都.詩.樂
전국여성건축사대회,
5월 19∼20일 경남에서
‘都.詩.樂, 도시. 시와 음악을 품다’ 주제로 열려
통영, 해안선을 따라 수려한 자연경관과
유적, 예술적 감성 품은 도시
과거 화려했지만 지금은 쇠잔한 풍경
결국 도시를 즐겁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
지난달 5월19일, 20일 이틀간 경상남도에서 전국여성건축사대회가 개최됐다.
매년 대한여성건축사회에서 개최하는 이 대회는 한해는 서울 한해는 지역을 선택하여 개최하고 있는데 금번 대회는 ‘都.詩.樂, 도시. 시와 음악을 품다’라는 주제로 경상남도의 진주를 거쳐 거제, 통영을 둘러보며 130여 명의 여성건축사들이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금번 주제는 문학과 음악에서 많은 예술인들을 배출해낸 예술의 도시 통영을 생각하며 만들었지만 그 안에서의 도시의 즐거움을 그리며 지은 주제이기도하다.
통영은 예전에는 항구도시로서 경제가 활성화되어 재력이 풍부한 통영사람들이 일찍이 학문과 예술에 눈을 뜸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수많은 예술인들이 이곳에서 성장하거나 활동하였던 도시이다. 이곳은 책에서 또는 음악으로 보아오고 들어오던 박경리, 윤이상, 유치진, 유치환, 김춘수 등 많은 유명한 예술인들이 태어나고 활동하고 머물렀다. 통영에는 이들의 문학과 시와 음악에 대한 낭만과 추억을 담은 이야기들이 산재해 있으며 통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동피랑 언덕에서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오밀조밀한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해안과 수많은 섬들이 만들어내는 수려한 자연경관과 함께 주변 곳곳에 스며들어있는 이순신장군과 관련된 여러 가지 유적과 역사를 느낄 수 있다. 이순신공원, 한려수도, 거북선 등 역사적 의미가 담긴 명소도 둘러볼 수 있고, 예술적인 감성을 만끽하기에 참으로 멋진 도시임을 확인할 수 있다. 여러 세대를 거치며 이어져온 면면의 이야기와 함께 그 이야기를 품은 사람과 공간이 가진 문화적 가치가 지금의 통영을 있게 한 든든한 뿌리다.
그런데 참으로 아쉬운 것은 지금은 그 문화예술의 맥이 날로 쇠잔되어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말은 과거형이 되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도시로 떠나가고 학교들은 학생 수가 적어 폐교가 되어가고 과거의 화려했던 도시의 추억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많은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매력적인 곳 이기에는 충분하나 옛날처럼 문화예술인들을 배출하고 활동하고 하기에는 아쉬움들이 많다는 것이 현지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이야기다.
도시란 일반적으로 많은 인구가 모여 살며 일정 지역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이 되는 곳이라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 도시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곳이다. 사람이 모여 있지 않으면 도시의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거제시만 보더라도 몇 년 전까지 조선사업의 호황으로 인구가 26만이나 이주해오고 그에 따른 아파트, 주택들이 상당히 많이 지어져 3, 4년 사이 주변경관이 확 달라졌는데 지금 도시가 너무도 침체되어 부동산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져 조선업이 다시금 활성화되기만을 기다리고 바랄뿐이다. 그렇다면 도시는 경제가 활성화되어야 만 멋진 도시 즐거운 도시가 될 수 있는가. 대도시인 서울은 즐거운가. 연일 부동산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도시에 살면 즐거운 도시가 될 것인가. 그런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
통영에는 통영출신이 아닌 시인 백석의 시가 충렬사 건너편 자투리땅에 자리 잡고 있다. 사랑하는 여인을 찾아 통영까지 왔으나 그녀는 없고 그녀의 체취가 남은 자리에서 쓴 시를 통영사람들은 통영시비1호로 간직하고 있다. 통영이 문화예술의 도시라 불리울 수 있었던 것은 통영을 사랑한 시인을 사랑할 만큼 진정으로 통영을 사랑하는 통영사람들의 마음 덕분은 아닐는지. 결국 도시를 즐겁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김해본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어떤 도시인가. 나는 이도시를 사랑하는가. 아직도 끝까지 읽지 못한 박경리 작가의 토지를 만지작거리며 그 옛날 통영에서 낭만을 읊조리며 노래하던 그분들처럼 멋진 도시를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