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과 친환경 공공건축물
유난히도 후덥지근한 올 여름, 또 다시 인간이 얼마나 자연 앞에 무력한지를 실감하게 한다. 공공기관은 물론 주요 상업시설마저 절전이 의무화돼 더위와 싸워야 했고, 가뭄이 이어지면서 농작물피해가 속출했다. 그 와중에 런던올림픽에서 보여준 승전보는 눈물겨운 노력과 땀방울로 일궈낸 값진 것이기에 찜통더위를 식히기에 충분했다.
이번 올림픽은 ‘환경’과 ‘경제’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지구촌 축제였다. 버려진 공장터를 축제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었고, 또 오염된 땅을 일일이 정화해서 그 자리에 다시 새로운 창조물로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올림픽에 사용된 건물 대부분이 행사이후에도 다른 용도로 활용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사전 기획됐다는 점도 부러움을 샀다. 우리도 그동안 여러 차례 국제행사를 치루면서 많은 건물을 지었지만 재활용 측면에서 런던올림픽과는 거리가 많았다. 최근 성황리에 끝난 여수세계엑스포의 경우만 하더라도 많은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사후활용방안이 마땅치 않아 난제로 남아있다.
정부에서도 많은 건축비를 들여 수많은 공공건축물을 짓고 있다. 공공건축물은 한번 짓고 나면 50년 이상 사용되기 마련이고 이후에는 영구적으로 보존될만한 상징적 가치를 갖는 경우가 많다. 공공건축물은 친환경적이면서도 고품격으로 지어져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공공건물의 건축비산정은 일반적으로 기존에 지은 유사한 건물에 들어간 비용을 기준으로 예산을 마련한 후, 설계자가 내놓은 내역서를 토대로 구체적인 액수를 결정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얼마 전 많은 비용을 들였지만 에너지효율이 낮은 건축물을 지어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경우가 있었다. 이는 건축물의 가치가 투자한 비용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올림픽을 개최한 런던시 청사가 에너지절약형이면서 품격 있는 ‘명물’로 건축돼 세계인의 주목을 끌었던 것과 대비된다.
조달청은 공공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시설물을 발주하고 있다. 혈세로 만들어지는 건축물이기에 더더욱 비용대비 기능적으로 우수하고 영구히 고품격 상징물로 남도록 품질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객관적인 공사비책정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하는 ‘자재가격심의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한 조사된 가격에 대한 이의제기가 가능하고 입찰자가 조달청에서 결정한 가격을 확인하도록 이중 삼중의 검증절차를 밟고 있다. 입찰참자자격사전심사(PQ)와 적격심사 시 건물에너지효율등급인증, 친환경건축물인증 등의 실적을 우대해 친환경적인 시설물 건축을 유도하고 있다.
파리의 에펠탑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에는 반드시 고품격의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다.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나 세계 곳곳의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각종 타워나 박물관 등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건축물이다. 우리도 충분히 세계적인 상징물을 만들 수 있는 경제력이나 건축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보았듯이 미래세대의 화두는 친환경이다.
우리나라 공공건축물도 관광객을 끌어 모으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품격을 갖춘 친환경’으로 만드는데 아이디어를 모을 계획이다. 그렇게 탄생한 고품격 공공건축물이 민간의 건축문화를 선도하게 됨은 자연스런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