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건축사! 그리고 건축사협회! 건축의 정의를 다시 쓰고 거듭나야할 때

2009-09-16     최영집

“비관적인 사람들은 별의 비밀을 캐낼 수 없고 지도에 없는 땅을 찾아 항해 할 줄도 모르고영혼을 위한 천국을 열지도 못한다.” -헬렌켈러-

얼마 전 인도의 새 영화 ‘블랙’을 가까운 친구 부부들과 관람하는 기회가 있었다. 요즘 블록버스터나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영화가 주종이라, 보고나면 영 뒷맛이 개운치 않았는데, 오랜만에 눈물을 자아내는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블랙’의 세계, 암흑의 세계는 절망의 늪이지만 또한 새로운 창조의 시작일 수도 있다. 블랙에서 시작하여 블랙을 타파하고자 부딪치는 처절한 싸움은 인간승리의 고통이자 희열로 이어진다.

■ 건축과 건축사의 정의를 새롭게!
절망적으로 얘기한다면 건축과 건축사는 지금 블랙에 빠져있다.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데 사면초가이다. 여기서 치고 저기서치며 우리를 KO 상태로 몰고 가고 있다. 건축과 건축사가 무슨 죄가 있다고 이렇게까지 사회현상이 변해가고 있는지 한심하고 야속할 뿐이다. 분명 건축의 개념이 변하고 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 정보사회로 변신하는데 우리나라처럼 건국 60년만에 이렇게 빨리이룩한 나라가 있을까. 그 변화의 속도에 맞추어 건축은 무한한 에너지로 확대되기는 하였는데, 건축생산시대에서, 건축문화시대로 전환하는 단계에서, 건축의 도시화 단계에서, 건축의 정의나 건축사의 정의가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채 휩쓸리고만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건축은 이미 개별건축으로서 협의의 의미만 갖고 있을 수가 없다. 도시화된 의미로서의 건축, 모든 기술이 복합화 된 종합 집적체로서의 건축, 지극히 인문학적이며, 기술의 집합과 예술적인 성과로서 인간의 성취를 실현시키는 건축, 경제활동의 주체로서 시대의 철학과 생활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건축, 이미 건축은 살아 움직이는 현상이고 변화를 추구하는 유기적인 생명체이다. 그렇기에 건축에 있어서 부품하나나 부속기술 분야 하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분리된 요소들은 건축이라는 결과가 이루어져야 비로소 가치가 있는 것이지 건축이 해체되어 버리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될 수 있다.
건축은 많은 구술을 꿰어 보배로 만드는 과정이자 결과이다. 그 행위나 성과에 가치가 있는 것이고 최고의 비중을 두어야 하는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본질을 망각한 채 제각기 구슬들이 제 목소리만 크다고 주장하며 소리 지르고 있다. 오케스트라에서 모든 악기들이 다 중요하다. 그러나 음악은 모든 악기들을 섭렵하는 작곡과 연주가 있어야 탄생하는 것이다. 건축이 똑같은 경우가 아닌가. 어느 악기만 잘난 척하고 소리 지른다면 음악이 될 수 있을까? 건축의 정의를 시대에 맞게 광의로 해석해 나가야 할 것이며, 작곡과 연주의 가치를 우선 높게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선행되어야하고 부속 악기들을 최대한 존중해주는 시대가 되어야 참다운 건축의 발전을 이루어나갈 수 있을 것이고 건축 작곡과 연주의 주역으로서 건축사의 위치를 새롭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건축학 교육부터 개별건축에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무한히 넓게 펴져나가는 건축의 세계가 수없이 많은 구슬을 꿰어서 보배로 만드는 과정이라는 인식을 새롭게 하며, 넓고 깊게 이루어져야 하고 그러한 최고의 국제적인 자격으로 건축사를 길러 나가야 할 것이다.

■ 건축사 스스로 돕는 세력이 되어야...
건축의 시대 변화에 맞게 건축사 스스로 변신을 해오지 못한 탓이기도 하겠지만 건축 작곡과 지휘의 무형가치를 존중해주지 않는 사회분위기를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
자본만능시대라 하지만 작가의 권위를 인정해주고 보호해주려는 노력이 있어야 문화시대의 건축이 꽃 필수 있지 않을까? 기업가의 시녀로 전문가가 전락해 버린다면, 양심이라고는 없는 변호사(가끔 영화속에 등장하지만)의 경제논리로 무장된 건축기술자만 양산하게 되는 것이 아닌지 한번 쯤 되돌아보아야 한다. 물론 경쟁력 강화는 힘이 있어야 하고 돈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형의 가치인 작가정신과 작가의 도전을 무시하는 시스템, 의욕을 말살시키는 정책이 앞선다면, 사명감에 넘치는 건축과 건축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들어나가는 작가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고 제각기 제 구슬 자랑만 하며, 독자적인 목소리만 높이려 하는 근시안적인 건축엔지니어링 분야의 도전과 그 소리를 경청하고 아우르면서 전체 건축의 가치를 높여나가려는, 정책없이 파이를 갈라주기만 하려는 대응은 매우 위험하고도 무책임한 결과를 낳는다. 건축감리를 시공 품질 감리로만 인식하여 설계자를 배제시키면 건축의 완성도를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나. 목소리 시끄럽다

고 전기·구조·설비 각 엔지니어링 분야를 분리시키면, 건축은 누가 종합디자인을 하고 완성시켜 나가는가. 구슬들만 난립해 보아야 결코 보배가 되지 못한다. 보석의 원석이 아무리 커봐야 컷팅과 셋팅이 되지못하면 보석의 가치가 없다.

제발 건축을 건축의 총체로 인식하는 새로운 정의를 만들어 나가고 건축이 타도해야 할 적이 아니라 건축을 이루기 위해 최상의 협업을 해야 하는 엔지니어링으로서의 본분을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대형화 국제화 되어가는 건축을 보다 빛나게 할 수 있는 작곡과 지휘의 작가정신을 함양하고 계발하는 자본의 힘이 있기를 희망한다. 건축사협회의 변신을 꿈꾸며, 미래를 위한 희망을 품고 오늘의 의지를 세우고 투지를 불태우면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진정으로 소리없는 다수 회원들이 힘을 합쳐 소리 내어 격려해 주시고 힘을 실어 주시길 부탁할 뿐이다.

그래도 우리는 건축사로서 싫든 좋든 건축사공동체 속에서 건축사의 자존심을 세우며 힘차게 살아 나가야 할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