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다

2012-01-16     석정훈 건축사

2012년 임진년의 새해가 밝았다.

안타깝게도 희망과 기대의 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모두들 경제가 어렵다고 살기 힘들다고 한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으나 통증이 지속되면 그것을 아픔으로 제대로 느끼지 못하듯이. 매년 반복되는 불경기는 이제 무감각한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우리 건축계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몇 년간 1건의 수주도 못한 사무소가 즐비하고 - 물론 다는 아니지만 - 큰 사무소는 건설회사의 하수인으로, 작은 사무소는 건축업자의 해결사로 전락 하고 있고, 건축사 1인 사무소로 명맥을 유지 하고 있는 초라한 현실이 현재 우리의 모습일 것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되기 시작한 것일까?

1. 국민소득 2만불 시대가 도래하면 건축물량이 급속히 감소한다.

2. 시장은 한정돼 있는데 건축사의 배출이 자나 치게 많다.

3. 기술과 경험을 앞세운 외국설계회사가 좁은 국내시장을 잠식한다.

우리 모두가 동의하는 분명한 정답이다. 그러나 모든 원인을 외부적요인의 탓으로 돌린다면 우리는 정말 중요한 내부적인 요인에 직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원인들은 전혀 예측 불가능한 돌발적인 것 이었을까?

역사의 가정은 부질없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만약 선진국의 성장과정 사례를 조금만 들어다 보았더라면, 비관적 상상력을 가지고 좀 더 진지하게 건축의 미래에 대하여 고민하였더라면, 70, 80년대의 건설호황기에 건축사의 배타적, 독점적 지위에 취하지 않고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였더라면, 건축의 현실은 지금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모두의 의견이 하나로 일치하는 것은 변곡의 시점이 멀지 않음을 암시하는 것이고, 인류는 역사 이래 우상향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하여왔으며 모든 업종은 예외 없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해 왔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지금 반드시 희망을 가져야 한다.

어떻게 하여야 할까?

한비자의 학택지사(涸澤之蛇)로부터 교훈을 얻고자 한다.

메마른 연못에 살던 뱀들이 다른 연못으로 이사를 가려면 마을 앞 큰길을 건너야 하는데, 사람들에게 잡힐 것 같아 망설이다가 가장 큰 뱀이 작은 뱀을 등에 업고 떠받치면서 길을 건너자 사람들이 신령스런 뱀으로 여겨 무사히 다른 연못으로 이동했다는 일화이다.

이 이야기가 주는 첫 번째 교훈은 우리는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울수록 위기가 닥칠수록 뭉쳐야만 한다. 지금의 건축사냐 건축가냐의 논쟁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건축3단체의 제각각의 소리에서 무슨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 뭉쳐야 힘이 생기고 힘이 생겨야 저항할 수 있으며, 약하기에 강해져야하고 강해지기위해 뭉쳐야 한다.

두 번째 교훈은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엄마에게 떼쓰는 슈퍼 앞에 아이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의 이익을 위하여 요구하고 또 요구했지만 실제로 그것은 이루어진 것은 거의 없다. 우리 주변의 누구도 우리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은 우리 건축사에게도 적용된다.

우리 주변을 높여주는 것이 진정 우리가 높아지는 방법이다. 이제는 더 낮아지고 더 베풀어야 한다. 지역사회에 진정한 일원으로 봉사자로서 거듭나야 한다. 외투를 벗기기 위해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태양이 되어야 한다.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 모두 지금 수렁에 빠져있으나 우리중의 몇몇은 밤하늘의 빛나는 별을 본다”
(All of us are in the gutter but some of us are looking the st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