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삯

2010-06-01     장양순 건축사

어떤 포도원 주인이 아침 일찍 일꾼을 구하려고 밖으로 나가, 하루에 한 데나리온을 주기로 합의하고 그들을 자기 포도원으로 보냈다. 이후에도 주인은 9시와 12시, 오후 3시와 5시에 걸쳐 장터에서 일거리가 없어 놀고 있는 자들을 “너희도 내 포도원에서 일하라”고 하였다.

날이 저물어, 나중 온 일꾼들부터 한 데나리온씩 품삯을 주자 아침 일찍부터 시작한 일꾼들은 좀 더 많이 받을 줄로 생각했으나 그들도 한 데나리온밖에 받지 못하자 투덜거렸다. “나중에 온 사람들은 한 시간 밖에 일하지 않았는데, 종일 더위에 시달리며 수고한 우리와 똑같이 대우해줍니까?”

그러자 주인이 말했다. “난 잘못한 것이 없다. 네가 나와 한 데나리온에 계약하지 않았느냐?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 너와 똑 같이 해주는 것은 내 마음이다. 내 것을 가지고 내 마음대로 못한단 말이냐? 내 너그러움이 네 비위에 거슬리느냐?”

이 이야기는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천국을 설명하기 위한 비유로써, 당시 한 데나리온은 한 가족의 하루살이에 필요한 돈이었다. 아무리 주인이 내 것 가지고 내 마음대로 한다고 하지만, 단순노동에서 1시간과 10시간 일한자의 임금을 같이 준다는 것은 세상의 잣대로 잴 때 분명 불공평한 일이다. 그러나 오늘도 건장한자는 일찍 팔려나가고 노약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족의 하루생계를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다. 이들에게 1년에 한번쯤 포도원주인이 나타난다면 세상은 한결 밝아질 것이다.

건축사의 보수체계는 실 경비로 계산하는 실비정산가액과 총공사비에 따른 비율 중 하나를 선택하는데, 관공서는 모두 후자를 택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관청은 실시설계비 정도로 입찰에 붙여 계획설계까지 요구하고 있다. 최근 모시청의 경우, 그들의 승인에 따라 공사비가 66%나 늘어난 설계용역을 완수했는데도 인근 지자체와는 달리 “설계용역 시 설계된 사업비가 줄어 용역비를 감액한 경우는 있어도 증액해준 경우는 없다” 면서, 공사비의 증가에 따른 설계비의 증액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공사비가 늘어나면 당연히 설계량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또한 고가의 공사비일수록 세부적인의 디자인과 도면은 증가한다. 건축설계는 이렇게 공사비와 도면이라는 물증이 있는데도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를 당하고 있다. 예수님이 말하는 천국의 품삯은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일한만큼 받을 수 있는 통일된 법적 규정이 태어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