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

2010-12-01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수익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그 수익의 기대가 클수록 위험이 커진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고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스트레스, 즉 심적 고통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공격적인 투자는 마음이 불편한 것이다. 혹시 앞으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마음이 다소 불편해도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현 단계의 부동산 시장 환경은 그다지 녹록하지 않다. 수익은 커녕 오히려 손해를 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지금이 부동산가격이 무차별적으로 상승하는 국면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에서 보수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 이유다.

 

지금 장세는 마라톤 선수가 42.195km달리고 쉬는 격

장기 레이스를 달리는 마라톤 선수가 있다고 치자. 한국의 부동산시장을 마라톤 선수에 비유하면 1시간 전 힘든 마라톤을 마치고 쉬고 있는 격이다. 이 선수는 곧바로 100m나 200m 단거리는 뛸 수 있다. 하지만 곧바로 마라톤을 다시 뛸 수는 없다. 무리하게 마라톤 경기에 나서면 심장마비로 자칫 선수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마라톤 경기를 하려면 시간을 두고 에너지를 다시 비축해야 가능하다.

기다리고 기다려도 태풍을 동반한 호우(대세 상승)는 당분간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가끔 국지성 호우(국지적 상승)나 게릴라성 호우(일시적 상승)는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태풍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비구름을 많이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설사 태풍이 형성된다고 해도 우리나라를 통과한다는 보장이 없다.

지난 30년 간 미국이나 유럽 주택시장을 보면 가격이 치솟은 뒤에는 늘 수년에 걸쳐 실질주택가격을 기준으로 하락이 이어졌다. 주택경기는 반드시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을 반복한다. 한국의 주택경기도 1991년 4월 고점을 형성한 이후 4~5년간 장기조정을 겪었다. 이번 침체기가 언제 갈 지는 알 수 없지만 당분간 가격이든 기간이든 조정이 진행될 것이다. 부동산가격이 버블논란을 일 만큼 단기간 급등했기 때문이다. 과도한 부동산의 자산화와 스톡화는 반드시 고통스러운 후유증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이상 급등 이후에는 반드시 급락이라는 조정과정을 거친다는 것은 부동산이나 주식이나 모든 자산시장의 대 명제다.

앞으로 부동산에 투자를 하더라도 가격이 절대적으로 비싼 수준이기 때문에 수익률이 극히 낮을 것이다. 그래서 부동산 투자는 보수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자신 없으면 당분간 부동산시장을 떠나 있어라. 차라리 부동산을 잊어라. 그래야 마음이 편해진다.

 

왜 연예인들은 법원 경매로 부동산을 사나

최근 연예인들의 부동산 취득에서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바로 ‘떨이 장터’인 법원 경매를 이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노홍철은 2010년 경매를 활용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60㎡를 감정가의 85%선인 22억원 가량에 취득했다. 한류스타 이병헌도 2009∼2010년 사이에 분당, 용인, 충남 공주 일대에 빌딩 3개를 법원 경매로 매입했다. 각 빌딩의 낙찰금액은 28억∼54억원 정도였다. 서장훈 역시 2,000년 법원 경매를 통해 양재역 부근 빌딩을 30억 가량에 낙찰 받았다.

국가가 열어놓은 ‘공식 할인 매장’인 법원 경매의 최대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가격이 싸다는 것이다. 스타들은 부동산의 가장 경제적인 취득 방법인 법원 경매를 활용한 것이다. 연기만 스타가 아니라 재테크 방법에서도 스타인 셈이다. 경매 활용은 추가 하락 가능성을 대비한 리스크의 최소화 방법이다. 경매를 통해 취득 가격을 낮추면 100m 달리기에서 20m 앞서 달리는 것과 같다. 출발(취득)부터 수익의 극대화라는 목표에 그만큼 앞서 있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강한 부동산시장에 대처하는 방법 3가지

변동성이 강한 시장에서 일반 소비자들이 대처하는 방법은 3가지다.

첫째 조급함을 버리는 것이다. 부동산가격이 계속 추세(Trend)적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사이클(Cycle)을 이루며 등락을 거듭하는 경우가 많다. 가뜩이나 최근 부동산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장기적 상승으로 가기 힘든 구조다. 따라서 가격이 부담스러울 때에는 떨어질 때까지 인내력을 갖고 기다려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뒤쫓아서 잡을 것이 아니라 때를 기다리는 것 좋다는 얘기다. 한편으로는 변동성이 강한 시장에서는 투자할 기회도 많아진다. 이번 기회가 아니더라도 다음에 기회는 또 온다. 변동성이 강한 시장에서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최대의 적은 쓸데없이 서두르는 것이다.

둘째, 저가 매입론이다. 부동산은 입지 선택 못지않게 가격도 중요하다. 어찌 보면 매입가격을 낮추는 것이 성공 자산관리의 출발인지 모른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대세상승기가 아닌 침체기에는 매입가격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낮은 가격에 매입을 했기 때문에 가격이 일부 떨어져도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저가 매입은 변동성이 강한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싸게 사는 것, 그것은 보수적 투자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셋째, 자기 자본의 비중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다. 변동성이 강한 시장에서는 가급적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안전투자의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남의 돈을 빌리는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거나 하락하는 침체기에는 더욱 그렇다. 가격이 하락해도 내 돈으로 투자한 사람들은 마음이 불안해지지 않는다. 침체기에는 남의 돈은 나에게 힘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무거운 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