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을 사랑하시는 K형에게
예전 그렇게 활기있게 활동하시던 K형이 쇠약해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접하고, 빠른 회복과 함께 보다 큰 성장을 기원하며 이 문외한이 몇 자 적어 봅니다.
저도 절감하고 있습니다만, 세상은 참으로 정신없이 돌아가고 어느 곳 하나 그대로인 데는 없어 보이더군요. 그리 심하지는 않을 것 같던 시골이나 도시도, 산하나 국토도, 기후 변화도, 그리고 삶의 행태도 누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변화이니 말입니다.
兄이 몸담으신 건축계 역시 시대적 흐름을 거역 할 수는 없을 것이고, 따라서 국가 사회의 보장이나 틀이 바뀌고 예우나 경제적 보상, 심지어는 관련 협력업종의 움직임 또한 예전 같지 않으실 것입니다. 또한, 그 변화가 바람직한 변화만도 아닐 것이며, 반면 꼭 나쁜 것이라고도 할 수 없을 것 입니다.
시대의 흐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겠지요. 다만, 각각의 성장과 발전은 각 개체가 그 흐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여부에 달려 있지 않겠습니까? 바람을 잘 타면 더 큰 바다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고, 파도를 잘 이기면 더 큰 힘이 생김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진리겠지요. 언젠가 兄 동료께서 자신들의 재능이나 지식, 혹은 전문 능력이 떨어진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하시는 걸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저 같은 문외한이 뭘 알겠습니까만, 저는 오히려 그런 겉 실력이 아니라 실은 속 실력을 다듬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음을 이제야 고백합니다. 우연히 兄과 함께 하였던 공식 협의장에서, 다른 이의 주장이 자기 이해관계에 어긋난다는 이유만으로 천박한 언사로 면박을 주고 결국 인신 공격성 다툼으로 이어진 경우도 보았고, 규모가 큰 회사조차 상식에 벗어난 행위나 주장을 하며 편법의 불공정 거래가 횡행하고, 관련 협력업체와의 분쟁 또한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더 염려스럽더군요. 만약, 도덕 없는 종교지도자나 법의 준수 없는 법관이나 검사가 있다면 그 권위나 위상을 누가 인정하겠습니까?
兄이 말씀하셨던 그 멋진 문화예술과 제가 여전히 존경하고 있는 공적 서비스와는 제법 거리가 있는 듯 해서요. “격한 말은 박약한 이유에서 나온다”는 러시아 격언도 생각났었구요. 남을 배려하지 않는 문화 선진국은 없으리라는 믿음도 변치 않을 것으로 봅니다. 배려는 사회의 공존 원칙이고 자기 능력만으로는 자신을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사실 존중이란, 시비이해에 관계없이 품어내는 게 아닐런지요!
존경하는 K형!
兄의 유능함과 예전의 풍요로움(?)이 오히려 변화의 적이 된 것은 아니겠지요.
兄이 도와달라고 하셨을 때 못 도와드린 것 섭섭하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兄의 능력을 믿기에 못 들은 척 했답니다. 도와달라고 하면 할수록 자신이 궁핍해지고 자존감이 떨어질 게 뻔 하니까요. 작금의 여러 상황이 작은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작은 문제는 절대 큰 진보는 못 가져온다니 오히려 잘 된(?) 일인지도 모르는 것 아닙니까!
어떤 분은 법, 제도적 안전판이 무너져 간다고도 하시더군요. 그럴 수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안전판이란 실패와 방심을 불러 올 수도 있고 자생력을 저하 시킬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조금 어려우면 그리 도망 갈 테니까요.
저는 兄과 동료들이 단순한 가족주의를 넘어 당초의 ‘공심’으로 단합한다면 분명히 더 큰 위상을 확보하고 존경을 받으리라 믿습니다. 동질성의 강요가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한 자연스레 하나됨은 남북통일의 기준으로도 공감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래의 투명 사회나 사람들의 인지 발달 속도로 보아 개별, 혹은 작은 조직의 이해관계를 앞세움은 그 존폐에까지 영향을 미치리라 여겨집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한들 풍부한 환경과 공간, 멋진 건축물을 만들어 갈 전문 직능은 없어질 수 없을 것이며, 공동체를 위한 진정성을 견지 할 속 실력을 키운다면 兄이 활약할 영역과 능력의 비교 우위를 저는 의심치 않는다오!
이제는, 과거 선진국이라고 하여 그들을 습관적으로 따라 할 게 아니라 오히려 급변하는 이 기회에 兄과 선, 후배 모두가 세계에 앞설 수 있는 경우로 만들어 나가시길 진정으로 기대합니다. 兄이 좀 아프시다고 누워 계시면 이젠 더 이상 넘어 지실 일도 없겠으나 그 뒷 일은 저도 솔직히 상상하기 싫습니다. 설사 몇 번 더 넘어지시더라도 일어나 힘차게 뛰어나가시겠지요. 하다 못 해 걷기라도 하실 것으로 저는 믿습니다!
주제넘고 두서없음을 양해하시기 바라며, 兄의 기질과 잠재력을 믿는 세움벗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