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18     함성호 시인


- 김휘승

무덤 같은 낮은 숨결로
속살 못 잊어 세워보는
울음 같은 집 한 채

누가 살까.
 

-『햇빛이 있다』김휘승 시집 / 문학과지성사 / 1991년

인간의 언어는 단 하나를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린다. 우리가 ‘물병’이라고 말할 때 그 물병의 고유성, 이를테면 색깔, 형태, 두껑과 몸체의 조화, 문양 등을 인간의 언어는 다 담을 수 없다. 만약 그것을 다 담아내려고 할 때 정작 우리는 그것이 ‘물병’이라는 사실을 잃어버릴 수 있다. 시는 언어가 놓친 그 버려진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이 시에서 세워진 집 한 채도 그런 것일지 모른다. 시는 그 안에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