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한국형 BIM 표준 라이브러리 v0.9 공개]시작부터 ‘삐걱’…한국형 BIM 라이브러리, ‘속 빈 강정’ 될라
상용소프트웨어 한 개 사(社)뿐, 타 업체 차별 우려
단순 수치변환된 데이터 나열로 1,000여개 데이터 구축
국토부, “11월까지 시스템 지속 보완 예정”
국토교통부가 민간의 BIM 도입과 활용 촉진을 위해 ‘한국형 BIM 표준 라이브러리 v0.9’와 활용 어플리케이션을 5월 2일부터 국토교통부 홈페이지(www.molit.go.kr)와 한국형 BIM 표준 라이브러리 홈페이지(lib.kbims.or.kr)를 통해 공개하고 무료배포했다.
그간 BIM 활용 활성화를 위해 표준라이브러리 구축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한국형 BIM 표준 라이브러리 v0.9’는 그의 연장선에서 국토교통부가 지난 3년간 진행해온 국가 R&D사업인 ‘개방형BIM기반의 건축물 설계표준 및 인프라 구축’의 성과물 중 하나이다. 과업완료시점은 올해 11월 12일까지며, 현재 공개된 버전은 데이터들의 호환성을 테스트하는 시범버전이다.
정부 차원에서의 BIM라이브러리 구축은 이례적이다. 설계의 효율성을 대폭 높이고, 설계산업의 선진화를 위한 BIM도입 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로 평가된다. 하지만 ‘v0.9’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정식버전이 아닌 것을 참작하더라도, 실무 쪽에서는 개선점이 많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상용소프트웨어는 Revit뿐, 업체 차별 문제 어떡하나
홈페이지에 공개된 라이브러리를 보면, BIM 국제규격 표준인 IFC 외에 상용소프트웨어용 라이브러리는 오토데스크의 Revit용만이 공개됐다. 홈페이지 공지사항으로 “사용자 편의를 위하여 업계참여에 따라 상용 소프트웨어용 라이브러리도 병행 제공하고 있으며 1차로 Revit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라며 “소프트웨어 업계의 자발적 참여에 따라 소프트웨어별 라이브러리도 병행제공 예정입니다”라고 명시됐다. 하지만 BIM 표준 라이브러리 구축 연구 초기단계부터 공청회 등에 참가한 한 건축사는 “초기 연구과제에선 BIM 국제표준규격인 IFC와 오토데스크사의 Revit뿐만 아니라 그라피소프트사의 ArchiCAD와 다쏘시스템사의 CATIA를 포함한 4가지 버전을 공개하기로 했다”며 “그러한 사항을 모르는 일반 사용자들은 상용소프트웨어 버전은 업체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것이고, 오토데스크사만이 발 빠르게 참여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홈페이지에 공지된 ‘자발적 참여’라는 단어의 문제점을 말했다. 이어 “현재 국내 BIM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오토데스크사의 Revit의 점유율이 현저하게 높은데, 점유율을 더욱 공공히 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이에 연구 주관기관인 빌딩스마트협회관계자는 “현재 Revit용을 먼저 공개한 것은 테스트의 성격이 강하다”며 “표준라이브러리로서 구현이 잘 되는지 테스트 차원에서 현재 국내 BIM 이용자의 90%정도가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오토데스크의 Revit으로 선공개했다. 오토데스크에서 라이브러리 자료를 받아 국내 실정에 맞게 속성값 표준으로 재가공하여 호환성에 문제를 테스트하기 위한 것”이라고 사정을 설명했다. 이어 “향후 타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 개발에 가이드라인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상용프로그램 중 가장 사용자가 많은 Revit을 재가공해 선공개했지만, 역차별에 대한 의견이 있는 것에 대해서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음을 인정한다”며 “현재 그라피소프트와 다쏘시스템과 MOU를 맺고 연구 종료시점인 11월 12일 이전에 ArchiCAD용과 CATIA용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업체 관계자는 “Revit용은 표준 라이브러리에 맞게 수정하는 작업을 연구단에서 하고, 우리들에게는 그 기준에 맞춰 개발해 공개하라고 하는 것은 형평성에 안 맞다”고 주장하고 있어 다양한 상용소프트웨어용 라이브러리를 공개하는 데 향후 업체별 지원방안 등의 숙제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 BIM 라이브러리 문제점 “단순한 데이터량이 아닌 질적 개선이 필요“
국토교통부측은 한국형 BIM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며 설계 필수 요소인 ▷기초 ▷기둥 ▷보 ▷바닥 ▷벽 ▷천장 ▷지붕 ▷문 ▷창 ▷커튼월 ▷계단 ▷난간 ▷램프 등 건축부위 13종에 대한 1,000여 개의 데이터를 구축했다고 밝혔지만, 건축설계업무에서 BIM을 활용하고 있는 A 건축사는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한 것 아니냐”며 “개발된 라이브러리 수에 비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종류는 몇 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철골구조(H 형강)기둥’은 하나의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면 수치 입력만으로 사용자가 다양한 크기의 모형을 만들 수 있지만, 국토교통부에서 제공하는 라이브러리에는 ‘150×150×7×10’, ‘150×75×5×7’, ‘194×150×6×9’식으로 수치 변형된 데이터로 하나의 라이브러리를 58개로 늘렸다. 단순한 데이터 량이 아니라, 싱크대, 위생기구 등 직접 작성하기 힘든 라이브러리를 제작·보급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 라이브러리 색인과 매뉴얼 부재, 사용 대상의 불명확도 지적사항
실제 데이터 사용 시, 검색을 위한 색인이 없어 전체 데이터 파악을 위해 파일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는 것도 지적사항이다.
실무에서 BIM을 사용하고 있는 B 건축사는 “데이터 공개 후 사용을 위해 데이터를 받아봤지만, 13종의 폴더 안에 어떠한 종류의 데이터가 있는지는 일일이 열어봐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다”며 “단순한 데이터 개방만이 아니라 어떠한 데이터가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색인과 매뉴얼이 구축돼야 사용자 편의성과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사용 대상의 불명확성도 지적됐다. A 건축사는 “중소규모의 건축물 설계를 위한 데이터인지, 대형 프로젝트를 위한 데이터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프로젝트의 규모별로 사용되는 라이브러리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 전통건축물 데이터 확보해야, 실시간 물가정보 연동 필요
이어 BIM을 활용하고 있는 경남지역의 C 건축사는 “현재 한옥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번에 공개된 라이브러리에는 한식기와 등 우리나라 전통건축물 데이터가 없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며 “차후 반드시 개선해야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또, “BIM 사용의 대표적인 장점은 설계품질 확보 이외에도 설계단계에서의 개략적인 물량 추출을 통한 공사비 예측”이라며 “이번 라이브러리에는 단순한 데이터만 공개됐지만, 향후에는 데이터 공개를 넘어 실시간 물가정보가 연동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구축돼야 한다. 라이브러리 개발방향이 설계단계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공사비 예측을 할 수 있게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개발 방향성에 대해 제언했다.
◆ 렌더링 과정 없는 호환성은 긍정적, 입문자의 문턱을 낮추는 효과 기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C 건축사는 “렌더링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들이라는 것은 좋다. 기존의 사용자 작성 데이터들이나 산재되어 있는 라이브러리들은 렌더링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아 작업의 속도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현재 공개된 라이브러리들은 렌더링없이 즉시 호환이 가능해, 효율적인 측면에서는 칭찬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또, “체계가 없던 것을 체계를 잡아가는 과정으로서는 의의가 있다”며 “여러가지 개선돼야 할 문제가 분명히 있지만, BIM 보급이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실무를 하는 건축사들이 BIM을 접하는 데 있어, 문턱을 낮추는 기재가 될 수 있게 발전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공개 후 건축사와 관련 업계 등의 실무 활용 검증을 통해 R&D 종료시점인 올해 11월까지 시스템을 지속해서 보완하겠다”며 “최종 BIM 표준 라이브러리에는 총 3,200여개의 데이터와 상용 BIM 소프트웨어별 정보, 추가 어플리케이션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