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정요(貞觀政要)'의 교훈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군소 정당들의 합당·분당 등 이합집산은 시작됐다. 정치 지망생들은 공천 지원서를 잔뜩 써서 이 정당 저 정당을 기웃거린다. 하지만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심각하다. 기존의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닌, 보스를 향한 충성도 경쟁에만 몰두한 결과다.
"동(銅)으로 거울을 만들면 의관을 단정히 할 수 있고, 고대 역사를 거울삼으면 천하의 흥망과 왕조 교체의 원인을 알 수 있으며,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자기의 득실을 분명하게 할 수 있다."
1500년 전 정치가인 당 태종 이세민이 한 말이다. 그는 비록 수나라 군사령관이던 아버지 이연과 함께 군사를 봉기해 당나라를 세우고 형과 동생을 제거한 뒤 황제가 됐으나 집권 후에는 명군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자기에게 칼을 겨누었던 위징을 핵심 참모로 기용함으로써 '독을 약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태종의 업적은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정관정요(貞觀政要)'를 낳게 했다는 점이다. 태종의 신하 오긍(吳兢)이 편찬한 '정관정요'는 태종과 그를 보좌한 명신들의 행보와 치국관이 담겨 있는 정치토론집이다. 청나라 고종 건륭제와 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까지 애독해 통치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크게 참고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치국의 기본 방향과 군신 관계를 정립하는 바른 리더십 교과서인 셈이다.
'군주가 처음 나라를 세웠을 때는 덕행이 빛나고 공적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세력은 곤두박질 친다'는 경고를 항상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던 태종은 스스로 그렇게 될까 매우 경계했고, 신하들 역시 군주가 사치하는 마음을 갖고 관용을 베푸는 마음을 잃을까 곁에서 노심초사하며 견제했다.
그래서 태종은 오판 위기에 처할 때마다 신하들의 간언을 받아들여 자신의 역사적 오점을 줄일 수 있었다. 구중궁궐에 갇혀 천하의 일을 모두 볼 수 없었던 태종은 신하들을 눈과 귀로 삼은 것이다.
대한건축사협회 강성익 회장의 임기 절반이 지났다. 회장취임 당시의 초심을 잃을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때맞춰 회장의 2기 집행부가 출범했다.
회장의 옳은 판단에는 힘을 보태고 오판의 상황에서는 서슴없는 직언을 통해 판단을 바로잡을 수 있는, 회원들의 집행부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