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능대표로서의 정치가를 기대하며
정치가와 정치인은 표면적으론 같은 의미이다. 그러나 어휘가 주는 느낌은 다르다. 정치가가 정치를 전문적으로 하는 제도권 내의 사람이라면 정치인은 정치를 업으로 삼지는 않지만 정치적인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대통령 및 국회의원이라면 정치가로 볼 수 있고 시민단체나 전문직능단체 등의 비정부기구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는 정치인이라 볼 수 있겠다. 물론 이렇게 간단하게 어디서 활동 하느냐에 따라 정치가와 정치인을 구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정치적인 성향과 관계없이 정치가와 정치인은 양립한다고 볼 수 있다.
정치를 업으로 삼는 정치가의 입에선 늘 '국민'을 앞세우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국민은 대한민국 국적을 둔 모두를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될 수 있는 사람만이 국민인 것이다. 자신의 표가 많이 나오는 편에 선다. 따라서 전 국민을 대변하는 일보다는 자신의 지지기반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정치가의 이러한 부분을 정치인들이 견제한다. 하지만 정치인들도 '서민'을 의미하는 '국민'을 위해서 활동하면서 이분법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정치가가 될 잠재지수는 높다. 정치인의 정치가로의 변신을 비판할 이유는 없다. 입법기관인 국회에 분야별 전문가의 필요성은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헌의회 이후 과학기술계 출신 국회의원은 법조계 등 문과계 전문직 출신에 비해 현저히 적을 뿐 아니라 다른 이과계 전문직 집단인 보건의료계 출신에 비해서도 적고 대부분 비례대표다. 정치 경험이 적은 과학기술인이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치가로서의 생명력이 짧지만 비례대표를 통해서라도 제도권 내에 진입하기를 바라는 것이 업계의 열망이다.
건축서비스업계가 20대 국회에 처음으로 김철민 당선자를 배출했다. 업무 자체의 독립적 성격과 업계 내 정치경험의 부재, 관심도 저조 등으로 각 정당에서 전문 직능의 한 축으로 인정받지 못해 비례대표조차 받지 못한 상황에서 지역 후보 공천을 받고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개인의 역량에 기인한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는 상황일지는 모르겠지만 김 당선인이 건축사 대표로서 '건축'이라는 전문업역과 관련 업계의 파랑새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