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반침하 43% 줄었지만, 굴착공사 부실에 따른 지반침하는 제자리
대한건축사협회, "지하안전영향평가 평가시기 부적절하고 허가기간 지연 초래해 개선 필요"
노후 상하수관로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지반침하 현상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반침하 가능성이 높았던 서울 등 대도심 역시 발생건수가 줄어 지하안전법 등 관계법률 정비에 따른 안전강화 조치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지난해 지반침하 건수가 192건이 발생했지만, 전년대비 감소세로 전환했다고 알리고, 앞으로도 다각적인 예방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2월 18일 지반침하 발생 통보기준에 따라 집계를 시작한 2018년에 비해 지반침하 건수가 43%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반침하 발생 통보기준은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에 따라 1제곱미터 이상 또는 깊이 1미터 이상, 지반침하로 인해 사망자 또는 실종 및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로 특정하고 있다. 관련 기준에 따르면 2018년에는 총 338건의 지반침하가 발생했고, 2019년도는 전년대비 146건이 감소했다.
발생원인도 분석됐다. 가장 큰 원인은 전체 52%인 노후하수관 손상이었다. 다만 전년대비 98건이 감소해 42건으로 보고됐다. 이외 공사 간 다짐불량은 전년대비 49건이 감소한 19건, 상수관 손상은 전년대비 28건이 줄어들어 8건으로 원인별 지반침하 역시 각각 감소세로 접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지반침하 가능성이 높은 서울과 부산, 경기 등 대도심을 포함 전국적으로 발생건수가 감소했고, 특히 상수관 파손이 원인이 된 지반침하가 많았던 강원과 충북 역시 30건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관련 부처 등 범부처 간 협업을 통해 지반침하 예방 조치들을 지속적으로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전 예방 조치로는 환경부가 노후하수관 정비에 나서고, 한국시설안전공단은 지반탐사반을 운영한다. 한국시설안전공단은 지난 2015년부터 지표투과레이더 탐사장비를 활용해 땅 속의 위험요소인 공동을 사전에 찾아 보수하고 있다. 자체 탐사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서울시를 제외한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수요조사 후 취약지역부터 지반탐사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환경부는 20년이 지난 노후하수관이 6만킬로미터로 전국하수관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 중 사고우려가 높은 1만5,600킬로미터에 대해 정밀조사하고, 결함이 확인되는 관로는 즉각 정비할 방침이다.
또 국토부는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도입된 지하안전영향평가 제도를 통해 지하개발사업 시 모든 사업단계에서 안전관리를 강화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우선 피해규모가 큰 굴착공사 부실에 따른 지반침하는 2년 연속 6건으로 제자리인 만큼 재발하지 않도록 흙막이‧차수 공법을 변경하거나 굴착깊이 증가로 소규모영향평가 대상사업(10미터)을 영향평가 재협의 대상사업(20미터)로 변경하는 등 영향평가 재협의 대상을 확대한다. 오는 7월부터 사후영향조사를 매월 보고 하는 등 제도를 개선시행하고, 평가서 수준 향상을 위해 LH, 한국시설안전공단 등 전문 검토기관이 활용할 영향평가서 표준지침을 마련해 6월 중 배포할 예정이다.
국토부 정용식 기술안전정책관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지반침하 특성상 선제적인 예방활동을 통해 불안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지자체의 지반탐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함과 동시에, 사후영향조사의 대상사업을 소규모까지 확대하는 등 영향평가제도가 현장 중심으로 정착되도록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한건축사협회(이하 협회)는 지반침하와 지진 등 재난과 사고발생 이후 지하안전관리에 대한 법령 신설 및 강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법령 간 ▲기능 중첩 ▲지하안전영향평가 평가시기 부적절 ▲복잡한 절차 ▲건축허가 기간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협회 관계자는 “현행 건축허가 전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지하안전영향평가 시기는 건축물 허가절차에 맞게 착공신고 전으로 시기를 조정하고, 협의기간 역시 현행 30일 기준을 10일로 단축해야 한다”면서 “특히 평가업무 간 지연이 발생하고 있는 LH와 한국시설안전공단 등인 위탁기관을 확대해 업무 간 병목현상을 제거하는 등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이 요구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