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2010-07-01     장양순 건축사

남아공 월드컵의 현장과 서울시청 앞 광장 등 전국의 요소들 그리고 교민들이 많이 사는 세계 곳곳에서 '대~한민국'의 함성과 함께 흔들던 태극기의 물결은 16강전까지 네 번으로서 아쉽게 그 막을 내리고 말았다. 그러나 남아공의 스탠드를 덮은 대형태극기는 선수들에게는 투지를, 한국인에게는 애국심을 그리고 세계인들에게는 강렬한 한국의 인상을 심어주었다. 이런 응원의 역사는 2002 한일월드컵에서 비롯된 것으로써, 당시 4강전에서는 상대국인 터키국기도 함께 펼침으로써 터키국민을 감동시켰다. 결과는 한국의 터키에 대한 수출의 대폭 증가로 나타났다.

국기의 기원은 삼국지의 전쟁장면마다 복합 단어로 나오는 '기치창검'만 보아도 나라 간의 전쟁 때문임을 알 수 있다. 2차대전 당시 유황도에 세워진 성조기, 625전쟁 중 9 28 서울수복을 천하에 알린 해병대의 중앙청 태극기 게양이 대표적인 감동사례이다. 그러나 전쟁 없는 지금은 스포츠이다. 축구 외에도 세계야국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을 이기고 그라운드에 꽂아놓은 태극기와 올림픽의 금메달 시상식장에 게양되는 태극기 앞에서 우리는 감동과 일체감을 맛보고 있다. 지난 동계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의 태극기 세레모니는 그 중에서도 백미였다. 그러나 이렇게 큰 것이 아니면서도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장면들도 있다. 금년부터 규정이 바뀌어 볼 수 없지만 클리브랜드의 추신수 선수는 자신의 야구배트 손잡이 끝단에 태극기를 그려넣음으로서 배트를 휘두를 때마다 태극기가 화면에 잡히도록 하였었다. 골프선수 최경주는 골프백과 운동화 뒷꿈치에 태극기를 그려 넣고 다녔다. 금년에는 2년간의 부진으로 메인 스폰서가 없어 모자까지 태극기를 달고 다녔는데, 때마침 복귀한 타이거우즈와 4일 내내 동반플레이를 한 마스터즈대회에서는 수 없이 그의 얼굴과 함께 태극기가 화면을 채웠었다. 외로움을 달래려고, 스스로 다짐하려고 시작했다는 국기 사랑이 좋은 성적과 함께 국가 이미지를 상승시킨 애국활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한일 월드컵 태극기는 폭이 60m에 무게 1.5톤이며 5천명을 덮는다. 이번 남아공 태극기는 70만명의 얼굴과 염원이 담겨져 있다. 이토록 국기에 관한 세계 기록을 보유한 태극기는 우주의 궁극적 생성원리를 담고 있는 태극과, 천지일월, 춘하추동, 동서남북과 인의예지를 뜻하는 건 곤 이 감의 4괘로 되어 있다. 이제 월드컵의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태극의 철리를 다시 숙고하면서 국익과 자기가 속한 단체에서 이념과 갈등과 반목을 접고 하나가 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