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건축의 사유(思惟)
공공건축의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항상 느끼는 생각들을 떠올려 보면, 공공건축의 주인은 과연 누구일까?
공공건축이 지어지는 과정에서 진정한 감독관의 역할은 무엇일까?
건축사의 역할은 어디까지 일까?
왜 그들은 공공건축을 사유화 하려고 하는 걸까?
이렇듯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제가 최근 1년 동안 작업한 프로젝트의 사례를 들어가며 공공건축에 대한 이야기하고자 한다.
부산시에서 재개발지역이 미개발로 방치되면서 일어나는 지역의 낙후화를 조금이라도 막아보려고 각 구청에 정비 사업비를 지급하여 추진하는 사업 중에 하나를 맡아 설계·감리를 하게 되었다. 일종의 마을 환경을 개선해서 서민들에게 정신적, 물질적 도움을 주고자하는 사업이다. 마을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고령층을 위한 경로당, 공동작업장, 파고라, 버스쉘터, 마을길정비, 난간설치 등을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은 그리 만만치가 않았다. 설계자로서 하나의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전체를 조사하고 파악해서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감과 주민들의 개개의 요구조건을 반영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기본설계과정에서 수차례 현장답사를 통하여 마을 통장님의 적극적인 도움과 주민들에게 마을의 옛 이야기도 들어가면서 힘들지만 신나게 디자인 안을 만들어 내고 주민들과 구청관계자와 협의을 거듭 거쳐서 최종안을 확정하여 실시설계를 마무리 하였다.
그리고 가장 큰 어려움 이였다면, 해당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담당공무원은 아마도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 생길 정도로 힘들었을 것이다. 또한 시공과정에서 현장소장은 눈에 핏발이 서려 혈압조절이 불가능한 상태로 마을 곳곳에 불려 다니며 자신들의 개인 집 담장을 세워 달라, 화장실을 만들어달라, 지붕을 고쳐달라, 공공화장실은 외부사람(택시기사)가 사용하면 누가 관리 하냐며 반대의견을 내세우는 등등 무수한 요구사항에 시달리면서도 구청감독관의 중재와 협의로 12월22일 준공식을 가졌다. 그날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날로 기억된다. 그러나 전 가슴 한곳이 뿌듯하고 따스했다. 준공식 초청장을 보내준 구청 담당자가 재차 연락을 해서 꼭 참석해 달라는 부탁과 당일 구청장님께서 설계자와 시공자의 노고에 감사한다는 말 한마디에 1년동안 고생한 모든 일들이 헛되지 않았구나하는 안도감과 앞으로의 사명감마저 들었다. 참 단순한 이치이다. 그런 배려의 말 한마디로 사명감 운운하는 내 자신이 참 우습기도 했다.
저는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가 가장 중요한 것이 삼자(발주처, 건축사, 시공자)가 서로 탓하고 싸우는 것보다 서로 간에 머리를 맞대고 한마음으로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프로젝트에 임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제가 했던 다른 공공건축을 수행하던 과정이 앞의 이야기처럼 훌륭하지는 못하였다. 주민센터를 설계, 감리하는 과정에서 현장에 구청의 높으신 분들이 나오면 영락없이 감리자인 저에게 연락이 와서 시공자를 뒤로하고 일반감리자인 저에게 업무범위 이상의 것을 질책하거나, 일반감리자를 상주감리자나 책임감리자로 착각하는 감독관과 구청관계자를 대할 때면 한심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공공건축 수행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감독관은 프로젝트에 대한 전반적인 숙지가 되어야하고 정확한 업무전달을 할 수 있어야하며, 문제해결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축사 또한 설계당사자로서 감독관과 시공자에게 설계의도나 도면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감독관의 업무를 조력하는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끝으로 공공건축의 주인은 누구일까? 사업을 발주하는 시청이나 구청이 아니고, 그 건축물에서 업무보는 이들이 아니라 공공건축의 주인은 건축물을 사용하는 일반인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또한 공공건축은 어느 누구에게도 사유화될 수 없으며, 성역화될 수 없음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