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 당신의 무기는 무엇입니까?
삼국지의 관우에게는 적토마가 있었고, 헤르메스에게는 카투세우스라는 지팡이가 있었고, 잭 웰치에게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프리젠테이션 능력이 있었다.
아마 상당한 모욕감으로 상처를 받을 지도 모를 일이다. 건축사, 당신은?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 했던가. 솔직한 현실을 둘러보자. 물론 예외는 얼마든지 있다. 건축주는 시공자에게 설계와 시공을 의뢰하고, 건축사는 시공자에게서 설계를 의뢰받는다. 건축주는 부동산중개사에게 시공과 설계를 의뢰하고 부동산중개사는 건축사에게 설계를 맡기고 중간마진을 챙긴다. 해서, 건축사는 설계를 준 시공자나 중개사의 가소로운 일까지도 성심성의껏 봉사한다. 그러니 건축주 곁에는 건축사가 없다. 기껏 허가를 내어주는 사람정도로 폄하되고 만다. 도대체 허가사항 외에는 상담을 않는다.
건축주가 궁금한 것은 돈에 관한 물음이 대부분이다. ‘공사비가 얼마나 들까요?’ ‘집세는 얼마 받을 수 있을까요’ 또는 ‘벽돌대신 석재로 하면 시공비가 얼마나 더 들까요?’ 등이다. 그리고는 설계비를 묻는다. 물론, 건물규모에 대한 물음도 한다. 그러나 굳이 아쉬워하지 않는다. 소위 가설계(기획설계 또는 계획설계)라는 것 서로가 군 말없이 무보수로 작성해 주니까 말이다. 그러니 건축주가 필요한 사람은 시공자이거나 부동산중개사이지 결코 건축사는 아니다. 사용승인검사에 시공자는 없고 건축사가 바람막이가 된다. 건축사끼리의 동업자 정신도 박약하다. 그리고 건축사들은 아직도 법제도가 가져다주는 어마어마한 돈 되는 특권도 사용하지 않는다. 아니 할 줄도 모른다. 자료수수료, 업무대행비, 감리비, 경미한변경비, 현장조사비, 상담료, 세움터등록대행비, 건축물관리대장작성비, 등등...
‘무사는 곁불을 쬐지 않는다.’ 했다. 자부심의 건축사! 당신의 무기는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