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반침하 43% 줄었지만, 굴착공사 부실에 따른 지반침하는 제자리

대한건축사협회, "지하안전영향평가 평가시기 부적절하고 허가기간 지연 초래해 개선 필요"

2020-02-20     박관희 기자

노후 상하수관로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지반침하 현상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반침하 가능성이 높았던 서울 등 대도심 역시 발생건수가 줄어 지하안전법 등 관계법률 정비에 따른 안전강화 조치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국토부는 지난해 지반침하가 총 192건이 발생했고, 발생원인으로는 노후하수관 손상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사진=Sutterstock)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지난해 지반침하 건수가 192건이 발생했지만, 전년대비 감소세로 전환했다고 알리고, 앞으로도 다각적인 예방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2월 18일 지반침하 발생 통보기준에 따라 집계를 시작한 2018년에 비해 지반침하 건수가 43%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반침하 발생 통보기준은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에 따라 1제곱미터 이상 또는 깊이 1미터 이상, 지반침하로 인해 사망자 또는 실종 및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로 특정하고 있다. 관련 기준에 따르면 2018년에는 총 338건의 지반침하가 발생했고, 2019년도는 전년대비 146건이 감소했다.

발생원인도 분석됐다. 가장 큰 원인은 전체 52%인 노후하수관 손상이었다. 다만 전년대비 98건이 감소해 42건으로 보고됐다. 이외 공사 간 다짐불량은 전년대비 49건이 감소한 19건, 상수관 손상은 전년대비 28건이 줄어들어 8건으로 원인별 지반침하 역시 각각 감소세로 접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지반침하 가능성이 높은 서울과 부산, 경기 등 대도심을 포함 전국적으로 발생건수가 감소했고, 특히 상수관 파손이 원인이 된 지반침하가 많았던 강원과 충북 역시 30건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관련 부처 등 범부처 간 협업을 통해 지반침하 예방 조치들을 지속적으로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전 예방 조치로는 환경부가 노후하수관 정비에 나서고, 한국시설안전공단은 지반탐사반을 운영한다. 한국시설안전공단은 지난 2015년부터 지표투과레이더 탐사장비를 활용해 땅 속의 위험요소인 공동을 사전에 찾아 보수하고 있다. 자체 탐사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서울시를 제외한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수요조사 후 취약지역부터 지반탐사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환경부는 20년이 지난 노후하수관이 6만킬로미터로 전국하수관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 중 사고우려가 높은 1만5,600킬로미터에 대해 정밀조사하고, 결함이 확인되는 관로는 즉각 정비할 방침이다.

또 국토부는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도입된 지하안전영향평가 제도를 통해 지하개발사업 시 모든 사업단계에서 안전관리를 강화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우선 피해규모가 큰 굴착공사 부실에 따른 지반침하는 2년 연속 6건으로 제자리인 만큼 재발하지 않도록 흙막이‧차수 공법을 변경하거나 굴착깊이 증가로 소규모영향평가 대상사업(10미터)을 영향평가 재협의 대상사업(20미터)로 변경하는 등 영향평가 재협의 대상을 확대한다. 오는 7월부터 사후영향조사를 매월 보고 하는 등 제도를 개선시행하고, 평가서 수준 향상을 위해 LH, 한국시설안전공단 등 전문 검토기관이 활용할 영향평가서 표준지침을 마련해 6월 중 배포할 예정이다.

국토부 정용식 기술안전정책관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지반침하 특성상 선제적인 예방활동을 통해 불안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지자체의 지반탐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함과 동시에, 사후영향조사의 대상사업을 소규모까지 확대하는 등 영향평가제도가 현장 중심으로 정착되도록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한건축사협회(이하 협회)는 지반침하와 지진 등 재난과 사고발생 이후 지하안전관리에 대한 법령 신설 및 강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법령 간 ▲기능 중첩 ▲지하안전영향평가 평가시기 부적절 ▲복잡한 절차 ▲건축허가 기간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협회 관계자는 “현행 건축허가 전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지하안전영향평가 시기는 건축물 허가절차에 맞게 착공신고 전으로 시기를 조정하고, 협의기간 역시 현행 30일 기준을 10일로 단축해야 한다”면서 “특히 평가업무 간 지연이 발생하고 있는 LH와 한국시설안전공단 등인 위탁기관을 확대해 업무 간 병목현상을 제거하는 등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이 요구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