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건축물 생애관리 매뉴얼 시행을 환영한다
한국의 건축물관리시스템은 까다로운 건축허가제도나 사용허가에 비하여 매우 복잡하면서도 허술하고 일부에 치중된 기형적인 모습이다.
건축물을 사용허가 때와 같이 쾌적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축물유지관리법을 제정하여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전기법, 소방법, 에너지이용합리화법, 고압가스법, 도시가스법 등으로 나눠진 방재안전분야나 소음진동규제법, 수도법, 하수도법, 토양오염방지법 등으로 이뤄진 환경위생분야는 각 분야의 특성이 있어 논외로 하더라도 유지관리분야 조차 건설산업기본법, 건축법,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주택법, 주차장법, 임대주택법 등으로 분산되어 있으며 그나마도 고층 및 대규모건축물에만 국한되어 있고, 전 건축물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2000㎡ 이하의 소형건축물은 준공 2년 이후 관리대상에서 제외되는 어이없는 법정관리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렇게 소형건축물이 유지관리에 취약한 것은 서민보호 및 이들을 위한 규제철폐란 미명으로 정치적 논리가 행정에 파고든 대표적 오류이다. 이는 첫째, 2000㎡(600평)정도의 빌딩 소유주는 땅값을 제외하고도 20억여원의 건축비가 소요됨으로써 전국 어디에 건물이 있더라도 부유층이지 서민층이 아니라는데 있고, 둘째, 정기점검비용이 임대료 인상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10년 전 순진한 어린 생명들을 앗아간 화성 씨랜드 화재사건이나 55명이 희생된 인천 호프집화재사건 그리고 3년 전 서민들을 울린 서울 잠실의 고시원화재사건은 언제나 중소형건축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이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서울 강남구 등 극히 일부지자체를 제외하고는 현행법령에 의한 점검 이외에는 안전조치가 전무하였다. 이러한 행정부와 대조적으로 오히려 민간단체인 대한건축사협회는 작년에 건축물유지관리법 제정을 위한 법적근거 마련을 위한 조사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자체적으로 건축물생애관리매뉴얼을 만들고 내년부터 이를 건축사 등 전문가에게 위탁하여 시행하며 소형건축물에는 비용의 일부를 지원할 것임을 밝혔다. 귀중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하여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건축물생애관리란 건축의 기본계획 및 심의에서부터 ‘건축허가 사용승인’ ‘성능유지 용도변경’ ‘수명종료 철거’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 건축물을 관리하는 것으로, 선진국에서는 이미 FMS(Facility Managment System)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는 세부적인 실행사항을 주시할 것이며 국민의 재산과 생명 보호를 위해 적극 협조할 것이다. 또한 이를 계기로 지방정부를 떠나 하루 빨리 국가차원에서 건축물유지관리법이 제정되고 매뉴얼이 작성되어 전국적으로 실행되기를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