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건축가
몇 해 전부터 서초구지역건축사회에서는 서초건축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그 행사 중 하나로 건축 민원 상담을 하고 있다. 첫 해에는 건축사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부족한 지 직접 접하고서는 다들 깜작 놀란 적이 있다. 이런 일도 건축사가 하나요? 건축사들은 큰 건축물을 설계하고, 개인적인 소소한 것들은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인식부족이 많이 심했다.
사람들이 아프면 의사를 찾아간다. 법률적인 문제가 있으면 변호사를, 세무에 문제가 있으면 세무사를 당연하듯이 알아서 찾아간다. 우리 주변을 봐도 그들이 어디 있는지 금방 알 수가 있다. 방송을 봐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나와서 이것저것 많은 정보를 차고 넘치게 주고 있다. 그런데, 건축사가 나오는 방송이 몇 개나 될까? 부동산, 인테리어에 관한 방송 등은 많다. 도대체 건축가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건축사사무소가 어디 있는지 알 수도 없다.
2010년 세계적인 권위의 건축 공모전인 ‘벨룩스 국제학생 건축공모전’에서 대학생(4명)들이 대상을 수상했다. 아시아권 대학에서 대상을 받은 것이 처음이라 더 큰 관심을 받았다. 작업실 이름도 미용실. 외모를 가꾸는 미용실(美容室)이 아닌 건축물의 실용적인 아름다움을 실험하는
미용실(美用實)이다. 이들의 꿈은 ‘동네건축가’가 되는 것이다. 동네 어디서라도 볼 수 있는, 또 생활에 도움이 되는 작고 세세한 것들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도 자칭 ‘동네건축가’라고 불리고 있는 이들도 있다. 홍대 일대, 성북동 일대, 방배동 일대 등 ‘동네건축가’, ‘재활용건축가’, ‘참견쟁이 동네건축가’, ‘방배 젊은 건축가’ 등 불리는 이름도 여러 가지다. 건축주의 삶의 방식과 생활패턴, 실용적이고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제안을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생활 속에 묻어나는 디자인에서 오는 것이다. 좁은 공간에 생기를 불어 넣어 주고, 작은 동네를 조금씩이나마 바꿀 수 있는 ‘나비효과’가 여기에서 나온다. 그동안 신도시, 도시재개발 등 대규모 변화들은 많이 있었다. 그렇지만 정작 우리들이 사는 주변은 너무 소홀하지 않았나 생각해 봐야 한다.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는 건축은 없다. 건축사들이 하는 일들은 다 소중한 일들이다.
어느 건축사가 인터뷰에서 “재미있는 동네 건축가가 많아지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했다. 좋은 건축사는 동네의 삶을 좀 더 좋은 삶으로 만들어주는 건축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는 늘 성공 혹은 실패가 따른다. 실패하지 않겠다고 새롭지 않을 것을 만드는 사람보다 실패하더라도 새로움을 만드는 사람들이 시대의 흐름을 바꿔 온 것이다”라고 말하듯이 사회의 변화 속에는 언제나 건축사들이 있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건축사들이지 않는가. 우리는 이제 건축으로 풀어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 봐야한다. 지금까지 터부시한 소소한 것까지도 말이다. “건축사는 여전히 우리 동네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