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건축시대

2010-10-16     장양순 건축사

1966년 정인국 교수는 건축사지에 게재한 ‘한국건축계의 당면문제’란 논고에서 “언제나 위대한 건축시대의 시초에는 건축의 내면에서 보다 윤리성에 대한 요구가 더 강조되기 마련이다”면서 “충분한 기술적 검토도 없이 도괴될 요소가 많은 설계를 해치운 대학교수의 양심, 기술적 검토를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도록 충분한 경비를 지불하지 않는 건축주의 인색, 이러한 도서를 유야무야 허가하여 준 행정관리의 무능, 또 이 공사를 무면허업자 면허대여로 공사하는 현상이 정화되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야마자키의 말을 빌려 “이러한 건축계의 혼란은 철학의 빈곤에서 온다. 여기에서 말하는 철학은 극히 속된 뜻으로 건축의 순수성이나 예술성을 느끼고 있는가, 건축의 기본요소를 이해하고 있는가, 건축의 사회성을 알아 거기에 배타되지 않게 행동하는 가이며, 좀 더 깊이 들어가 창작태도에 근원적 철학이 뒷받침하고 있는지, 사회의 혁명적·지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지, 현대건축 사조 속의 어떤 위치에서 작업하는지를 통틀어 말하고 있다. 이것을 역으로 말하면 대부분 건축사들은 건축을 설계금액에 알맞게 적당히 처리하여 그려주는 구조물로 알고 있고 피상적으로 모방하는데 그치고 말든가, 기교한 표현을 무절제하게 꾀하는 경향이 우리 건축사회의 풍조로 되어가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1974년 오웅석 이사는 “세상에는 건축사를 건축허가를 대서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많으며, 건축사 스스로 건축허가 취득을 본분으로 일 삼는 사람이 상당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분들을 위하여 건축허가사라는 직종이 새로 생겼으면 좋겠다”고 쓰고 있다.

며칠 전 모 건축사 한 분은 골조공사 까지 완료하고 부도가 난 건물을 매입한 새 건축주로부터 설계변경 의뢰를 받아 실측한 결과, 지표면이 현황보다 6m나 높게 그려져 있어 완성된 골조를 자를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도 불법이 많아 당초 설계한 건축사에게 물으니, 건축주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일도 없는데 어떤 처벌을 당하든 관계없다고 하여 너무 놀랐다는 말을 해주면서, 법 이전의 윤리와 양심에 분노하였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전문자격사의 윤리를 저버린 45년 전 최빈국시대의 현상이 선진국 문턱에 다다른 지금도 다수 남아 있는 것이 건축계의 현실이다. 자신의 위상과 품격은 스스로의 행동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에게 “위대한 건축시대”는 언제 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