마무리한다면 그 경험이 돈보다 더 나은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단기보다 더 길게 본다면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간관계의 중요성=건축설계를 하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과거에 만났던 사람들이 나에게 몇 년 후 또는 지금 당장 어떻게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인간관계를 맺을 때 어느 한 명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언제 어느 순간 누가 나에게 어떠한 도움을 줄지 모르는 일이다. 지금 이 순간 스쳐 지나간 누군가가 10년 후 나와 함께 할 미래의 건축주가 될 수도 있다.
▲직원의 필요성=사무소를 운영하다보면 건축사가 혼자 업무를 처리하는 게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런 이유로 직원을 고용하게 되는데, 그러면 사무소 입장에서는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생기게 된다. 이런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건축사사무소에서 건축사 혼자 일을 하는 게 대부분이다. 내 생각에는 직원(건축사보)가 있어야 프로젝트를 계약할 수 있고, 좀 더 규모 있는 일도 원활히 할 수 있다고 본다. 사무실을 운영함에 있어서 투자는 필수고, 그리해야 한다면 사람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