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누드

- 이이체

2016-04-16     함성호 시인

귀머거리에게 소리는 가난하게 들려온다

나는 오랫동안 태어나고 있다

살을 섞고 삶을 나누던 기억
당신을 잊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다
망각까지 잊을 수는 없다

누드는 벗은 몸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벗은 몸을 보는 시선을 그리는 일이다

당신이 물결치면 내가 흔들린다

어떤 말은 이해하지 못해도 그 말이 나를
이해한다
내가 이해 받는다

만질 수 없는 것을 만진다
은자는 함께 숨을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 『인간이 버린 사랑』

이이체 시집 중에서/문학과 지성사/ 2016

 

 

모든 ‘비자기’는 ‘자기’에게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내부 이미지’로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새로운 말은 자신의 사전 안에 이미 다 쓰여져 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말을 이해 할 수 있고, 반응 할 수 있다. 이것은 언어학자 촘스키가 제기한 플라톤적 문제와 관계된다. 우리는 실제 경험이 매우 적은데도 어떻게 그 이상의 방대한 것을 인식할 수 있는가? 플라톤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에 제한된다. 모르는 것을 인식할 리가 없다. 그렇다면 인식의 기원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기’를 아는 것이다. - 타다 토미오