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그 시대 흐름은

2020-04-01     홍원기 건축사
▲ 홍원기 건축사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역사, 문화, 도시가 상당 부분 훼손된 까닭에 근대 건축사에 관한 유적이라곤 문화재로 보관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밖에 남아 있는 고대, 근대, 초기 현대사 건축물들은 오랫동안 여러 용도로 사용됐다가 현재는 역사와 문화를 살려 도시의 랜드마크로 재생되고 있다. 1960년대 한국전쟁 이후 폐허로 변한 도시와 농어촌에 경제개발이 시작되면서 건축 분야에서는 건축법이, 시가지 분야에선 도시계획법이 제정됐다. 1965년엔 대한건축사협회가 설립되면서 여러 지역건축사회들에 의해 지역 발전과 도시 변화의 동력원이 됐다. 현대 건축사는 이 시기에 태동했다. 농촌에서는 도로를 넓히고 초가지붕을 개량했으며, 국토는 교량과 댐, 고속도로를 건설했다. 경제개발은 빠른 속도로 추진됐다. 수공업에서 경중공업으로 발전하고 국토건설은 성장을 거듭하면서 도시는 관공서와 교통을 중심으로 시가지를 갖췄다.

각 지방에서는 번화한 구역을 명동, 중앙동, 중구, 읍내 등으로 마치 고유명사처럼 부르기 시작했다. 각 도시의 명동은 교통뿐 아니라 문화, 상업, 오락 등의 핵심 상업지역으로 성장하게 된다. 명동은 현대식 상업을 이끌었고 함께 성장한 시장은 지금의 대형마트의 역할을 담당했다. 개발도상국을 지나 GDP가 국제적인 성장 궤도에 이르자 도시는 고층아파트를 축으로 신도시로 확장되고 주거, 문화콘텐츠, 상업, 행정중심은 대이동하기에 이른다. 그동안 지역경제를 담당했던 명동 중심 지역주민들은 남겨진 채, 축이 신도시로 이동된 것이다. 불과 50년 만에 도시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구도심, 신도심의 양대 경제 분단 형태를 갖추게 됐다.

구도심은 지역의 역사와 오랫동안 공존했지만 신도시와 견줄 수 없는 제도적 법적 기준에 부딪쳐 변화에 편승할 수 없는 버려진 공간이 되고 말았다. 또한 재개발에 의해 지역의 역사가 사라지고 다른 모습의 도시로 바뀌어 갔다. 과거 건축에선 모든 것이 창조되고 대량생산되었다면 현재에는 개혁하고, 재생하여 새로운 유행과 동참해야 할 것이다. 또 미래의 건축을 위해 비워두고 남겨 놓을 수 있는 건축 행위가 이루어져야 한다.

도시의 정체성을 갖추고 지역적 특징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던 원도심을 상기할 수 있도록, 지역의 역사를 발굴하여 재생해서 특별구역으로 지정하고 그 지역에 맞는 법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대·근대 건축물들이 존재하는 군산, 목포. 전주, 강릉, 부산 등은 그 역사를 재생해 도시의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도시 활성화의 좋은 사례로 알려져 방문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원도심 활성화 지역들은 역사와 문화가 상존하지 않는다. 지자체가 도시 활성화를 위한 특별구역으로 지정하고 관련 법을 완화해야 원도심이 다시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형평의 원칙만을 주장하는 행정으로는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것이다.

또 지역주민의 협조를 얻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역주민이 지역을 떠나려고 할 때 변화와 개혁은 존재하기 어렵다. 지역주민들이 함께 더 나은 지역 경제 만들기에 동참하고 이에 감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원도심이 변할 수 있다. 원도심과 신흥 도심은 결코 같을 수 없다. 시대에 따라 보수와 진보가 상호 경쟁하면서 현재의 도시가 개혁된 재생을 위한 건축디자인으로 원도심은 보존하고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