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리가 변화를 해야 할 때”
요즈음 건축 3단체의 통합문제로 한창 논쟁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나는 본 협회 이사의 한사람으로서 본의 아니게 이 문제에 가장 깊숙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된다. 우선 개인적으로는 어떤 방법으로든 통합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우리 협회는 1965년에 법적 단체로 창립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오랫동안 의무가입단체로서 편안하게 협회의 입지를 굳혀왔으나 얼마 전 임의 단체로 전락되고 난 이후 제도적으로 여러 가지 수모를 당하고 있는 중이다. 그 중의 대표적인 것들이 건축설계업무 대가의 폐지, 설계 겸업의 허용, 건축사 사무소 명칭 사용의무화 폐지, 설계 감리 업무의 분리 등으로 볼 수가 있다. 다 우리의 업역을 위협함과 동시에 건축문화를 말살하려는 모종의 조치로 보여진다.
이미 45년 동안 제도권 아래서 보호를 받기도 하고 제재를 역으로 당하기도 해왔다. 그러나 임의단체가 된 지금이나 과거를 보면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더 많은 꼴이 되었다. 소위 건축전문가라는 우리들이 경제부흥과 지역균형발전을 기치로 하는 정책기조에 일조를 해왔고 문화도시로서의 도시 개발이나 후손들에게 어떠한 건축/도시 문화를 남겨주어야 하는가를 논하기도 전에 건설정책의 하수인이 되어온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대로는 국민들에게 우리가 건축전문인이고 도시를 만드는 중요한 전문가이니 존경해달라고 한들 누구하나 콧방귀도 뀌지 않을 것이다. 네덜란드가 건축사 명칭법에 도시를 만드는 전문가 중의 주요 전문가로서 건축전문가 등은 당연히 존중되어야한다는 것을 명문화한 것과 대조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은 누구나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선배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한계가 바로 현실이다. 그래서 협회를 대표하여 오랫동안 협회 정책의 중심에 있던 직전회장이 재직 시 이 한계를 심히 느끼고 있었다고 했다. 따라서 현재의 정권으로 바뀌고 정부기관 개편이 있을 때에 지식경제부로 갈아타겠다고 아우성쳤을 때가 있었다. 이미 문화관광부는 가협회가 가입되어 있어 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으로 본다. 당시 협회 이사들과 논의를 거쳐 상정했으나 정부에서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기회가 왔다. 2007년부터 초석을 다져온 통합이 무르익을 때가 되었다. 많은 고생들이 있었다. 통합을 위한 시간적 소모 와 열정의 소모 등... 이런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본다. 더 미뤄져서는 안 된다. 통합이 되면 분열되었던 건축전문인들의 목소리가 통합될 수 있다. 얼마 전 미국건축사협회의 총회를 참석했을 때 15만명의 건축사들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 얼마나 큰 창피이겠는가? 하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의 상황이 가슴에 깊게 파고 들어왔다.
우리는 지금 3단체로 있으면서 얼마나 다른 목소리를 냈던 우리들인가? 서로의 무능함을 탓하는 사이 제도권 인사들에게 서로의 눈치를 보며 피해가는 길을 만들어준 꼴이 되었다고 본다. 통합이 가능하다면 문화관광부에도 중복등록이 가능하다고 한다. 근거가 있고 없음을 떠나 법정단체로서 문광부에 등록이 가능하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고 본다. 법적 근거는 국토해양부에, 활동 근거는 문화관광부에 둠으로 우리의 활동범위를 문화적으로 굳혀 나간다면 변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선 건설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문화뿐이 없다고 믿는다.
협회를 사랑하는 방법이 하나는 아니라고 본다. 이 글이 이미 지면으로 나갔을 때는 임시총회를 거쳐 통합의 행방이 결정되었을 때라고 생각한다. 결과에 관계없이 서로 다른 방법으로 협회를 사랑했음을 인정하고 겸허히 결정된 사항을 따르는 성숙한 건축사들이 되기를 바란다. 서로 다른 방법으로 사랑한다고 해서 서로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배신자라고 보아서는 더 더욱 아니 될 말이다.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건전한 논쟁을 벌이고 조금의 차라도 다수결이 되어 의결이 난 결정을 존중하고 우리의 결정으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우리사회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